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일단 전 기독교인이라는 걸 밝힙니다.

모태신앙을 갖고 있어서,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죠.

이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알라가 여호와와 같은 말이라는 것과,

유대교, 기독교에서 공통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을

무슬림들도 똑같이 여긴다는 건 알고 있었죠.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낳은 적자 이삭과 이삭의 적자 야곱이 유대인들의 조상이 됐고,

아브라함의 첩 하갈이 낳은 첫째 아들 이스마엘의 자손들과,

이삭의 첫째 아들 에서의 자손인 에돔 족속 등이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이 됐다는 정도로요.


거기에 조금 더 알게 된 건 중앙아시아에 대한 대학 교양수업을 들으면서였죠.

이슬람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게 됐다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자가 많은 종교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게 이렇게나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었죠.

이태원에 있는 중앙성원도 갔었고요. ㅎㅎ


제 경우엔 이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깜짝놀랄 만한 것들을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 달라서 당황했던 것의 예로,

'한 손엔 쿠란, 한 손엔 칼.'이라는 게 

이슬람의 최고 성서인 쿠란이나 하디스, 순나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이슬람은 포교에 대해서는 무관심에 가까운 교리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는 일차로 멘붕이 왔죠.

'믿고 싶으면 믿고, 싫으면 말라'는 식이라는 거죠.


거기에 이어서 두 번째 멘붕.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에 참수형을 받게 되어 있는 범죄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배교라고 하더군요. ㄷㄷㄷ


또, 샤리아에 참수형을 받게 되어 있는 범죄가 여섯 가지인가 되는데,

사형제폐지론자인 저로서는

살인과 강도는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배교와 간통(아마도 여성만의!)이 참수형이라는 건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부르카와 히잡에 대해서도 착용을 강제하는 명문은 없다고 하더군요.

다만, 경전(아마도 순나인 듯)에 음탕하게 몸을 드러내지 말라는 식의 내용이 있는데,

종파별로 이맘들의 해석에 따라서 히잡을 쓰기도 하고, 부르카를 두르기도 한다고 하고요.


아비뇽 유수 이후 정교분리가 천 년 가까이 진행이 된 마당에 

이슬람에서는 신정일치,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본다는 것도 충격이었습니다.

종교법인 샤리아를 그대로 집행하는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예멘 등등

저쪽에서는 실제로 샤리아 안 지켜서 참수당하는 사람들이 한 해에 몇 명씩 생긴다고 하더군요. ㄷㄷㄷ


하지만 육신오주의 쉽고 기본적인 교리만 지키면 모두 동등한 무슬림으로 여긴다는 것,

구체적으로, 무함마드 이후에 어떠한 성직자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신 아래에 모두 동등한 사람만 있다는 '평등의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느껴지더군요.


물론 제가 느끼기에는 좀 판타지스런 점도 있습니다.

육신(六信), 즉 여섯 가지 신앙의 대상이라고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것들을 보면,

알라, 천사들, 경전들, 예언자들, 심판, 운명론이라는 여섯 가지를 믿는 것이라고 합니다.

근데, 여기에서 특히 '천사들'이라고 하는 부분이 말이죠,

사실은 지니예요, 알라딘과 요술램프에 나오는 그 램프의 요정 같은 것 말이죠.

선한 지니도 존재하고, 악한 지니도 존재하고,

이들의 존재로 불가사의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사람이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는 이 모든 것을 믿는 게 신앙의 내용이라는 거죠.


또 무함마드 이후의 예언자를 부정한다고는 하지만,

무함마드의 혈육과 후계자들에 대한 권위는 엄청나게 인정해줍니다.

많은 수의 중동의 왕가들이 그러한 근본을 갖고 있죠.

특히 길고 긴 이름 중에 '칼리파'가 들어가는 사람은 백퍼 왕족, 아니면 토호들을 거느리는 제후의 신분이라는 것.


신 아래 동등한 무슬림이라고는 하지만,

이맘이라는 사람들에게는 평신도 신분의 성직자라는 의미론적 모순을 담고 있는 설명이 따라 붙는 것도 사실이고요.

몇몇 이맘들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죠.

이란의 호메이니와 하메네이 같은 사람들이 그 대표죠.


뭐, 여기까진 그렇다치고,

저한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역시 기독교와 신약성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예수를 예언자 중의 하나로 취급한다는 것 정도는 전에도 어렴풋하게 알고 있긴 했지만,

사복음서를 성서로 보고, 육신(六信)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는 건 생각지 못했었으니까요.

예수의 지위에 대해서는 기독교와 견해를 달리하는 건 물론이지만요.


