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바낭] 대폭우 그 후

안녕하세요. 일본 큐슈에 있는 에아렌딜입니다.


며칠간 큐슈에는 굉장한 비가 내렸습니다. 

여기도 좀체로 그런 일이 없다는데 어째 비가 왕창 내려서, 가까운 마을에는 피난 권고령이 내리고, 길들은 거의 다 토사가 무너지거나 침수되어서 통행 불가가 되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도 무시무시한(?) 피해를 입어서... 만 하루 동안 전기가 안 나오더니(다행히 다음날 전기는 들어왔습니다) 수도가 끊기고, 전기가 복구된 것은 좋았는데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OTL


더군다나 엄청난 침수로 인해 예약 손님을 받을 수가 없어서 모조리 캔슬되고 말았습니다.

회사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듯합니다.


저는 며칠간 씻을 수가 없어서 꼬질꼬질한 ㅠㅠ 상태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점심 한 끼로 연명하며 살았습니다. (...)

아 이 여름에 씻을 수가 없다는 게 제일 고통스럽더군요. 

전 어느 쪽인고 하면 귀찮아서(-_-) 잘 안 씻는 타입인데도... 온몸이 땀으로 끈적해진 상태로 며칠을 보내려니 그냥 고문같았습니다.. ㅠㅠ

머리는 기름으로 떡지고... 으허허헣

수도가 안 나오니 세수도 못 하고 식수도 모자랐습니다. 세탁도 당연히 무리... 지금 세탁할 것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수도는 나오다가 말다가 하는 밀당의 고수였습니다- _-;; 잠시 나온다고 기뻐했더니 또 안 나오는 등...


아무튼 굉장했습니다.

오늘 오후 늦게서야 인터넷이 복구되어 환성을 올린 참입니다.


오늘도 일 때문에 나가시는 분과 함께 나가 겨우 장을 봤습니다. 그 와중에도 엄청난 폭우가 내렸습니다. 

제가 비교적 기후가 온화한 동네에 살았던지라... 이런 폭우는 생전 처음 봤습니다.

비가 너무 내려서 차 앞이 안 보일 지경이더군요. 

길은 온통 물이 가득 차있고 차가 지나갈 때마다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고...

이건 뭐 홍수 나는 거 아녀, 이러고 있었습니다.


직원 여러분들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했습니다. 

어느 분은 집이 침수되고, 어느 분은 곳간인지 창고인지가 완전히 부서져서 차까지 못쓰게 되었답니다.

모두가 집에 귀가하거나 출근할 때 길이 제일 곤란했습니다. 온통 통행금지가 되어서 못 가는 길이 허다했으니까요.


저는 모든 예약손님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예약을 취소받는 전화를 돌렸는데...

어느 분께 전화를 드렸더니 '죄송합니다 지금 물이 가득 차서요' 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으신 손님도 있었습니다;;


일본은 굉장하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했습니다.



어쨌든 그런 사정을 빼면 전 잘 있습니다.

내일부터 또 비가 온다는군요.

장마가 겨우 그칠 즈음이라는데 이번엔 태풍이 올라온답니다. 오 신이여..


일하시는 어느 분이 농담으로 '하늘에서 이번에는 아소를 완전히 끝장내려고 태풍 몇 개 더 보내나보군'이라시네요. 허허;;

부디 인터넷이 또 끊어지지만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인터넷을 못한 며칠간은 참 괴로웠습니다. ㅠㅠ

괜히 고향 생각이 다 나고...



그래도 이곳은 참 좋은 곳입니다.


... 왠지 말미에 써놓으니 설득력이 없네요. (...)




가끔씩 우울하거나, 화가 날 것 같은 때마다 자신을 잘 추스리려 노력중입니다.

조금이지만 이곳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네요.

여전히 사투리는 알아듣기 참 어렵습니다만;; 나중에는 좀 익숙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에고 이제 내일을 위해 자러가야겠습니다.

