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들이 판치는 한국가요계

탑밴드를 이제서야 보다가 기분잡쳤습니다. 저 밑에 보니깐 여기서도 짜증 느끼시는 분들 많은 데 그 짜증을 공감합니다.

 

심사위원이라는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음악적 연륜이라는 것만큼 자기 틀도 강한 모습입니다. 대중음악에서 선배랍시고 젊은 뮤지션들을 평가하고 점수까지 매긴다는 게 전 아주 이상해 보여요. 이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는 미디어와 방송국이 저는 넌더리가 나고 과연 이런 작태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합니다.

 

메인스트림은 또 어떤가요. 우리나라에서 음악적 재능이 있고 음악이 하고 싶은 영재들은 어릴 때부터 음악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뮤지션십을 발전시키지 않습니다. 대부분 대형기획사부터 두들기죠. 그곳에 들어가면 수년간 연습생 과정을 거치며 기존 메이저 음악계의 인프라로부터 각종 가이드를 받는 일종의 공정 과정을 거칩니다.

데뷔하면 그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기성 인프라의 페르소나 역할을 수행하는 퍼포머 정도로 성장하죠. 그 세월 동안 그 개인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뮤지션십은 사라집니다. 아마 우리 음악계의 진정한 천재는 인디가 아니라 그런 곳으로 흡수되었는지도 모르죠.

 

대중음악 역사상 사람들을 열광시키며 판을 뒤집었던 급이라면 대부분 기존에 있던, 그 연륜있는 선배 뮤지션은 생각할 수도 보여줄 수도 없는 새로움과 파격이 있었습니다.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클래식으로 판명된 8, 90년대 팝과 가요계의 명반들을 살펴보면 과연 이들이 등장할 때 당대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 (쉽게 말하면 각 오디션 및 경쟁 프로 심사위원들이나 나가수급)이 얼마나 이들을 인정하고 이해했을까 저는 의문이 듭니다.

 


Thriller (1982)   - Michael Jackson
이 앨범은 순전히 마이클 잭슨의 힘으로 냈다고 보기는 힘들죠. 퀸시존스를 비롯해서 위에 말한 당대의 인프라들이 결집된 결과물이었죠. 하지만 이런 음악, 퍼포먼스, 패션, 비디오는 당시 24세의 마이클잭슨이 아니었으면 없었을 겁니다. 완전히 새로운 거였고 아직까지 이 정도로 난리 난 등장을 대중음악계에서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등장할 때 당시만해도 마냥 찬사만 있었던 건 아니었죠.

 

Purple Rain (1984)   - Prince
프린스 앨범 중 뭐가 제일 좋냐고 하면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이 앨범이 떠오르죠. 그때 프린스가 26세 였고 이 앨범은 벌써 6집이었습니다. 프린스야 노래, 연주, 프로덕션, 스타일링 다 자기가 하는 사람으로 유명했고요. 워낙 파격의 아이콘이었고 당시에 이단아라는 등 논란이 되긴 했지만...어쨌든 이 앨범은 명반으로, 프린스는 거장으로 남았죠.

 

들국화 1집 (1985)
들국화 1집 나올 때 전인권, 최성원은 이미 30이었네요. 전체 그룹 나이 평균 28세였습니다. 분명 당시 가요계에서 듣기 힘든 세련된 음악입니다. 이해 못했을 사람들 많았을 듯...

 

Master of Puppets (1986)   - Metallica
저는 메탈리카하면 이 다음작인 And Justice For All을 좋아합니다. 완성도나 연주가 더욱 진일보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역시 Master of Puppets의 임팩트는 엄청났죠. 이후 이 그룹도 변화, 발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역시 메탈리카 하면 저 무지막지한 사운드를 보여줬던 앨범이고 이때 메탈리카 멤버들이 23, 24세 때였습니다.

 

유재하 1집 (1987)
이 엄청난 앨범을 내고 돌아가신 유재하님이 당시 25세 밖에 안되었을 때죠.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는 듯 합니다.

 

Nevermind (1991)   - Nirvana
Smells like teen spirit 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정말 새로왔어요. 당시 메인스트림에서 대세를 이루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 등장해서 판도를 바꿨던 좋은 예죠. 이 앨범 냈을 때 커트코배인은 24세였습니다.

 

서태지 1집 (1992)
저는 가끔 오디션 프로나 경쟁 프로에서 연륜 높으신 심사위원들이 헛소리 할 때마다 서태지 데뷔시절 임백천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80점인가 맞던 그 유명한 영상이 떠오릅니다.

 

12 Plays   -R.Kelly (1993)
90년대 미국 흑인 알앤비의 스타일은 알켈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앨범에 실린 Bump N' Grind를 첨들었을 때 그 올드 스쿨의 끈적함을 완전히 새롭게 전달하는 데에 전 좀 충격먹었었어요. 이 앨범으로 판세를 뒤엎을 때 알켈리는 26세였죠.