이태원 중앙성원에서 받은 소책자에는,

복음서의 말씀을 인용하고 거기에 대해 해석하면서,

예수님(중앙성원의 소책자에 '님'이라는 의존명사를 붙였더군요!)이 중요하고 방대한 말씀을 전해준 위대한 예언자임이 틀림없지만,

하나님의 아들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적혀있더군요. ㅎㅎ


어쨌거나 제가 알게 된 바로는,

이슬람에서 예수는 동정녀의 아들이고,

십자가에서 사망하지 않았으며,

하늘로 승천했고,

심판 때에 다시 내려올 위대한 예언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성서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는 아주 소수의 무슬림들에 국한된 것이고,

기독교 문화와 접할 일도 없고,

성서라고 해봐야 가끔 이맘이 낭송하는 쿠란을 듣는 정도가 전부인 많은 수의 무슬림들은

예수라는 사람이 대체 누군지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선데이 크리스천에게 히스기야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으면,

"아... 음... 왕이죠. 맞나?"라고 하고 말 사람이 대부분일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슬람을 신앙의 대상이 아닌 분석의 대상으로 보았을 때엔

이슬람이 예수를 적당히 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고 하더군요.


기독교의 구약성서에 보면 유대인들이 이방신들을 섬기는 죄에 빠지는 내용이

모세오경에서부터 말라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 되죠.

문화 교류의 측면에서, 그 지역의 인종적, 언어적 유사성 등에 비춰보면,

유대인들이 타민족의 종교를 접한 만큼, 타민족도 자연스럽게 유대교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약성경에도 이민족으로서 유대인들의 신을 경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오죠.


유대교의 교리와 역사는 주변에 나라가 세워지고 망하고를 몇 번이나 반복해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죠.

거기에 예수의 제자들은 유대교의 폐쇄성을 일소했고, 

이방인의 사도인 바울의 가르침에 근간을 두어 

피 한 방울 안 섞인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에게까지 기독교가 퍼져나간 겁니다.


그리스인, 로마인에 비하면 유대교의 전통에도 익숙하고 혈연적으로도 가까운 

그 근방의 사람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더 쉬웠을 수도 있죠.

실제로 무함마드 생존 당시에 아라비아 반도에는 토착신앙과 유대교, 기독교가 공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시대에도, 이슬람의 절기인 라마단이 되면 검은 천막을 친 직육면체의 구조물을 

셀 수도 없이 많은 무슬림들이 둘러싸고 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천막을 쳐놓은 직육면체의 구조물이 카바 신전입니다.


무함마드 당시에 카바에는 수 백 개의 우상이 세워져있었다고 합니다.

무함마드는 카바 신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죠.

무슬림의 조상은 아브라함의 첫 아들 이스마엘이고,

아브라함에게 버려진 하갈과 이스마엘이 물이 없어 죽어가던 때에 신의 도움으로 물을 얻은 곳이 카바였고,

사실 그곳은 인류의 시조인 아담이 제사를 드린 곳이었으며,

이후에 아브라함이 이스마엘과 함께 신전을 재건했고,

무함마드가 다시 한 번 그곳을 신을 위한 장소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유대교에 대한 민족적 열등감(유대교에서 신은 철저하게 유대인 러버인 탓에)을 보완하고,

유대교적인 전통을 적당히 가미한, 

그런 무함마드의 스토리텔링 이후에 이슬람교의 교세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아랍민족이면서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이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도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당시의 기준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종교지도자인 무함마드와,

기독교계 개종자들의 절대자인 예수의 지위를 절충할 필요성이 있었고,

무함마드 본인 스스로가 최고의 예언자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의 속성을 공유하지는 못하는 인간으로 머물게 하는 대신,

예수의 지위를 신의 아들에서 한 발자국만 물러난 자리로 끌어내리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주절주절 썰이 길어졌는데,

이슬람도 알다보면 재밌어요.

오해하던 게 이렇게 많았다뉘...라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 그래도 지구상 최악의 종교.... 명예살인좀 제발 어떻게 좀....
    • 명예살인... 그네들 나름대로도 문제인식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샤리아에 나온 거라서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에요.

      최근에는 또 세속주의 국가의 독제정권이 무너지면서 이슬람 원리주의가 강화되고 있긴 한데,
      새롭게 샤리아와 파트와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쪽에서는 명예살인은 예외하기도 한다더군요.

