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독서의 신비로운 점 중 하나는, 같은 포즈로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앉았다가, 저렇게 누웠다가, 이 쪽에도 가봤다가 해도 계속 모양을 바꾸게 되요. 그래도 제일 좋은 자리는 소파에 옆으로 누워서 고개를 손걸이 부분에 걸치고 책을 읽는 거에요. 요즘은 여름인데 소파가 가죽 소파라 열을 흡수해서 시원하기도 하고 좋아요. 막상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어보면 인간은 의자에 앉도록 몸이 설계되어 있지 않구나, 이런 생각만 들죠.
독서에 대해서 권유와 강요를 왜,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히 같은 취미/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에 대해 향유할 수 있어서 더 즐겁긴 한데 책을 읽는 것이 다른 것보다 나은 점이 뭔가 싶어요. 차라리 어느정도는 몸을 쓰는 여가가 더 좋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제가 책을 읽으며 알 수 있는 좋은 점 딱 하나는, 몸이 이완이 되면서 편안해진다는 거에요. 컴퓨터 계열을 하다보면 피곤해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몸이 부팅이 된달까, 흥분된달까 잘 수그러들지 않는 느낌을 느껴요. 예를 들어 컴퓨터를 바로 끄고 나서 바닥에 누으면 잠이 잘 안와요. 무언가 몸을 데우고 있다가 한 두 시간 정도 지나야 빠져나가면서 스륵 졸린달까요. 책은 그러한 대기시간이 없이 바로 잠들 수 있다는게 좋아요. 그 외에는 독서의 강점이라고 할 만한게... 책 자체에는 공유하는 형태가 아닌지라 한 번 더 수고를 해야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영화, 게임, 스포츠 등이 이미 내재되어 있는 바로 그것! 합동. 뭐, 영화도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그리고 누가 그랬듯 책을 가장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은 누군가 읽고 그 느낀 점을 듣는거라고 했죠. (아니면 다이제스트를.. 마치 읽는 녀석이 바보, 그런 느낌.)
독서를 하다보면 구미가 당기는게 마구 변합니다. 비소설류에 한참 침잠했다가도 갑작스레 소설이 당기기도 하고. 어떤 때는 호들갑을 떨면서 네 다섯권을 함께 읽다가도, 지치거나 피곤한 것도 아닌데 한 권 읽기도 벅찰 때가 있고. 기본적으로는 소설 2 : 비소설 1 비율이나 비소설 2 : 소설 1로 읽는데, 한 쪽이 질릴 때는 다른 쪽으로 입가심을 하면서 읽으면 좋더라구요. 이건 다 고등학교 시절 50분 간격으로 책을 돌려서 읽었던 버릇 같기도 하고.
그래도 책을 읽어도 새까맣게 다 잊어버리더군요. 그래서 머리에 무언가 남긴다는 건 포기했어요. 흘러가는 듯이 바로 그 순간 마시는 정도로 만족하고 그 입에 남는 맛을 즐기는 쪽으로. 최근에는 꽤 괜찮은 책 정리 사이트가 있어서 거기다 정리하고 있는데 괜찮더라구요. 그나마 나중에 보면 뭘 읽었는지는 알 수 있어서. (왠지 결 부분에 사이트 같은거 적어봐야 광고 같아서 넣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책을 읽는게 참, 배부른 사람들의 취미 같은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예전과는 달리 돈보다는 시간이 더 아까운 시대가 아닌가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