일본에 계신 다른 듀게 여러분께선 피해 없으셨길 바라며..


다들 좋은 밤 되세요.

    • 에아렌딜님도 지역주민분들도 곧 웃으면서 비온 걸 기억할 때가 올거에요.
      그러고보니 오와라이 콤비 크림시츄가 구마모토 출신 아닌가요? 'ㅅ'
      • 토끼님 반가워요. 와락
        그랬으면 좋겠지만 지금 회사 일정이 다음주에 중요한 대회가 있을 예정인데... 비 때문에 캔슬될까봐 걱정이에요. 아무래도 회사가 적자가 나는 건 반길 수 없으니까요. ㅠㅠ 사실 지금도 적자라서... 흑흑
        외롭고 쓸쓸할 때가 생겨나서 토끼님 닉네임마저 반가워요.
        전 연예인 쪽은 잘 몰라서...;; ㅠㅠ
    • 에아렌딜님! 소식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런 일이 있었군요... 타지에 있으면서 수해를 입은 상황이 힘들고 막막하셨을텐데, 그래도 씩씩하게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는것같아 다행이에요
      에아렌딜님 글을 읽으면 항상 '극복의 힘' '주저앉지 않는 의지..'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데 글재주가 부족해서 멋지게 쓰진 못해도 엄청 많이 응원하고 있답니다
      에아렌딜님이 일본생활을 껴안아주는 만큼 일본생활도 에아렌딜님을 껴안아주는 날들이 계속되길 바랄게요^^ 힘내세요!!
      • 극복의 힘이나 주저앉지 않는 의지 같은 거랑은 아무 상관 없습니다. (...-_-;;)
        응원 감사합니다.
    • 막연히 일본은 수해 대책 꼼꼼히 할 거라 생각했는데 비가 정말 많이 왔나봐요. 날도 꿉꿉할텐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타지에서 겪는 외로움이 남일같지 않아서 지난 일본 생활 글들 공감하며 읽었어요. 전 새로운 환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어딜 가나 초반엔 우울하고 쓸쓸할 때가 많은데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구요. 에아렌딜님에게도 점차 밝게 웃을 수 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길 바라요.
      • 뭐 재해란 게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라지만, 뭔가 토사가 잘 무너지는 건 어떻게 안 되나 싶네요. 한국에 비해서 풀이 많고 나무가 비교적 적던데 토양의 문제일까요?
        저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많이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잘 받지만 그래도 좋은 곳이라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 비.. 그쪽은 많이 오는군요.

      여기도 많이 옵니다.

      제 마음 속이요(...)
    • 고생 많으시네요.

      이겨내시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짝짝^^

      건강 잘 챙기세요.
      • 뭐 별로 이겨낸다고 할 것도 없지만요... 감사합니다.
    • 큐슈쪽 피해가 심각한 가 보던데 몸 조심하세요!!
      도쿄의 도시생활은 언제나와 다를 바 없네요.
      • 도쿄 쪽은 별 피해가 없었나보군요. 여긴 그냥 대폭우였어요. 하늘에서 누군가가 구름을 걸레짜듯 쥐어짜는 것 같았죠... 습기 한 방울도 안 남기고 쏟아지는 게, 이 많은 물이 대체 어디서 오나 궁금할 지경이었어요. 별일 없으시다니 다행이에요. 고맙습니다.
    • 뉴스 보니 대단하던데요.
      힘내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 헐 ㅠㅠ 그곳에 계셨군요. TV에서봐도 피해가 엄청나더군요. 태풍도 올라온다하니 걱정입니다. 도쿄는 오히려 예년보다 비가 적은 느낌이네요.
      • 103호님도 도쿄에 사시나보군요. 태풍은 다행히(?) 한국 쪽으로 간다고 하던데 여기도 좀 영향이 있는지 지금 번개가 번쩍번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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