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택시 역주행, 백석 시 한편
1.
오늘은 새벽출근하는 날이라 아침에 택시를 탔어요.
이른 시간이라 차가 꽉 막히진 않고 그냥 한줄로 서행하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 트럭이 아주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너무 느리다 싶었는지
기사 아저씨가 역주행을 하셔서 정말 깜짝 놀랐네요.
그래봤자 2~3분 차이거든요.
트럭 앞도 뻥 뚫린건 아니고 그냥 앞차랑 간격이 좀 많이 벌어져있는 상태고
어차피 그 구간에는 끼어드는 차도 없어서 느리지만 천천히 가면 되는데
빨리 가달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는데 왜 역주행을...
차선을 바꾸는 느낌이 나서-몸이 쏠리니까요-이상하다? 하고 고개를 들었더니
택시는 이미 역주행 중이고 정면에선 하얀 트럭이 오고있었어요.
화들짝 놀라 온몸에 힘이 들어갔는데 택시아저씨가 쉭 하고 원래 차선으로 돌아가시더라고요.
마주오는 트럭도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빵빵거리지도 않고 그냥 달려오고 있어서 더 놀랐어요.
회사가려고 탔지 저승가려고 탄게 아닌데 왜 남의 목숨을 가지고 곡예를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도착할 때 까지 너무 놀라서 항의도 제대로 못해서 마음에 걸리네요.
카드결제 해서 영수증 받아왔으면 신고할 수 있었을텐데 영수증도 없고 차 번호도 모르겠어요.
아침에는 그런 생각을 미처 못했거든요. 카드 홈페이지에 가서 영수증 확인하면 번호가 있으려나..
보고 있으면 늦었지만 다산콜센터에 신고하려고요. 근데 이거 신고할 수 있는거긴 한가요?
예전에 지인분이 쓰러지셔서 사설 앰뷸런스를 함께 탄 적이 있는데
-당시에 119에 먼저 신고했는데, 구급차가 올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 때도 차가 막히니까 앰뷸런스가 역주행을 하더라고요.
그 때는 상황이 상황이라 빨리 가주시기를 바라긴 했지만 역주행은 생각도 못한터라..
가는 내내 불안에 떤 저는 그렇다치고, 자기 차선에서 안전운전 하시다가 당황하시는 분들은 또 무슨 죄인지..
새삼 운전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네요. 전 면허가 없는데, 제 운동신경과 멘탈로는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2.
곧 백석 시인 탄생 100주년이라죠.
얼마전에 한창 귀신얘기도 많았고 해서...
마지막 줄 빼면 아주 귀여워서 좋아해요.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나는 이 마을에 태어나기가 잘못이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나는 무서워 오력을 펼 수 없다
자 방안에는 성주님
나는 성주님이 무서워 토방으로 나오면 토방에는 다운구신
나는 무서워 부엌으로 들어가면 부엌에는 부뜨막에 조앙님
나는 뛰쳐나와 얼른 고방으로 숨어 버리면 고방에는 또 시렁에 데석님
나는 이번에는 굴통 모롱이로 달아가는데 굴통에는 굴대장군
얼혼이 나서 뒤울안으로 가면 뒤울안엔느 곱새녕 아래 털능구신
나는 이제는 할 수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대문간에는 근력 세인 수문장
나는 겨우 대문을 삐쳐나 바깥으로 나와서
밭 마당귀 연자간 앞을 지나가는데 연자간에는 또 연자당구신
나는 고만 디겁을 하여 큰 행길로 나서서
마음 놓고 화리서리 걸어가다 보니
아아 말 마라 내 발뒤축에는 오나가나 묻어 다니는 달걀구신
마을은 온데간데 구신이 돼서 나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