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 여러가지 책들
두~세 단락 이내로 감상문 쓰는 연습을-_-;
035. 의지력의 재발견
'의지력=혈관 속 포도당'이라는 것을 밝혀낸 심리학자 바우마이스터가 공동저자로 있는 책. 이 분 논문 내용을 수업 시간에 들었을 때 '뭥미, 그럼 설탕 먹으면 의지력 폭증하남?'했던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는 안 그렇습니다. low GI음식을 먹는 쪽이 유리함. 설탕 밀가루 등 혈당 빨리 올리는 음식 꾸준히 먹으면 장기적으로 자기절제력 저하. 그래서 감정컨트롤도 메롱해지고..) 전반적으로 의지력, 자기절제와 관련 된 최신 심리학 발견들이 풍성하게 실려있습니다. 저자가 관련분야 대가니까요. 정신승리 파이팅 자기계발 서적 대신 과학적 베이스가 탄탄한 의지력, 자기절제 관련 대중 서적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딱 맞는 책입니다. 대신 심리실험 내용이 많이 나오는 책들 짜증내시면 패스하시는 것이. 또한 '의지력 향상 8주 프로그램'같은 것도 없으니 이 부분도 주의.
저는 워낙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해서,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정신에너지라는 개념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 개념이 심리학적으로 실제로 맞는 비유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즉, 정신력은 실제로 에너지이며, 그렇기에 일정한 용량이 있고, 사용하면 할 수록 줄어들고 (의지력 고갈 혹은 자아 고갈), 총용량을 키울 수 있으며, 에너지사용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등등. 다이어트 중이신 분들은 서점에 가셔서 'Ch.10. 다이어트에서 최악의 상황'부분이라도 읽어보시길. 다이어트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심리 전략들이 좀 나옵니다. (원하시는 답은 못 얻으실 테지만. 우리 이상이 너무 높아서 ㅋ) 생리 전에 여자들이 왜 그렇게 이상해지는지, 몸이 아프면 왜 걍팍해지는지에 대한 설명도 나옵니다. 임신 준비를 위해 혹은 신체 치유를 위해 몸이 몸 안의 에너지를 싹싹 긁어가기 때문에, 평소라면 정서조절 사고조절에 쓰일 포도당이 부족해져서 그렇다, 뭐 이 정도. 이래저래 자기절제와 관련, '아..내가 그래서 그렇게...'하는 자기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책입니다. 과학적으로 알아야 고치든 말든 하죠.
사실 2월달에 읽은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이 가물가물해요. 노트정리를 하며 다시 읽으려고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감상문은 미리 썼습니다. 쨌든 읽긴 읽었으니. 자기절제력을 키우시기 위해 뭔가 해보고 싶으신 분은, 번역되지 않은 <the Willpower Instinct>와 함께 세트로 읽으면 아주 좋습니다.
036. 내 인생 최고의 쇼
'오프라가 출간을 반대한' 오프라윈프리 자서전입니다. 직접 인터뷰를 거절당한 저자는, 오프라가 지금까지 한 인터뷰와 주변인 탐구, 기자들과 저널리스트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방대한 외부 자료들을 긁어모은 후, 그것을 재구성하여 자서전을 썼답니다. 덕분에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오프라의 주변인 통제와 내용 편집에서 자유로운, 특이한 자서전이 나온 것 같습니다. 사실 오프라윈프리가 '감사일기'를 썼다는 말을 '또' 들어서, 이 기회에 이 사람 자서전이나 읽어볼까 하여 손에 든 책인데, 결과적으로는 제가 막연하게 가졌던 오프라 신화를 상당히 깨부순 책이 되었습니다.
오프라의 어린 시절의 실제 삶과, 그녀가 기억하고 인식하며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말하는 '자신이 인식하는 어린 시절의 삶의 모습'이 상당히 다릅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믿어버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여튼 읽으면서 한 개인의 실제 삶과, 자신에 대한 인식과, 하는 말과, 행동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결국 현실을 직시하며 사는 게 아니라, 현실을 자기 나름의 틀로 인식, 편집한 후, 자신이 편집한 주관적인 세계 속에서 살아가니까요. 오프라도 예외는 아닐 뿐이지요. 다만 정도가 좀 심한 게 문제. 정식 심리치료를 안 받으셨더군요. 정말 받으셔야 했던 케이스였는데. 하지만, 심리치료를 받고 뭔가 꼬인 것이 해소되어 버렸다면, 오프라가 가진 그 어마어마한 폭발력은 없었을겁니다.
또 미국 거주자가 아니라서, 오프라윈프리 쇼가 미국 내에서 정확히 어떤 포지션인지, 관련된 크고 작은 논란이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 몰랐는데, 그런 논란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접한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오바마 지지 전까지는 오프라는 정치적으로도 중립적이라 잘못 알고 있었는데 실제 그런 것은 아니었고, 돈과 권력에 대해 언론의 영향력과 센세이서널하고 저질스러운 것들에도 굉장히 민감하고 그것을 잘 이용했던 사람이었던 것도 새삼스러웠고. 하긴, 이건 너무 당연한가? 저자가 정리를 참 잘 해 놨더군요.
