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공포에 대해 토로

...친구 뒷담화 같은 느낌이 되어버릴 것 같지만, 정말 토로라도 좀 하고 싶어서요.


며칠 전, 간만에 옛 친구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갑자기 박근혜에 대한 생각을 물어오더라구요.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페북에 이런저런 포스트를 보고 말을 걸어온게 아닐까 싶네요.

해서 대선이라던지 현 정부의 부도덕 - 전 치졸함이라고 했지만 -  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런 두런 나누다가, 사실 자신의 생각이 객관적인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말을 걸었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총선 끝났을 때와는 달리 아무래도 박근혜 쪽으로 기울었다면서.


사실 개인적으로 '사실 이 정부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잘 하고 있고, 나는 듣는 의견이 반대 의견 뿐이라서 못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 때문에 한 번 제대로 된 보수 지지자를 찾고 있긴 했어요. 제가 인간관계가 꽤나 좁은 탓인지 환경 탓인지 적극적이지 못한 탓인지 만나질 못했지만요 - 그나마 만난 아이는 논리가 엉망이었고요. 해서 옛날에는 꽤나 친하기도 했겠다...하고 말을 들어봤죠.

논거는 이랬어요.


1. 박근혜라면 소수만이 납득하는 반민주주의적 행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2. 다른 대통령을 뽑으면 여소야대가 되는데, 그 때문에 국정 운영이 난항에 빠지면 안될 것 같다.

3. 박정희와 노선은 같아도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4. 과거를 답습하는 한 이 나라에서 설 곳이 없을 것이라는 것 쯤은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5. 부에 대한 욕심, 명예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어보인다.

6.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려는 것은 박정희의 방법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박정희의 선택이 옳았음을 사람들에게 납득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방법 면에선 다른 방식을 취해서 잘 해낼 것이다. 잘못하면 박정희의 이름을 더럽힐테니까.

7. 대선 출마 선언식에 갔는데, 연설을 들어보니 여전히 부모이야기를 하더라. 역시 박근혜의 목표는 효도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녀의 목표,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8. 지지자들도 박정희의 학정에까지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지지자들은 박정희의 경제발전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고, 반대파는 박정희의 잘못에 반대를 보내는 것이다.


2번에서는 이명박이 보였어요. 8에서는 친구의 무지가 보였고요. 그래서 그것들은 아무래도 좋은 문제였죠.


하지만 제가 두렵던건, 2, 4, 5, 6, 7이었어요.


테르 - 뭘 보고 그렇게 박근혜를 믿는거야?

친구 - 감이야 :-)


거짓말 좀 보태서, 피를 토하고 싶었어요.

대체 그 친구는, 뭘로 저런 믿음을 갖게 된 걸까요.

대체 박근혜는, 뭘로 저런 믿음을 갖게 만든 걸까요.


전 설사 모든 과거와 무관계하더라도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박근혜를 믿을 수가 없는데, 그 친구는 반대로 과거를 포함해서 박근혜를 신뢰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따박따박 다 반박해주었지만, 고맙다면서 알바교육 받으러 가보겠다더라구요. 할말이 없어서, 추적자나 보라고 했습니다. 역시나 안 보고 있다데요.


위의 그 어떤 논거에도 동의할 수 없었고, 나름대로 논파했다고 생각하지만, 친구의 마음은 돌아설 리 없어보였어요.

박근혜의 지지자들은 다 저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도통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정말로 박근혜의 지지자들이 다 저렇게 생각한다고 하면... 이번 대선, 정말 못 이길 것 같아서. 절대 못 쓰러뜨릴 것 같아서.



