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감상 후기...(스포일러 다수)

여기는 미국 중서부이고 이곳 날짜 오늘 6월 8일 금요일에 개봉해서 방금 저녁 9시 30분 걸 보고 왔네요.

오늘 개봉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며칠 후에 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영화 시작 30분 전에 온라인으로

좌석배치표를 보니 가운데 제일 좋은 자리가 딱 하나 비어있길래 즉흥적으로 부리나케 가서 보고 왔습니다.


일단 점수를 주자면 냉정하게 7.6/10 정도인데, 그동안의 떡밥과 높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만족하게

본 걸 치면 8/10까지도 주고 싶어요. 저는 애초에 리들리 스콧옹의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기대는 멋진 비주얼과

에일리언에 대한 것이었고 다른 건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았는데, 제가 기대한 건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으니

뭘 더 바라겠나요.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곳곳에 있습니다. 


 제가 가장 멋지게 느낀 건 우주복의 디자인, 특히 헬멧 속에 비춰지는 조명 색이 너무

멋있었고 특히 데이빗이 뭔가를 할 때, 쓰는 헬멧 빛깔 너무 근사했고요. 그런데 한가지 걸리는 건

왜 헬멧을 힘들게 슬라이딩식이 아닌 착탈식으로 만들었을까요? 

외계인도 충분히 신비롭게 묘사된 것 같았어요. 모습이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신비로운...  

반면에 페이스허거라고 하나 문어처럼 생긴 건 서양 사람들에겐 징그럽고 새롭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쭈꾸미에 사족을 못 쓰는 문화권에서는 좀 웃겼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징그럽다기보다는 와 저거 맛있겠다는...


이 영화에는 안습 캐릭터가 몇 나오는데요. 가장 큰 안습은 당연히 샬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도 물론

분장서부터 최후까지 안습, 로건 마샬-그린도 안습이지만 그런데로 제 역할을 다 했고...

외계인 캐릭터도 사실상 안스러운 최후...


몇 가지 디테일한 부분에서 좀 아쉬웠던 점 혹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부분은...

일단 마지막 부분에서 우주선 추락시키는 장면인데요. 주인공이 선장한테 외계인 우주선을 막아야 된다고 

부탁하고 선장이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을 한 후, 돌격 앞으로 할 때까지는 어떤 방법으로 막을지 전혀

예상을 못 했는데,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그 짧은 시간의 설명과 설득으로 아주 쿨하게 혼자도 아니고

세 명이 같이 한다는 것이 아주 비현실적이었고요.  그런 최첨단?의 고도로 발달된 거대한 우주선이

한방에 훅 간다는 게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이 됐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수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는 분들이 계셔서 좀 기대를 했었는데, 생각보다는

자세하게 묘사가 안 돼서 조금 아쉬웠고, 복부를 절개하고 스테이플하는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웃더군요.

다른 분들의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까 스테이플하는 것에 대해 신기해하시는데, 실제로 수술 후, 봉합을

스테이플로 많이 합니다. 복부나 두피 부분에 많이 사용하고 등 쪽은 주로 실로 꼬매죠. 제가 간호사이기 

때문에 항상 봅니다. 실밥도 많이 제거해봤고 스테이플도 제거기가 따로 있어요. 생각보다 아주 쉽답니다.

저는 오히려 에전에 제 5원소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여자가 비슷한 캡슐 안에 들어가 회복되는 장면인가가

더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장면 기억하는 분들이 계신가 모르겠어요.


어쨌든 설정이든 줄거리든 말이 되네 안 되네 말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전 그런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스콧 옹의 비주얼에 압도되어 즐겁게 감상한 1인이었고요. 설정 자체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기독교 사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창조자가 피조물이 맘에 안 들거나 못 되게 굴면 싹쓸이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 등이요

영화 속의 창조자는 좀 징그럽고 야비한 방법으로 싹쓸이하려고 들었지만...


아, 이제 다른 글들의 스포일러들을 읽을 수 있겠구나...



    • 쭈꾸미 ㅋㅋㅋㅋㅋ 그 징그러운게 맛있다니요!

      저는 데이빗 처음에 혼자 우주선 돌아다닐때부터 좋았어요. 영화 대사 흉내내는 것도 좋고 말씀하신 안경 끼고 인간의 꿈 훔쳐보는 것도 캐릭터 설정에 도움이 되는 장면이었던거 같구요.

      제오원소 장면 알아요. 처음에 추락하고 캡슐에 넣어 회복시키고 붕대로 휘리릭 감싸는 장면이요. 붕대패션의 원조인가요. 언니 멋있었죠!! 프로메테우스 붕대패션 보면서도 제오원소 장면 생각났었고요.

      아 오랫만이예요 이터널선샤인님..잘 지내시죠? :)
    • 저는 문어나 쭈꾸미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제 아내를 비롯한 여자분들 환장하십니다. 중국 부페 식당에 쭈꾸미 먹으로 가죠.
      아, 제5원소 기억하시는군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출시한 비디오판을 제가 번역했었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재밌게 본 영화였지요. 생강쿠키님, 저도 반가워요!
    • 저도 이제 다른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며칠 동안 피하느냐고 애먹었네요.
    • 오오 삼성영상사업단 비디오판 구해봐야하나요~~ 저도 그 영화 완전 좋아했어요. 명예를 위해 하고 장렬히 전사하는 괴물 귀엽다고 볼 때마다 좋아했죠. ㅎㅎ
    • 생쿠님/아주 자세히 기억하시네요. 전 번역하느라 몇 번을 돌려봤어도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레옹과 더불어 뤽 베송의 걸작 중 하나죠.
      구하실 수도 없겠지만 있더라도 보지 마세요. 번역 엉망이었을 겁니다.
    • 에이.겸손의 말씀을 ㅎㅎ

      좋아하는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멋대로 왜곡하는 저질 기억력이 제 트레이드마크예요! ;)
    • 데이빗이 엔지니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창조물이 인간의 창조자로 하여금 인간을 죽이게 하는 장면이 정말 압도적이더라구요(데이빗이 엘리자베스의 십자가 목걸이를 가져가는 장면도 일종의 복선이 아니었을지 생각도 듭니다). 데이빗이 자신에게 영혼이 없다거나 만들 수 있어서 너를 만들었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는 것처럼 보이는(감정을 이해하되 직접 느끼지도 못한다는 설정이지만요)게 괜히 찡하기도 했구요.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였어요! :D
    • Waterloo님/네, 생각보다 상당히 종교적인 떡밥이 많은 영화죠. 데이빗의 철학적이고도 종교적인 멘트들도 그렇고요...
      표정 연기야 뭐 그렇지만 전 목소리 연기가 더 맘에 들고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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