윽, 단락이 4개째. 그래서 오프라 윈프리를 싫어하게 되었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 인간이 얼마나 입체적이고 복잡하고 다양한지 새삼 느꼈을 뿐이에요. 오프라는 정말 대단한 여자더군요. 이건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자기계발서 툭하면 등장하는 단순화 된 성공신화는 정말 100% 구라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충격이 좀 있었달까. 다 읽지는 않았고 (두껍습니다. 쓸데없이--;)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을 계획도 당분간은 없습니다만,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책이었습니다. 참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자기계발서나 검열된 위인전을 100% 믿지 말 것, 인간은 흠도 많고 탈도 많고 모순된 부분도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할 것, 그럼에도, 그런 일부분만 보고 인간을 흑/백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 것, 아무리 흠집 많은 사람도, 아주 위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것, 그 영향은 양면 적이라는 것도. 그리고 돈과 미디어와 권력은 흡사 신과 같다는 것도 기억할 것.
037. 새로운 나를 여는 열쇠
인지치료 라인 심리서적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이쪽 심리치료 효과가 아주 좋은지라. 그렇게 다시 읽는 책 중 한 권입니다. 인지치료 제 3의 조류 중 하나인 스키마치료 서적이지요. 자기도 통제할 수 없는 '자기파괴적인 인생 패턴'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책이에요. 나름 심층치료랄까. 자신도 통제가 안 되는 자기 파괴적 인생패턴이 뭐냐? 한눈에 반하는 남자마다 자신을 패는 남자라던가, 자신을 거들떠도 안 보는 이성에게는 막 불타오르다가,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마음이 식는다든가, 병적으로 자기통제가 안 된다든가, 지속해서 자기 실패를 스스로 조장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던가. 자기도 모르게 그런 짓을 반복하거나, 알면서도 통제가 안 되거나, 뭐 그런 거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치료 받을 당시 '우와 이 이론 좋다.'하고 신났었는데 한동안 안 하다 보니 너무 까먹고 있었어서, 기억을 되살릴 겸, 저에게 해당하는 덫만 다시 읽었습니다. '정서적 박탈감의 덫-나는 결코 사랑받을 수 없을 거야.' '결함의 덫-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실패의 덫-난 실패자인 것 같아요.' '특권 의식의 덫-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어.' 치료방법이라 제시된 것들은, 정말 장기간 자신의 '느낌'과 '본능'과 '충동'과 '자연스러움'에 적극 반하는 행동과 사고를 아주 꾸준히 행해야 하는 장기레이스인지라, 치료사와 함께든 자발적으로든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어렵기는 합니다. 그래도 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인지치료는 물론이거니와 인지치료 제 3의 물결 방법들이 다 그렇긴 합니다만, 이게 명상이랑도 궁합이 참 잘 맞습니다. 그래서 더 좋기도 하고요. 이 책의 '실제' 번역자 의사선생님을 정말 우연히 뵈었는데, 이론 창시자의 강박증적 꼼꼼함을 걷어내기만 하면, 이 치료법이 환자들이 자신을 치료하는데 정말 좋은 치료법이라 생각하신다더군요. (그랬으니 번역을 하셨겠지만.) 임상 데이터나 객관적인 치료 효과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 취향에는 잘 맞는 이론입니다. 사실 취향에 맞아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038. 흑집사
1-13권까지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몇 권으로 쳐야할까요? 만화책 한 권을 그냥 책 한 권으로 치면 너무 반칙... (신부 이야기는 한 권씩 다 쳐버렸지만, 그러면서도 '이건 아닌데..싶기도.') 감상은 짧게만. 오타쿠과 특히 부녀자를 노골적으로 노린 느낌이라, 그 짜증에 안 읽고 치워뒀던 만화였습니다. 그러다 어제 제 상태가 심각하게 메롱해져 있을 때 읽어치웠지요. 막상 읽다 보니, 제가 왜 안 읽었었는지 새삼 알겠더이다. 세바스챤이 마음에 안 들어요. 이름도 별로고 헤어스타일이 특히 구려요. 이름은 개 이름이라 치지만, 그 앞머리는...차라리 싹 까서 넘기라고.
그래도 이런 쪽(?) 만화에도 상당히 관대한 편이어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림도 만화 분위기도 유키 카오리의 영향이 진한데 그것도 나쁘지 않고, 요리만화를 대놓고 패러디하거나, <소년탐정 김전일>과 <셜록홈즈>를 섞거나, <(영화)타이타닉>과 좀비를 혼합 패러디하는 시도 자체가 어색하지 않다는게, 나름 괜찮았습니다. 실시간으로 보다 보면 복창터질 것 같긴 합디다만 (뭐야 왜 갑자기 김전일이야, 때려쳐!), 몰아서 보면 '음 작가가 참 얼굴에 철판 잘 깔고 이것 저것 잘 섞네. 재밌네 ㅋ'이런 느낌이에요. 캐릭터들도 만화 분위기랑 잘 어울리고. 사실 이런 만화는 대놓고 애니랑 얽히면서 가는 듯 한데 저는 일본 애니는 아예 안 보는 편이라, 뭔가 말하기 좀 애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