 

Illmatic (1994)  - Nas
힙합쪽에서 최고 클래식으로 꼽히는 앨범이죠. 그때 살벌한 얘기를 하는 갱스터 래퍼들은 많았지만 이런 차원으로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하는 래퍼는 없었습니다. 이 앨범에는 당대 최고 실력파 프로듀서, 디제이들이 참여했지만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 21세짜리 래퍼 때문이었죠.

 

Maxwell's Urban Hang Suite (1996)   - Maxwell
네오소울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맥스웰은 역시 90년대 알앤비의 최고명반으로 꼽히는 이 앨범을 23세 때 내놓고 팝계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죠. 이에 한발 앞서 등장한 또다른 네오소울 창시자인 드안젤로는 21세때 데뷔했죠. 둘 다 자기들이 다 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들입니다.

    • 듣고보니 사회적 모순이네요.
    • 근데 이건 뭐 어쩔수 없어요. 그 사람들 뽑아다가 방송국에서 권한을 준거니... 그 사람들 기준으로 평가하는거 가지고 뭐라할순 없는거죠..아무리 봐도 탑밴드에서 심사위원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신대철정도...(그나마 스펙트럼이 넓을겁니다.....물론 다른 사람에 비해서,,) 반면에 김도균은 요즘음악이랑 너무 동떨어진 사람이고...김경호는 스타성?을 보고 뽑았겠지만 미안하지만 너무 아는게 없고...유영석은 진짜 완전 캐스팅미스... 그런데 애초에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것은 꼰대들이 판칠수밖에 없는겁니다
    • 대중에게 흥하게 하기위해서라면 차라리 제대로 (현재까지도) 흥하고있는 선생앉혀두고 그러면 말이나 안하겠는데 지금 김도균이나 뭐 나머지들이나... 나가수덕분에 살아난 그분이나 욕하는건아니지만 대중적인감각이 있냐 라고 물어본다면 차라리 다른사람을 앉혀놓는것이 좋지않았을까 싶어요.. 아니면 아예 나가수 스타일로 가던가
    • 골든망고 / 방송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래도 탑밴드....인데 심사위원을 락쪽에서 이름있다는 사람으로 앉힐수밖에 없었겠고...나름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니.....뭐 그러다보니 기타 등등...어쩔수 없는 태생적 한계라고밖에...
    • 디나 / 출연진은 맘에 드는데 편집과 심판단이 맘에 안드니 뭐 ㅜㅜ 어쩔수 없다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아쉽습니다 그냥 ㅜㅜ
    • 들국화는 이미 데뷔전부터 장안에서 끝내주는 실력을 가진 밴드로 유명했습니다.
      무명시절에 공중파 방송에 들국화가 가끔씩이나 나올 수 있있던 것도 들국화의 실력을 높이 평가한 방송과 가요 관계자들의 덕분이었죠.

      유재하와 닉 드레이크는 사후에 유명해진 케이스이지만, 생존 당시에도 상당수의 관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던 존재입니다.
      유재하 생존 당시에 이문세가 라디오에서 그의 음악을 칭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닉 드레이크는 영국 모던 포크의 거물인 Ashley Hutchings 로부터 관심을 끌어서 명 프로듀서 조 보이드과 함께 데뷔 음반을 내었죠.
      닉의 데뷔앨범을 세션했던 연주자들은 전설적인 페어포트 컨벤션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멤버들이었습니다.
      이 사실들만 보더라도 닉 드레이크의 음악이 데뷔 이전부터 소수의 뮤지션들과 평론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죠.
      라이브에 서툴어서 대중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곤란을 겪은 닉 자신의 문제가 나중에 드러나기 했지만서두요....

      정작 대중이야말로 그들이 죽고 난후에 원님행차뒤에 나팔부는 격으로 비로소 관심을 뒤늦게 갖게 된 것뿐입니다.
      꼰대들이라도 다 같은 꼰대가 아닙니다.
      꼰대들도 다 취향이 다르고, 판단 기준이 다른데, 일부 특정 꼰대들의 부정적인 판단을 가지고서 '기성 음악계에 배척당하는 새로운 천재'라고 일부러 미화를 해줄 이유가 없습니다.
      천재 신인들이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는 것도 통찰력과 안목을 가진 많은 꼰대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덕분입니다.
    • 탑밴드 같은 경우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인디에서 충분히 좋은 음악 하면서 입지를 쌓아온 밴드들이 납득안되는 혹평 받고 탈락하는거 보면 답답하지만
      그런 방식이라는 걸 서로 알고 나온거고 그나마 이 프로그램이 아니면 그 밴드들이 설 무대가 없습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어떻게 몇 팀이라도 살려서 다들 살길 좀 뚫어보자는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니까요..
      • 알고있는 사실인데도 텍스트로 다시 보니 슬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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