괴기소설을 읽다가 비슷한 소재에 대한 의문

여름을 맞아...는 아니고 종종 읽기는 합니다만.

모파상의 괴기소설 단편집을 읽고 있어요. 근데 괴기소설들을 읽다보면 비슷한 소재가 참 많더라구요.

제가 읽고 있는 책에도 잘려진 손에 대한 단편이 두 편 실려있는데,

저주받은 잘려진 손이 소원을 들어주는 것 같으면서 소원을 빈 사람을 결국 절망적인 상황에 빠뜨린다던가,

손이 잘리게 한 사람을 찾아가 원한을 푼다던가 하는 비슷비슷한 얘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읽은 것 같아요.

로버트 하워드의 솔로몬 케인에도 딱 비슷한 얘기가 있고요.

특히 도서관의 800번대 초반에 꽂혀있는 괴기소설 100선이라든가 걸작괴기소설모음집이라든가 본격호러소설모음집이라든가;;는 읽고 있으면 

비슷한 얘기들이 하두 많아서 다들 습작삼아서 서로 베끼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구요.


아마 다른 분야라면 표절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궁금한데요.

괴기소설의 소재들은 워낙 전래되어 내려오는 소재들이 많아서 그런 걸까요? 



+

포의 절름발이 개구리 기억하십니까?

별명이 절름발이 개구리인 왕의 광대가,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처녀를 모욕한 왕을 꼬드겨서

연회에 잘 타는 소재로 만들어진 짐승옷으로 변장하게 하고 태워 죽이는(...) 내용인데요.

1393년 1월 28일 당시 젊은 왕이던 샤를 6세의 저택에서 연회가 열렸는데

왕과 친구들은 참석자들을 놀래키려고 짐승으로 분장하고 연회에 난입했는데 실수로 불이 옮겨붙어 네명이 타 죽었다고 해요.

왕은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신성모독적인 행위였다며 논란이 컸다고 합니다. 

포의 이 단편이 실제 사건이 소재가 되었는 줄은 몰랐는데, 중세에 대한 책을 읽다가 알았습니다.

    • 얼마 전에 읽은 단편선은 '폴짝 개구리'던가..로 번역되어 있던 기억이.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었군요.
      괴기소설 소재에 대해선 말씀하신 전래/구전되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괴함 공포를 느끼는 소재와 그것들을 조합하는 방법에서 쉽게 도출되는 내용이기 때문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인터넷도 없던 시절 세계의 구전 괴담들이 비슷비슷한 경우가 있는 거겠죠.
      • 폴짝 개구리라니 제목이 반칙인데요. 너무 귀여워 보이잖아요.
        역시 '인류가 느끼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감정'에 호소하기 때문인 걸까요. 그리고보니 말씀대로 구전 괴담들도 비슷한 얘기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인터넷이 없는 시절인데도ㅎㅎ
    • 포 하면...

      '아서 고든 핌의 모험'도 있죠.


      근데 재밌는건... 이 경우는...

      소설이 먼저, 실제 사건이 약40년후 벌어짐.
      • 아서 고든 핌의 모험도 하필 그 전에 비슷한 얘기를 읽어서 처음 읽을 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실제 사건은 뭔가요?+_+
        • 1884년 여름, 영국 선원 네 명이 작은 구명보트에 올라탄 채 육지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진 남대서양을 표류했다.
          이 4명은 선장 토머스 더들리, 일등 항해사 에드윈 스티븐슨, 에드먼스 브룩스 일반선원.
          그리고 17살의 잡무 담당 고아 리처드 파커였다.

          보트에는 순무 통조림 두개뿐. 어찌어찌 사흘간은 순무로 버텼지만 드디어 순무가 다 떨어졌다.
          그 뒤로는 어찌어찌 바다 거북이를 잡아먹거나 하며 버텼다.

          그리고 여드레째 되던날, 음식이 바닥났다.
          참고로 이때쯤 파커는 다른 선원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바닷물을 마셨다가 병이 났다.

          그럭저럭 버티다가 19일째 되던날, 선장 더들리는 제비뽑기로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사람을 정하자고 했지만 거부하는 바람에 실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더들리는 브룩스와 스티븐슨에게 파커를 희생시켜야 된다는 몸짓을 했고,
          그들은 암묵적 동의를 했고, 파커를 희생시켰고, 그의 피와 살로 며칠간 더 생존할 수 있었다.
          그리고 24일째되는 날, 마침내 구조가 되었다.
          • 위에는 제가 정의란 무엇인가 보고 요약한거고요.

            이건 다른분 블로그. 이건 아서고든핌이랑 직접적 비교.(사실 전 아서고든핌은 안 읽었죠.ㅎ)

            http://prorok.tistory.com/922
            • 전 정의란 무엇인가를 안 읽었는데요ㅎ
              덕분에 아서 고든 핌으로 검색에 나서서 한참 먼 바다를 돌아다니다 왔습니다.
    • 상관이 있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는데 글을 읽다가 '푸코의 진자' 소설이 떠올랐어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비슷한 유적, 신비주의, 종교적 기념물 같은 것들을 두고서 미리 설계된 어떤 계획이 있다고 믿는 비밀 결사 단체들과 그들의 믿음을 논파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굳이 교류가 없더라도 사람들이 하는 생각들은 서로서로 엇비슷해서 몇 가지 유형으로 수렴될 개연성이 크다... 뭐 이런 내용이었거든요. 괴기 소설도 그와 비슷한 경우인 게 아닐까 싶어요.

      그건 그렇고 괴기 소설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갑자기 무서워지네요. 어쩌지...
      • 푸코의 진자가 그런 내용이었던가요. 전 왜 기억이 안 날까요ㅜㅜ '비밀결사' 이거밖에 기억이 안 나요;;
        말씀처럼 비슷한 경우같네요.
    • 괴기 소설은 아니지만,

      '금도끼 은도끼'에 대한 저의 의문을 듀게 브레인스토밍으로 풀어나간 글입니다.

      http://djuna.cine21.com/xe/1416457
      • 우와+_+ 이런 거 재밌어요+_+
    • 저는 원숭이손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이것도 비슷비슷한 버전의 이야기가 여러가지 구전되고있는데
      원래 소설이 있고 변형된 이야기가 떠도는건지 원래 떠돌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건지는 모르겠어요.
      선녀와나뭇꾼 이야기도 세계적으로 비슷한 민담들이 있다고 하고 콩쥐팥쥐 이야기랑 신데렐라이야기도 비슷하죠!
      우리가 전래동화라고 알고있는 이야기도 사실 기원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는걸 생각하면
      세계여러나라들과 이리저리 교역을 하다 이야기가 뒤섞여진걸수도 있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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