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책들


1. <사라진 직업의 역사> 



조선 근대와 식민지 시절 나타났다가 현대에 와서 사라진 9개의 직업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화교환수, 변사, 기생, 전기수, 유모, 물장수 등의 직업군에서 가장 흥미가 갔던 건 물장수 였습니다. 

어렸을 때 북청물장수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내용 역시 흥미로웠는데 물장수들이 협회를 만들고 

상수도회사가 그 협회를 압박하며 지금처럼 물 사정이 좋지 않던 예전의 모습을 그려냈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물을 펑펑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곧 빠른 시기안에 광범위하게 사막화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지만(안 되면 더욱 좋겠지만) 저때와는 다른 의미의 물장수가 또다시 등장할 거란 예감이 듭니다. 



2.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예감하니 이 책이 떠오르네요. 사두고 진도가 나가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순식간에 읽어 버린 소설입니다. 

줄리엇 반스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그 이전작들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은 150쪽 정도 되는데 부커상을 수상할 때 

누군가 장편소설치곤 분량이 적지 않냐고 했답니다. 작가는 한번 읽으면 반드시 두번 읽게 된다. 그렇게 되면 300쪽이니까 전혀 적지 않다 라고 합니다. 

네, 저도 한번 읽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작가의 공언대로 되니 기분이 야릇하더군요.

아무튼 이 소설은 "비극"입니다.  이 말은 이 소설이 진지하기만 하다거나 공포 혹은 전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윤리라는 단어의 허상을 깨부수고 그럼 대체 우리가 아는 악은 어디에서 오는거냐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3. <코르푸스> 



코르푸스, 라틴어로 우리 말로 하면 몸(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코르푸스는 자연과 인간, 영혼과 몸, 구분되어 있으나 구분되지 않은 것들의 총체라고 합니다.

장 뤽 낭시라는 어디서 이름 한번쯤 본 적은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프랑스 철학자의 이 주장은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점점 설득되어 갑니다. 몸은 단순히 육체나 신체가 아니라 몸 자체, 아니 그냥 몸인 것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특유의 말장난 같은 현란한 수사가 종종 길을 잃게 하지만 낭시는 매혹적인 문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에서 '나는'은 결국 코르푸스로 치환됩니다. 주체가 아니라 몸이 사유하고 몸이 접촉하며 몸은 현전되었다가 끝이 없어집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하지만 이 에세이는 정말 매력있습니다. 

한때 자크 랑시에르가 지식인들 사이에서 잠시 인기이었듯이, 혹은 아감벤처럼 시도때도 없이 호명되듯이 

언젠가 장 뤽 낭시의 이름도 많이 듣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데카르트의 '나'란 '코르푸스'라는 주장이 마음에 듭니다ㅎㅎ 처음 듣는 이름인데, 장 뤽 낭시, 기억해두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라는 소설은 관심가는 주제인데, 너무 괴로울까봐 저어되기도 하네요. 요즘 하도 끔찍한 뉴스들을 많이 들으니, 정말 악이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런 생각 많이 하거든요. 어디서 오긴, 인간 안에서 오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긴 합니다만..
      • 거창하게 악이란 단어를 썼지만 잔혹하거나 잔인한 소설은 아닙니다. 그냥 기억과 시간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정도입니다.
    • <사라진 직업의 역사>중 초반 고종의 에피소드가 정말 웃깁니다.
      <코르푸스>는 어제 어제 안읽은 책더미속에서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는데 여름이 가기전에 읽어보렵니다.
      • 부분 부분 깨알같은 개그가 숨어 있는 것이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경성에 딴스홀을 허하라>도 생각하구요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책 사놓고 앞에 좀 읽다가 말았는데, 다 읽게 되면 정말 다시 읽게 될지 궁금합니다. 책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접해서 기대가 됩니다. 독서평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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