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1Q84 2권까지 읽었는데요,

3권을 읽긴 할 것 같지만, 사실 전 이 소설이 그렇게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하루키의 거의 모든 작품들을 읽었고(에세이들 포함), 하루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이유들-이를테면, 고유명사들의 남발, 그 특유의 감수성,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엔 너무 가벼운 무언가-들도 제 취향엔 거슬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독자였는데, 이 길고 긴 장편 소설에서는 저런 점들이 마냥 거슬려요. 


그냥, 제 개인적으로 자꾸 눈에 거슬리는 점들을 나열하자면,


등장인물들이 뭘 어떻게 요리해 먹나, 어떤 옷을 입나, 샤워는 몇번 하는가, 맥주는 얼마나 마시나, 하는 것들이 불필요하다(두둥!)고 느껴질때가 있어요--이게 하루키 소설에서 어디 한두번 나오는 것들이냐 하시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정말 불!필!요! 하게 느껴져요. 만약 주인공들의 성격, 심리를 묘사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한다면, 전 그냥 이 방법이 이 소설에서는 유달리 얄팍하고, 비효과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할래요. 그리고 종종 어색해요! 소설의 전체적인 톤과도 따로 노는것 같구요.


또, 영어단어들의 사용: 에, 그러니까 말이죠. '시스테매틱'이 전 참 거슬려요. 이 소설 배경이 1984년(혹은 1Q84년)이라는걸 감안해도, 이런식의 영어단어 사용 조금 촌스러워요.  '온더락'같은 고유명사들은 어쩔수 없다고 해도, 저런 형용사들까지 영어로 남발하는게 이 소설에선 유독 눈에 거슬려요. 아무래도 소설이 길다보니 그런것 같지만...


그리고, 다음 불평...이건 조금 스포일러일수도 있으니까, 스킵하실 분들은 스킵해주세요.






십대 소녀들이 '다의적'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등장인물들 중 성인 남자들과 성교를 하는 내용, 그리고 그걸 묘사하는 부분들이, 전 많이 거슬렸어요. 그냥 그 부분들의 의도나, 효과가 아직 완결된 소설이 아닌 이상 모호할 수 밖에 없다고 해도, 전 이 부분들이 너무 도덕적인 개념이 없는것 같아요. 특히 덴고가 '당했을땐', 물론 어리둥절하고 그렇겠지만, 그냥 그 부분 묘사나 전개가 참 허허롭더군요. 그냥 허허허, 덴고, 자네 이게 뭔고? 싶더라는...-_-;


이 밖에 몇가지 더 있지만,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줄이면...제가 앞서 불평한 이런 것들이 하루키 소설들에서 하루 이틀 등장한 요소들도 아닌데, 이 길고 긴 장편 들에서는 유독 거슬리고, 그냥 한마디로 전 '설득당하지 못했어요'. 소설의 완결까지 읽으면 나아지려나요?


제가 생각한 이번 소설의 미덕들은, 문장들이 참 많이 간결하고, 그러면서도 문장 자체로서 완성도가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 몇몇 장치나, 극의 전개가 세련되게 느껴지는 것들 정도에요. 그의 장편으로서의 바로  전작인 '해변의 카프카'와 비교해봐도, 문장들이나 극의 전개가 훨씬 더 훌륭한 '숙련되었다'고 느껴지더군요.










