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아쉬웠던 것 몇가지. (당연히 스포 충만)

이 영화의 훌륭한 점들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바와 비슷할 것 같아서 생략하고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 몇가지만 간추려 봅니다.

  

1. 적(敵)

   피셔의 꿈속에서 나오는 적들의 존재감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위협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추출에 대비한 피셔의 무의식이 만들어 낸 지킴이들'이라는 무명의 존재들이 아니라

   무어라 칭할 수 있는 특정한 존재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더불어 그들과 맞서는 방법이 현실세계의 총싸움이 아닌 뭔가 독특한 방법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2. 설원 액션 시퀀스.

    이 시퀀스는 영화전체의 완성도에 비하면 밸런스가 맞지 않을 정도로 퀄러티가 낮다.

    공간 자체가 주는 상투성(마치 후진 액션 영화의 마지막 공장 시퀀스같은)과

    현저하게 떨어지는 액션의 구체성(누가 누굴 어떻게 죽였는지가 분간이 되지 않는) 때문.

    그나마 동시에 진행되는 나머지 두 개의 액션이 주는 긴장감과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

 

3. 맬과 코브의 사연.

    맬은 왜 코브에게 그토록 애절하게 꿈속에 남자고 애원하는지 그 구체성이 잘 와 닿지 않았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서? 그렇다면 현실의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 했는지.

    코브가 실행한 인셉션때문이라면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집착을 하게 된건지.

    다른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의 핵심 감정인 이 부분은 좀 더 명쾌하고 분명하게 묘사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

 

4. 마지막으로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

    늙은 사이토와 코브는 어떻게 해서 꿈에서 깨어나게 되는가?

    코브가 림보에 빠질 위험을 무릎쓰고 자신은 남아서 사이토를 데려가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사이토를 현실로 데려간건지? 총을 쏴서?

    이 부분이 통째로 없다보니 코브가 얼마만큼 애를 썼는지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 3. 코브는 왜 현실로 돌아오고 싶었는지도 설명이 부족하죠. 이런 걸 제대로 설명하려면 3부작은 되어야 했을 거에요.

      4. 마지막은 여전히 현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으므로 느슨하게 처리했다고 볼 수 있죠.
    • 2.저도 설산에서 액션신은 별로였어요.
      4.요건 열린 결말 처리 부분으로 봐도 될것 같구요..
    • 3. 공감합니다.

      코브가 사이토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는 동인은 '집에 가서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고, 코브가 꿈 속에서 계속 트러블을 겪어서 각종 위기와 갈등을 자아내게 하는 원인은 맬에 대한 죄책감과 미련이었잖아요. 둘 다 감정의 영역이죠. 다시 말하자면 설정 자체나 겉 생김새는 분석적이고 과학적이지만,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추진력은 감정에서 오는 건데, 이 부분의 설득력이 약했던 것 같아요. 작품의 성공(?)에 있어서 내러티브의 설득력과 흡인력이 중요한 영화가 있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영화가 있는데, <인셉션>은 두 측면을 모두 갖고 있었죠 (그 정도는 각 시퀀스별로 달랐구요). 그럼 이것저것 다 잘 해야 하는데.. 특별하게 잘난 구석도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인셉션>은 겉으로 보기엔 거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하고 있는 이야기는 한 개인의 정신/마음/무의식이라는 좁고 깊고 내밀한 영역에 대한 것이잖아요. 이 때 개인은 코브와 피셔일텐데, 둘 다 그리 성공적으로 다루어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까 낮에 갓 보고 온 거라 생각이 무르익지는 않았으나, 원래 제법 능력있는 편인 배우들의 연기와 인간적 매력이 이 영화에서는 그리 잘 살아나지 못했던 것 역시 감독의 책임이 크지 않나 싶구요. (팬심에서 사족 하나 덧붙이자면 - 흑.. 우리 머피는 겨우 그 정도에 머무를 만한 배우가 아니라구! ㅠㅠ)
    • 1. 외부의 적이 주는 긴장감도 긴장감의 중요한 축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누군가의 무의식과 맞닥뜨린다는 과정 자체가 중요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사람이 외부의 적과 싸우는 데도 많은 기운을 쏟으며 살아가지만 보통은 내부로 흐르는 피가 더 선명하고 고통스러운 법이잖아요. 물론 인셉션의 꿈은 설계된 것이고 추출자들도 타인의 꿈으로 침투하지만, 다른 이의 무의식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상처와 계속해서 맞닥뜨리는 것(코브)을 보면, 어디에 있건 무슨 꿈을 꾸건 결국 자기한테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런 자기와의 투쟁이 어떤 블록버스터보다도 더 긴장감 있게(혹은 징글징글하게) 느껴졌어요.

