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폭풍의 언덕 봤습니다, cgv 포토티켓 생각보다 실망이네요



1.

폭풍의 언덕 봤습니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을 처음 접했던 것은 몇년전 아시아나 단편 영화제에서 본 단편 'WASP'.

예술영화관이나 영화제 자주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지 몰라도

소위 말하는 "다큐멘터리적인 연출"이라는 게 너무 흔해져서 좀 지긋지긋해질만도 한데,

이 영화는 그 다큐멘터리적인 연출을 적절하게 잘 써먹으면서

짧은 러닝타임동안 이야기또한 탄탄하더군요.

(그 당시 정말 좋았던 기분에 듀게에도 관련 글 몇 개 올렸던 게 기억납니다.)


'아, 정말 좋다. 이 감독 나중에 장편 만들면 챙겨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만,

사실 단편으로 두각을 나타낸 감독이라고해서 꼭 성공적인 장편 데뷔를 하는 법이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데뷔작인 'Red Road'가 깐영화제에 나갔더군요.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스타가 되었을 때와 비슷한 심정일까요?

이 영화는 한참 후에 dvd로 구입해놓고는, "사놓고 안읽는 책"마냥 아직 장식장에 고이 모셔져있습니다만...


정작 제가 먼저 본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장편 작품은 부산영화제에서 본 '피쉬 탱크'.

이 영화 참 좋죠. 여주인공도 인상적인데 앞으로 계속 영화일 했으면 좋겠어요.

조연으로 나온 마이클 파스빈더가 지금처럼 뜨기 전이었기에, 

제 머릿속에서 마이클 파스빈더의 첫인상은... 에... 

더이상 말하면 피쉬 탱크의 스포일러가 되므로 생략. 별로 좋은 이미지는 아니라고만 해두겠습니다. ^^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서두에 비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짧은 본론:

그래서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이 다름아닌 '폭풍의 언덕'을 영화화한다고 할 때

정말정말 기대를 가지고 기다렸고, 어제 드디어 그 영화를 보았습니다.

보고 난 감상은... 음... 흠... 어... 


"안드레아 아놀드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봅니다." 


끝.





아니 근데 정말 저 생각만 들었어요.

뭐랄까, 이 영화 싫어요는 아닌데 묘하게 애매한 느낌.

분명 매력이 없는 영화는 아닌데, 후반부가면 그나마 그 매력도 밋밋해지고...

어린 시절이 그나마 낫긴 했지만, 사실 그 어린 시절도 얕은 포커스와 감각적 묘사가 너무 남발된 감이 있고요.

몰아치는 사운드 효과와 흔들리는 화면과 클로즈업도 30분 쯤 지나니 좀 식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애들 캐스팅은 정말 잘했더군요. 그냥 입다물고 카메라로 잡기만해도 연기가 되어버리는 마스크.)

성인 시절은 캐스팅의 문제라고만 하기엔 전반부에 비해 연출마저 밋밋해졌고,

스탠다드 사이즈의 화면비도 이번 작품에선 어째 잘 못살린 거 같고...

마지막에 Mumford & Sons 노래가 흘러나올 때는 정말 뭥미 싶더군요.

그러고보니 오프닝과 엔딩타이틀의 타이포그라피도 영화랑 전혀 안어울렸던 듯.


이것저것 시도해본 건 알겠는데, 아무리 좋게 봐도 켄 로치의 발전된 계승자로까지 보였던 

전작 피쉬 탱크에 비하면 만족보다는 실망이 더 큰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며

장식장에 썩혀두었던 Red Road나 조만간 챙겨봐야겠습니다. 




2.

제목에 적은 것 처럼, cgv에서 영화를 본 김에 포토 티켓이라는 걸 사용해봤습니다.

티켓을 결재할 때 선택하면, 자신이 직접 넣은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 인화 형태의 표를 뽑을 수 있죠.

인터넷에서 찾은 폭풍의 언덕 스틸 중 하나를 넣어서 만들어봤습니다.