    • 등장인물들이 뭘 어떻게 요리해 먹나, 어떤 옷을 입나, 샤워는 몇번 하는가, 맥주는 얼마나 마시나, 하는 것들이 바로 하루키입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 말씀드렸잖아요. 다른 하루키의 소설들과는 달리, 저런 묘사들이 이 이야기에서는 꽤 많이 이질감있게 느껴진다구요. 그냥 불필요하게.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하루키에 대해 저렇게 불평하면, 저도 링고님같은 대답을 했죠. 하지만, 누군가가 이 소설에 대해 불평하면서 저걸 지적하면, 전 절대 동의할 것 같아요.
    • 나름 하루키의 팬이고 장편들을 거의 다 읽었는데, 제겐 '태엽감는 새'가 가장 좋았고 그때까지는
      이사람의 소설들이 내 감정의 사각을 비춰준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 작품들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1Q84도 간만에 기대하며 읽었는데, 이제는 테크닉이 더 크게 다가오고 울림이 없어졌어요. 내가 변한건가, 싶기도 했고
      그의 소설들은 성장기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ㅎㅎ 요즘 태엽감는 새를 화장실이나 부엌에 납두고 오며가며 읽고있어서 그런지 더 재밌네요 이 글!
      일큐팔사는 안봣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하루키 좋아하는 저로서는 말씀하신 '문장들이 참 많이 간결하고, 그러면서도 문장 자체로서 완성도가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 요것만으로도 충분히 끌리네요ㅎㅎ
    • 그냥 스토리가 재밌던데요. 1Q84를 스토리 때문에 보는 사람은 저뿐인가요???
    • catcher / 저도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 끝을 보고 싶은데 740매나 쓰셔서 엄청 짜증내고 있다는 -_- 읽어도 읽어도 끝이 안나요!
    • 링귀네/
      저도 하루키의 오랜 팬이지만 그의 글이 '성장기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견해에 많이 공감해요.(섹스 이야기도 잔뜩 나오고!)
      그럼에도 신작이 나올때마다 찾아 읽게 되는 것은, 90년대에 남겨 두고온 그 '성장기 젊은이' 시절을 더듬는 일종의 퇴행의식인지도 모르겠어요.
    • aerts / 앗싸! 두 명~~~
    • 그런데 이 소설은 단지 이야기가 재밌다고 하기에는 저에겐 조금 부정확한 표현이에요.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과학적인 논리가 없고 그냥 판타지나 드라마로 보기엔 장르물 같은 묘사가 많게 느껴지니까요.
    • 저도 비슷한 경우에요. 그전에는 그런게 좋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별로임을 넘어서 짜증까지 나더라구요.
      그래서 전 제가 나이가 먹어서 변한건가..(10년흘러 20대에서 30대로 가서그런가..) 생각했죠..
      여튼 책을 읽으면서 흡입력은 뛰어났지만 나는 더이상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묘사도 여태도 많긴 했지만 이번 소설은 읽으면서 불쾌한 부분들이 있었고..(10대 소녀 클리쉐같은 느낌..)
      초반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던 묘사들이 후반가면서 맥을 풀리게하더라구요.
    • 저도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몇 년 전인 20살때 읽었던 느낌과 지금 읽을 때 드는 느낌이 정말 많이 달라요.
      지금은 감정이입이 된다기보단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보는 느낌.
      하루키는 아무래도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20대 초반들의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예요.

      이건 다른 얘기지만, 전 몇 몇 문장에 강조를 하려고 점을 찍어둔 게 그렇게 거슬릴 수가 없었어요. 사실 그것 땜에 책을 한동안 덮어두고 읽지도 않았었죠. 그 점 찍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아스러운 강조법으로 느껴졌고, 글을 읽을 때 리듬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로서는 그 점때문에 하루키 문장이 주는 리듬감의 '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강조해서 읽어줘! 라고 강요하는 느낌도 싫구요. 지금은 조금 익숙해지긴 했지만..
    • kiwi님의 감상의 저와 거의 백퍼센트 일치하네요.

      그리고, heartstring님이 말한 강조점! 저도 정말 거슬렸어요. 하루키 이전 소설들에서 사용하던 단어들을 볼드로 처리하는거는, 아무래도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에게서 빌려온게 아닌게 싶기도 한데, 이번에 그 굵은 단어들이 점으로 대체된게 저역시도 참 거슬리더군요. 그냥 눈으로 거슬리는게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의미없는 남발'로 느껴졌어요...
    • 닥터슬럼프/ 꼭 '퇴행'이라고 못박으셔야 한단 말입니까 ㅠ.ㅠ
      그의 책을 읽으면 여러나이대의 제가 겹치는 기분이 들죠, 그래서.
    • 저도 이번 소설의 제1권에서는 그 묘사가 약간 불필요하게 늘어지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2권 후반부의 그 성행위는 나름대로 주제의 해결과정이라고 생각했기에 불필요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마는. -> 사실 그래서 이 소설은 2권으로 끝나도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은 합니다. 주변에 복선 - 내지는 떡밥 - 을 정리하기 위해선 3권이 필요하겠지만요...
    • 저도 고2때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은 후로 하루키를 정말 좋아했었지만, <어둠의 저편>에서부터였던가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졌어요. 저 역시 글쓴님이 지적하신 성관계 부분은 많이 불편했고 솔직히 좀 화가 나더군요.
      사실 이야기 자체도 질질 끄는 감이 있는 듯해요. 이게 이렇게 길어져야만 하는 소설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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