      그들도 고민하고 있는 거죠.
    • 명예살인뿐만이 아니죠. 전에 그 코 잘린 여인... 친족 간에 그 잘난 명예 지키겠다고 저지른 일인 줄 알았더니만 무려 법적 처벌이더군요.
    • 교회 다니는 언니에게 "이슬람과 기독교는 같은 하느님을 믿는데 왜 그렇게 싸울까" 했더니,그런 소리 교회에서 하면 큰일난다고 하더라구요.절대 같은 하느님이라고 인정 안 한다고.....근데 정말 그런가요?
      성당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된 적이 없어 모르겠는데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그리고 이태원 이슬람 성원 갔을 때 들은 말로는 현재 문제가 되는 법들은 다 권력자들이 권력을 위해 교리를 멋대로 해석한 거라고 하더라구요.뭐...그 주장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 이슬람교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아서 듀게에 글도 올리고 검색도 해보고 있었는데 가녘님께서 이렇게 글을 써주시니 반갑네요. 잘 읽어보고 갑니다.
    • '한손에 칼 한손에 코란'은 역사적으로 서구인들이 무슬림에 의한 영토확장을 가리켜 이슬람의 호전성과 종교의 강압적 전파를 설명했던 방식에서 유래한거라고 이희수교수가 쓴책에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건 이슬람이 표방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이교도에 대한 적개심과 확산되는 이슬람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용어라고 하네요. 실제로 최근 이슬람국가들의 근본주의들이 드세지고 세계정세속에서 팔레스타인 이슈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여론조성에 의한 이슬람의 폭력성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크다고 봐요. 종교자체로는 타 종교에 대해서도 관용성을 느낄수 있죠.

      전 이슬람세계에 대해 이해안가는 부분은 남녀유별(예배도 따로 보죠)에서 기인한 수많은 해서는 안되는 것들로 인한 여성에 대한 핍박-그들은 보호라고 부르는-이 가장 커요. 정교일치라 법적으로 처벌도 되어서 어이없을때가 많죠.

      가녘님이 이야기했듯이 이슬람에 대한 오해가 많긴 해서 교육이 필요하긴 하죠.

      보리/아마 이슬람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닐까요? 예수를 신으로 보지 않으니 더 심할수도 있구요. 미국이 뭐낙 이슬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니 미국개신교의 영향이 큰 한국에서 그 영향을 받았을수도 있구요.
    • 근대 이전에 명예살인은 이슬람을 포함한 유목민족에게서 종종 보이는 문화현상으로 알고 있어요.
      이게 이슬람에서는 근대화 이후에 오히려 빈도수가 크게 증가했고요.
      음... 여기에 대해서 뭔가 읽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ㅠㅠ
      암튼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이슬람문화가 굉장히 평화를 사랑하고 합리적이어서 놀랐어요.
      특히 전쟁에 있어서!! 그들의 방식과 관용에 거의 감동을 받은 기억이...
    • 맞아요.스페인이 이슬람 점령하에 있었을 때와 카톨릭 점령하에 있었을 때를 비교해보면...ㅠㅠ
    • 파바치 / 명예살인이 근대화이후에 오히려 빈도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말씀을 듣고보니 기독교 문명에서도 마녀사냥은 정작 카톨릭이 흥하던 중세 시대에는 거의 없었고, 종교개혁이 한참 일어나던 중세말 - 근세 시대때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역사가들의 지적이 떠오르는군요.
    • lovingyou, petra / 이슬람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문화상대적인 관점에서 관용적으로 이해하는 건 역시 쉽지 않죠.

      그네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여성을 제약하는 게 아니라 보호한다는 건데,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암묵적인 문제인식을 하고는 있다고 합니다.

      다만, 샤리아가 문제죠. 명문화 되어 있고, 문리적인 한계를 벗어난 창조적인 해석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그래도 파트와 수준에서는 여성의 자유 억압을 완화하는 추세라고는 하더군요. 보호하는 내용은 엄격하게 해석하고, 제약하는 내용은 느슨하게 해석하는 식으로요.



      레사 /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파비치 / 일단 이슬람이라는 말의 뜻 자체가 자비와 관용이라고 하니까요.

      물론 교리와 집단의 도덕성 문제는 별개죠. 좋지 못한 이상을 가진 세계종교가 있었던가요.

      이슬람은 과격하다는 요즈음의 일반화된 관념이 깨지면서 감동으로까지 연결하신 게 아닌가 싶네요. 평화를 사랑하고, 합리적이고, 관용적인 사람은 기독교인 중에도 있고, 불자 중에도, 비종교인 중에도 드물긴 해도 찾을 수 있죠. 반대로 무슬림 중에 과격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물론 그 수는 틀림없이 절대적인 소수에 불과하겠지만요.



      보리 / 이슬람에 지워진 테러리스트 같은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이슬람에 대한 무지가 기독교인이 과민반응하게 되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유대교와 기독교가 신앙의 대상을 공유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사람이 많을 걸요. 이슬람과의 관계도 사실 크게 달리 볼 게 없죠.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이슬람은 통일교나 몰몬교 같은 이단이면서 좀 규모가 크다고 여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좀더 교리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공인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가 아닌, 쿠란이라는 위경을 기반으로 해서, 성서의 말씀을 임의로 더하거나 빼어서 해석하는 것이 문제인 거죠.

      스페인 이야기는 무슨 맥락에서 말씀하신 건지 잘 모르겠네요. 레콘키스타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서는 또 얘깃거리가 있긴 한데, 그건 아닌 듯하네요. ㅎㅎ



      세간티니 / 대결과 갈등을 싸잡아 안고 사는 인간의 본성 때문일까요? 원인을 생각해보려니까 머리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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