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나온 김에 - 왜 남자만 군대가냐는 헌법소원도 보죠
헌재에 이런 헌법소원이 몇 개나 들어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결정문을 본 것은 두 건입니다. 거의 동일 논리가 반복되어 있고요. 인터넷에 몇 줄 쓴게 아니라 헌법재판관들 보라고 (국선이긴 하지만) 변호사까지 써서 붙어본 싸움이었으니 나름 쓸 수 있는 논리는 다 써봤겠죠? 지금도 남자만 군대를 가는 걸 보면 아시겠지만 헌법재판소는 남자만 입대하는 것을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유 한 번 보죠.
< 신체적 능력 차이에 대하여 >
-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되는데, 전투를 수행함에 있어 요청되는 신체적 능력과 관련하여 본다면, 무기의 소지ㆍ작동 및 전장의 이동에 요청되는 근력 등이 우수한 남자가 전투에 더욱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물론 집단으로서의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개개인을 대상으로 판단하는 경우, 여자가 남자에 비하여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이 우월한 사례가 있음은 분명하나, 구체적으로 개개인의 신체적 능력을 수치화, 객관화하여 비교하는 검사체계를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 또한 신체적 능력이 매우 뛰어난 여자의 경우에도 그 생래적 특성상 월경이 있는 매월 1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훈련 및 전투 관련 업무수행에 장애가 있을 수 있고, 임신중이거나 출산 후 일정한 기간은 위생 및 자녀양육의 필요성에 비추어 영내생활이나 군사훈련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 공익 같은 걸로 빼면 되지 않냐? >
- 한편 현역 외의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편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으로서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에 병력동원 내지 근로소집의 대상이 되는바,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이 평시에 군인으로서 복무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병력자원으로서의 일정한 신체적 능력 또는 조건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한민국 국민인 여자에게 보충역 등 복무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것이 자의적인 입법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 이스라엘은 여자도 군대 가던데? >
-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 개 나라 가운데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국가는 이스라엘 등 극히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있으며,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대표적 국가인 이스라엘의 경우도 남녀의 복무기간 및 병역거부 사유를 다르게 규정하는 한편, 여성의 전투단위 근무는 이례적인 것이 현실이다
< 다른 문제는? >
- 그 밖에 남녀의 동등한 군복무를 전제로 한 시설과 관리체제를 갖추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비교법적으로 전례가 없어 추산하기 어려운 경제적 비용이 소요될 수 있고, 현재 남자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군조직과 병영의 시설체계 하에서 여자에 대해 전면적인 병역의무를 부과할 경우, 군대 내부에서의 상명하복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의 범죄나 남녀간의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기강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싱겁게 끝난 것 같지만, 사실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2명.
< 꼭 전투병과가 아니어도 여자를 군대에 쓸 수 있다 >
- 보충역은 일정기간 복무의무만이 있을 뿐, 군부대 내에서 거주하지 않으면서 공익근무요원으로서 사회서비스업무나 공익목적에 필요한 행정업무 등의 지원,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ㆍ체육 분야 근무, 개발도상국가의 경제ㆍ사회ㆍ문화 발전 등을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거나, 공중보건의, 공익법무관, 전문연구요원 등으로 복무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남성의 특성인 체력적 강인함 등과는 큰 관계가 없다. 또한 제2국민역은 일정기간의 복무의무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남성 고유의 신체적 특징이 고려될 여지가 없다.
- 한편,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는 보충역 중 일부는 부대편성이나 작전수요를 위하여 병력동원소집의 대상이 되고, 나머지 보충역과 제2국민역은 군사업무를 지원하기 위하여 전시근로소집의 대상이 되지만, 이에 응하여야 할 의무 자체는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일 뿐이다.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병력동원 및 근로소집의 대상자 가운데 누구를 동원ㆍ소집할 것인지는 동원ㆍ소집권자가 당시의 필요인력 수급상황 등 및 대상자의 신체적 조건이나 적성 등을 고려하여 선택하게 되므로, 국가비상사태에 군작전명령에 복종ㆍ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반드시 남성으로서의 신체적 능력이 필수적 전제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 이는 오히려 과거에 전통적으로 남녀의 생활관계가 일정한 형태로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이나 관념에 기인하는 차별로 보이는바, 그러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 남자의 입대에 대한 보상에 관하여 >
- 위와 같은 차별의 불합리성을 완화하기 위하여는,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9조 제2항의 취지를 존중하여 병역의무의 이행에 따른 기본권 제한을 완화시키거나 그 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전보하여주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여, 성별에 따른 국방의무의 부담이 전체적으로 보아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 그러나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현재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고 있는 여러 법률들은 남자에 대하여 대부분의 의무를 부과하고, 여자는 소극적 지원에 그치게 함으로써 국방의무의 배분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남자에 대하여 병역의무의 이행에 따르는 기본권 제한을 완화시키거나 그 제한으로 인한 손실 및 공헌을 전보하여 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 여자는 애낳지 않냐? > - 특별히 헌법소원 신청인이 이런 주장을 했을리가 없는데, 재판관이 인터넷을 많이 했는지 사족을 달아놨네요
- 여성의 임신 및 출산에 의한 국가ㆍ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국가가 이로 인한 손실 및 공헌을 전보하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하는 문제는 병역의무의 문제와 별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가 보기엔 그냥 결론은 돈입니다. 지금 당장 군 병력이 모자라 죽겠어서 아쉬운 것도 아닌데, 굳이 전 군의 시설을 보수하고 징병검사, 훈련체계를 바꿔가며 여자를 데려가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배보다 배꼽이 커요. 사실 그 돈이면 제대군인에게 좀 더 제대로 된 보상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이 아예 불필요하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만, 1999년에 헌재에서 가산점 위헌 결정을 먹고도 13년째 국방부가 잊을만하면 꺼내드는 제대군인 보상 카드가 가산점 말고는 없다는 건 그냥 직무유기 수준입니다. 이럴 때 뭐라도 한 흉내라고 내려고 '가산점을 대체할 수 있는 제대군인 보상 방안 연구' 같은 용역이라도 했을법한데 했나 모르겠네요. 그마저도 안했으면 정말 손놓고 놀고 있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