...그래서 저는 대화를 끝내고서 진심으로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 음 추적자랑 정치적 스탠스랑 무슨 관련이?
      • 정치적 수사법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죠. 정치적 스탠스는 의도하지 않았어요.
    • 어차피 정치성향은 좌우를 막론하고 어떤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모든 논리를 딱딱 들어맞게 맞추어서 이사람을 지지한다~ 뭐 이런 경우는 사실 거의 없지 싶습니다. 논파당했다고 해서 지지자 바꾸는것도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글쓴님이 만약에 말빨 개 쩔어주는 새누리당 지지자를 만나서 완전히 발렸다고 패배를 인정하고 갑자기 박근혜 찬양할거 아니잖아요. 저쪽도 마찬가지죠.
      • 저도 누군가의 성향이나 성격을 바꿀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못 품겠더라구요. 바뀐다면 스스로 바뀌는거고, 남이 할 수 있는건 그 유명한 말처럼, 물가에 데려가는 수준이겠죠.
        말빨이 굉장한 새누리당 지지자의 경우에는, 아마 평행선을 달릴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다만 제가 그들의 이유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게 되겠죠.
    • 저 역시 아직 공부가 더 필요하지만, 저번 지방선거 때 어떤 20대 중반인 친구와 이야기를 했어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박근혜가 되야해 라고 하더군요. 왜냐고 물어보니 난 원래 부모님도 그쪽이고 박근혜가 되야하고 그래야만 된대요. 전 그게 정말 공포스러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부모님이나 보수언론의 프레임을 따라가는 건데도 전혀 부끄러움 없이 당당한 그 모습이요. 보수든 진보든 어느쪽을 지지하던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너가 생각한 게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며 기사를 들먹거리며 설명해도 안듣고 박근혜가 되야 해. 이렇게 말해요.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는 게...ㅠㅠ
      • 네. 저도 동의는 못해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 박근혜 지지자들이 박근혜 좋아하는 거나, 문재인 지지자들이 문재인 좋아하는 거나, 안철수 지지자들이 안철수 좋아하는 거랑 다 거기서 거기 같은데요. 박근혜는 박정희의 후광을, 문재인은 노무현의 후광을, 안철수는 강호동의 후광(...)을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데요.
      • 굽시니스트가 박정희 vs 노무현이라고 했던게 생각나네요.
        ....그런데 강호동요?
        • 무릎팍 말씀하시는듯 ㅋ
          • 음- 무릎팍은 거의 보지도 않았고, 전 컴퓨터를 시작한 이래 15년 동안 주욱 안철수 팬이어서 별로 납득이 안가네요. :3
      • 아 안철수가 갑자기 끌리네요
    • 으하하 roger님이 말씀하신 비유 재미있네요.
    • 이번 대선에선 박근혜 필승이에요. 안철수가 나올려면 지난 국회의원선거 이전에 나왔어야 승산이 있다고 봐요. 자....이제 여왕님의 시대를 어찌 살아야 되나...전 요새 그런 고민이 한창입니다. 정말 레지스탕스라도 조직해야 되나 싶어요.
      • 유학 후에 이민 테크를 진지하게 고려해볼 지경이에요.
    • roger님 댓글처럼 생각하고 각자에 따른 최악을 생각하면 진심 공포스러워요. 지금은 박의 경우가 젤 무섭지만 나머지도 무섭긴 마찬가지라서, 한국에서의 정치에 대해 새삼 회의하고 있어요.
    • 박근혜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아마 4.11총선이었을 겁니다. 당시 야권 분위기는 2013년 체제니 뭐니 하면서 한껒 승리감에 도취해있었죠. 심지어 미국정부에게 다수당이 되면 FTA를 폐기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총선패망의 책임은 70~80% 친노계에게 있고요. 통합진보당에 붙들려 다니고 충청,강원도 사수못하면서 낙동강에 집착하고... 지금와서 민주당내에서 반문재인 세력이 등장하는 건 당연한 거죠. 박근혜가 정치인으로서 가진 장점이 하나 있다면 이여자는 때를 기다릴 줄 안다는 겁니다.
    • 박근혜를 보면 스페인의 프랑코 장군이 연상됩니다.
      엄청난 피바람이 불 듯 싶어요.
      이명박도 공안정치에 의존했지만, 대부분 수세적인 입장이었죠.
      그런데, 박근혜 주위 사람들을 보면 정통(?) 우익 국가주의자들이 수두룩해서 본격적인 보수반동의 시대가 열릴 듯 싶습니다.
    • 박근혜가 대통령이되면 신문과 뉴스를 모두 끊고 살 생각입니다. 수구 세력들의 반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이명박 정권 5년으로 충분했어요. 공부 열심히해서 빨리 외국유학 가려고요.
    •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감'을 따르더군요.
      사람을 판단하려면 그 사람의 과거의 선택들을 돌아보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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