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온 편지

삼각김밥 님의 글타래를 보고 올려봅니다. 
사투리로 쓴 시 중에 정민경 양의 <그 날>만큼 좋아하는, 이지엽 시인의 <해남에서 온 편지>입니다. 듀게 검색해 보니 <그 날>은 이미 올라와 있군요.

올해도 지인과 이 시 같이 읽고 괜히 눈알 빨개지면서 머쓱 웃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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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온 편지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 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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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동네 할머니 막내따님이 수녀가 된다고 하셨대요. 어르신 지금도 막내딸 생각하면서 잘 지내고 계실까요.
    • 니무슨주변에고기묵건나. 콩나물무거라. 참기름이나마니처서무그라.

      이렇게 시작하는 이범선의 <표구된 휴지> 생각나네요. 좋아하는 단편인데.
      • 앗 실수를ㅠ 늘보만보님 감사해요! 저 단편도 찾아볼게요 :)
    • 편지는 저렇게 소리나는데로 안써요 누구라도 표준말 섞어서 쓰는 법을 압니다.
      • 아이 참 가영님도. 시적 허용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
    • 저렇게 편지 쓰시는 분 없지 않아요. 누구라도는 아니죠.

      시 좋네요, 루건님. 괜히 울컥해요.
      • 흑흑 생쿠님 공감 감사해영ㅠㅠㅜ



        그러고보니 우리 할머니도 한글 배우신 지 몇 해 안되셔서 소리나는 대로 편지쓰시네요! 작년 설에도 저한테 서툰 글씨로 덕담 써주셨어요 ;)
      • 우후훗 님, 확인했는데 스마트폰이라 답장을 못했어요. 지금 컴퓨터가 며칠 외출중이라 답장은 월요일에 밖에서 드리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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