      3. 어쩌면 위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일 수도 있는데 꿈 속의 맬은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코브 자신이니까요. 맬이 지난하게 코브를 붙드는 건 그만큼 코브가 그녀(라는 상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 혹시 죽기 전 맬이 림보로 돌아가자 했던 걸 말씀하시는 거라면 맬이 림보를 어느새 현실로 인식하고 그 곳에 머물려 하자 여기가 꿈이고 우리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라고 코브가 인셉션했던 거였잖아요. 기차 자살로 현실로 돌아온 뒤로도 코브의 인셉션이 무의식에 남아 끊임없이 속삭였겠죠. 여긴 꿈이야 현실로 돌아가야 해.. 어떤 쪽이든 무의식의 무섭도록 끈질긴 힘을 보여주는 은유라 생각했어요.
    • 저도 조심스럽게 조금 더 덧붙이자면, 1.과 4.는 이 영화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롤로님 말씀대로 타인의 무의식과 맞닥뜨린다는 것만 제대로 부각시키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오히려 영화에서 했던 것처럼 눙치고 넘어가는 게 이런 세계를 다루는 데에는 더 합당한 방법일 수 있죠. 그래도 액션이 별로였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만.. 근데 4.는 정말, 안시님 말씀대로 좀 더 강화되어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 안시님 말씀과 들판의 별님 말씀에 모두 공감합니다. 내면적인 얘기들을 다루다보니 실체적인 느낌이 부족해 덩달아 영화의
      스케일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다만 안시님의 말씀 중 4번은 그냥 영화에서 보여준대로 받아들이고 넘어가도 될 듯 합니다.
      늙은 사이토가 코브를 알아보고 총에 손을 갖다대는 장면이 있었죠.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동기가 느슨했던 것 같아요.
      안시님이 얘기한 맬의 꿈에 대한 집착도 그랬지만 저는 아리아드네의 적극성도 좀 와닿지 않았습니다.
    • 1. 아무리 적들이 총을 쏴도 주인공들이 맞지 않으니 아무런 긴장감이 없더군요.

      2. 일단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알아야 나중에 수류탄 터져도 뭔가 쾌감이 있죠. 저는 무중력 액션도 별로였습니다.


      푸른새벽 /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동기가 느슨했다, 아리아드네의 적극성도 와닿지 않았다, 공감합니다.
    • 저는 2번만 동감이요. 설원이 시원해서 좋긴 했는데, 3단계까지 내려간 만큼 좀 더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액션을 보여줬음 더 좋았을 거 같아요.
    • 3. 맬의 마음에 '여기는 꿈이니 (맬의 가장 비밀스러운 장소에 맬의 팽이를 돌리고 닫아버립니다. 그곳은 꿈속이니 맬의 토탬인 팽이는 계속 돌아가죠.)' 죽어서 현실로 돌아가자고 설득시켰는데, 현실로 와서도 맬은 '여기는 꿈이니 죽어서 현실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을 하다 결국 자살을 하죠.
    • 전 2번은 007에 대한 오마쥬로 봤는데요. 007 연출을 맡고 싶을 정도로 007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고 하죠. 사실 바람개비 연출도 시민케인을 연상하는 것도 사실이고. 꿈의 최하단이다 보니 전형적인 영화적 공간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어요.
    • 1번은 피셔의 적과 코브의 무의식이 섞인거죠

      2번은 동감합니다

      3번을 그리 느낀 것은 관객의 상상력의 부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저 역시-

      4번은 좀 헷갈리는게..사이토는 무의식 속에서도 줄곧 코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때문에 깨어나자마자 코브와 약속한 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실행에 옮겼잖아요
      물론 꿈인지 현실인지는 좀 모호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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