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믿어보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네요. 요즘들어 유독 그래요. 날로 의심만 깊어지고 불신은 쌓여가고. 쌓아온 시간들이 탄탄한 사람들에게야 아직은 (적어도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 무슨 일을 저지르든 그게 나쁜 의도는 아니였을 거라는) 믿음들이 굳건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들이 점점 더 길어져가는 걸 느껴요.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들도 길어지죠. 하지만 그 사람을 어떤 의심도 없이 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보다도 훨씬 더 길어졌어요. 아이러니한 건, 실망은 훨씬 더 쉬워졌다는 거죠. 더 힘들게 갖게된 믿음인데도 말이에요.
재고 따지고, 믿질 못해 의심하고 실망하고. 끝까지 경계를 못 늦추다 찰라에 '역시나' 하곤 휙 돌아서고야 마는 일들이 잦아졌다는 걸 오늘에서야 문득 깨닫곤 정말 슬퍼졌어요. 예전엔 정말 쉽게 믿고 절대 쉽게 실망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반성이 많이 됩니다. 지금껏 받은 상처들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 변명하기엔 제가 그들에게 준 상처들도 결코 가볍지 않죠. 제가 받았다는 상처들 또한 제 스스로 할퀴고 헤집은 적이 너무나 많고요. 뭐가 그리 두려워 가벼운 손짓 하나에도 흠칫 놀라 발톱을 잔뜩 세우곤 으르렁대며 살았는지. 남의 눈에 눈물내면 내 눈에선 피눈물이 나는 법이라는 말을 이제야 곱씹게 됩니다.
전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는 사람이예요. 인간관계라는 것도 결국 이해관계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서글프죠. 허무하기도 하고요. 근데 태어나면 죽는 것처럼, 그냥 그것도 자연스러운 거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소위 인맥관리라고 하는 거, 안 해요. 이유없이 괜히 먼저 연락하는 일 거의 없고요. 살갑게 챙기는 거 못하고요. 누가 저한테 지나치게 다가오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받는 만큼 줘야 하고, 주는 만큼 받길 바라는 게 사람이잖아요. 심지어 가족 간에도 거리두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들이 자식에게 바라는 것, 자식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 다 거리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때때로 이건 너무 인정머리 없이 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저는 덜 주고 덜 받는 게 좋아요. 그래야 부대낌도 덜하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악의가 없는_일반적인 정도로 선하고 악하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믿는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 사람의 선한 의지를? 나에 대한 호감을? 흔들리지 않을 신뢰를? 믿음도 관계도 언제나 평등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람을 사람 그대로, 관계를 관계 그대로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쉽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