저 스틸사진, 어떤 장면인가 궁금했는데 극중에 슬쩍 나오긴 하더군요.

개인적으론 인상적이었지만 아마 많은 분들은 "저 발 들린 장면이 어디 나왔어요?"라고 물으실 듯.


하여간 나름 기대를 하고 포토 티켓을 뽑았는데...




실망입니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흐리게 나온 게 아니라, (물론 약간 그렇기도 합니다만)

실제로 글씨와 사진이 저렇게 흐리게 나옵니다. (실제로 보면 이 사진보다 아주 약간 선명한 정도...)

맘에 안드는 영수증 티켓 대신에 cgv에서는 포토 티켓을 애용해볼까 했는데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품질...


그냥 영화표는 좀 예전처럼 주면 안되려나요.

영수증보다 종이도 절약될 거 같구만. 쩝.




    • 원래 이미지보다 좀 밝고 연하게 나오더라고요. 아예 어두운 사진으로 포토티켓을 만드는 편이 그나마 나은 것 같아요
      • 이미지도 이미지이지만, 글씨가 흐리게 (이중인화된 것처럼) 나온 게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압구정 cgv 출력기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네요.
        다크나이트라이지즈는 왕십리에서 볼 예정인데, 거기서 뽑아보면 알 수 있겠죠.
        • 저 며칠 전에 왕십리에서 하나 뽑아봤는데 글씨가 선명하지 않았어요. 흰 배경에 검은색 글씨였는데 잉크 떨어져가는 잉크젯프린터처럼 약간 흐리게 나왔어요.
          • 아, 그렇다면 포토 티켓 자체의 한계인가보군요. :-(
    • 요크셔 황무지에 환상이 있는 저로서는 그 감각적 영상과 소리(심지어 영화관 실내가 에어콘 때문에 추웠어요)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어찌나 꼬마 캐서린은 영국 소녀처럼 생겼는지 ㅋㅋ 그렇지만 영화 후반부는 저도 조금 실망했습니다.
      • 정말 그 황무지의 이미지와 소리는 감각적으로 잘 표현해냈더군요. 그런데 후반부가 참...
    • 분위기는 좋았는데 말씀하신대로 너무 남발되다 보니 좀 질리는 면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감독이 털 마니아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말털 새털 사람털(?) 등등 클로즈업 엄청 하더군요.
      • 그러고보니 피쉬 탱크에도 말이 한마리 나왔는데 말이죠. 요새 털이 땡기셨던 모양.
    • 포토티켓에서 글씨가 어두운 부분을 넘어가 버리네요. 저는 레이아웃에서 글씨 들어가는 부분이 아래쪽에 가로로 들어가게 해서 그건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글씨가 깔끔하게 안 찍히는 건 마찬가지..
    • 막장 아침드라마 100편 정도는 뽑아낼 수 있는 소재가지고 그렇게 밋밋하게 영화를 만드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매혹적인 원작 속 히스클리프의 광기를 억제하려는 데서 매력이 반감되었고요.
    • 전에는 포토티켓 뽑을 수 있는 기계가 서울 다섯군데와 인천 한군데에만 설치돼 있었고 별도로 천원인가 더 내야했었죠. 그러다 사라졌는데 최근에 다시 부활한 것이 지금은 별도 수수료없이 그냥 티켓발권기에서 뽑는다고 하니 좀 다를 거 같긴 합니다.
    • 전 그 영수증이 왠지 좋더라고요
      딴소리 죄송함다
    • 앗, 제 감상평이랑 대체로 동일합니다. 음악이 한번도 나오지 않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멈포드 앤 선즈 노래가 나오는데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언급하신 타이포그라피도요. 갑자기 막 세련된척 하는 것 같아서 좀 헛웃음이.
    • 그런데 초반부에 히스클리프가 집에 왔을때 침을 뱉는게 캐시가 맞나요? 원작을 읽은지도 오래되서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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