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가득1] 기대를 너무 크게 했던 캐빈 인 더 우즈 (스포일러 있음)




제목 그대로입니다.

장르의 판도를 바꿀만한 "물건"이 나왔다는 소문에 기대를 너무 크게 했던 걸까요.

생각보다 밍밍하더군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뭔가 잘못 쓴 거 같지만 넘어가고...)

소문의 라스트 30분도 재미있긴 한데 듣던만큼 굉장하지는 않았고요.




사실 뭐... 보면서 내내 불만이었습니다.

(아 좀비가 나왔잖아! 근데 뭐하는 거야? 찔러! 찢어! 죽이는 건 왜 안보여줘?!)

(아 지금 저 일본은 뭐야! 어린 애들이라 못죽일 거면 애초에 여고생 설정으로 가서 살육전을 보여줘!)

(애초에 일본 호러 패러디한 거잖아! 그래놓고 뭐 한 명도 못죽여?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이 영화 전체관람가야?!)

(딴 나라들은 왜 또 제대로 안보여주는 거야! 킹콩은 뭐고 불탄 마을은 뭔데?!)





저는 차라리 스크림4편이 더 좋았습니다. 본 사람들은 다들 별로라고 했던 영화지만.

2010년대의 문화 전반이나 호러 영화의 컨벤션을 다루는 것도 더 나았고,

무엇보다 호러 영화로서의 완성도가... 


안무서운 건 괜찮아요. 근데 안무서우려면 재미라도 있어야죠. 

80년도 슬래셔 무비들이 어디 무서워서 봤답니까.

프레디 크루거가 무서워서 인기 끈 거 아니잖아요. 재미있으니까 인기 끈 거지.

근데 이 영화, 참 재미있을 수 있는 순간이 많은데 그걸 못살려내더군요.

아쉽습니다. 이블데드2의 재기발랄함이나 스크림 1편이 나왔던 때의 그 참신함을 기대했는데.




영화 마지막 30분 얘기 더해보자면, 뭔가 엄청난 재미를 줄 거 같이 나가더니 

그냥 우르르 쏟아져나와서, 뭐가 뭔지 제대로 볼 시간도 없이 우르르 퇴장.

크리처 하나하나가 분명 예전 호러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인데,

기왕 그렇게 짜놨으면 적어도 관객이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샷구성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 누가 봐도 핀헤드 오마주인 애를 등장시켜놨으면 적어도 핀헤드 비슷한 짓은 하고 들어가야죠.

꼬마 발레리나 얼굴에 입을 달아놨으면 그 입으로 뭘 하는 걸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거구요.

하지만 그런 거 없고 cg 캐릭터들이 이리 저리 엉키기만 하는데 그나마 화면까지 어둡고... 

(3D영화도 아닌 주제에 왜 이리 어두컴컴한 건지!)

아, 그래도 하나 맘에 드는 애 있었습니다. 월E의 호러버전인 듯한 그 로보트.

걔는 엑스트라인데도 혼자 튀더군요.


cg시대의 폐해일까요. 아님 블럭버스터가 아니라 어쩔 수 없었을까요.

프로메테우스는 그런 면에서 좋았는데 말입니다.

프로덕션 디자인이든 크리쳐든간에 관객들이 음미할 수 있도록 "충분히", "제대로" 보여주는 그 맛.

요새 영화엔 그런 맛이 없죠. 미친듯이 빨리 넘어가는 컷편집만 있을 뿐.




그리고 결말...

뭐 막나가는 영화니까 막나가는 결론을 이끌어내보자는 건 좋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설득력이 와장창 깨지더군요.

아까까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 굴던 애가 자기가 죽는다니 "그런 거 난 몰라"라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 밖에.

이럴 거면 인류의 존망을 걸고서도 자기 목숨을 아끼는 인간의 본능을 제대로 보여주든가,

아님 정말 개그처럼 죽으려다 실수로 여자가 먼저 죽게 하든가,

아님 애초에 얘의 이기적인 측면을 제대로 설정 깔아주든가...

(그러고보니 얜 대마에 취하기 전에 어떤 캐릭터였던 건지 모르겠군요.

친구들 반응을 보면 평소에도 약하는 애인 거 같긴 한데
하는 행동을 보면 다른 등장인물들처럼 "선입견과 달리 똑똑하고 용감하다"는 거 같기도 하고...)

그냥 뜬금없어요. 영화 보면서 "아, 인류가 멸망한대잖아! 그냥 좀 죽어!"라고 외치고 싶더군요.

그래놓고 마지막의 그 "거대한 손"도 기대만큼 임팩트가 없어서...

참고로 저 영화속에서 "모두를 의한 희생" 진짜 미치도록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_-;







제가 너무 기대를 한 거겠죠?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습니다.

이런 영화는 속편에서 더 크게 질러주면 좋을텐데

감독이 "속편 없냐"는 질문에 "내 영화 결말을 보긴 하셨나요?"라고 반문한 걸 보니 속편은 없을 듯.

(아이구 이 8학군 모범생같은 아저씨야, 헐리우드 장르 영화를 비꼬는 영화를 만들었으면서

속편 없냐는 질문에 그렇게 정색을 하는 게 어디있나요.

무서운 영화 시리즈 보고 배우세요. 전편에서 죽은 애 시침 뚝 떼고 나오는 것 정도는 기본이라니까!)



다만 보면서 좋았던 건, 캐릭터들이 은근히 바글바글 많은데

그 많은 조역들을 하나하나 잘 잡았더군요.

그치만 오두막의 5인방보다는 통제실 직원 콤비와 화학부서 아가씨가 더 좋았습니다.

이 사람들의 최후도 다 맘에 들었구요. 특히 "인어"가 등장하는 그 순간 웃음이 큭큭.


    • 대체적으로 동감해요. 평이 좋아서 봤는데 밍밍. 제일 좋았던 건 초반 통제실 공개 때까지랄까. 통제실 신입 흑인 직원은 맥거핀? 시고니 위버 나온 후로는 너무 웃겼고요. 의도된 거라고해도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어요;
      • 마지막 손 역시 전혀 와닿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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