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빼기 후기

  제가 오른쪽 어금니 뒤편의 사랑니를 뺀 것은 지금부터 9년전의 일이었습니다. 심하게 감기를 앓을 때면 이가 너무 아파서 사랑니를 빼기로 결심했는데, 빼고 나니까 처음에는 어 별거 아니잖아? 그랬다가 마취 풀릴 때부터는 "하느님, 앞으로는 착하게 살게요 ㅠㅠ"를 연신 되뇌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의사가 "왼쪽 사랑니는 아직 나지 않았지만, 새롭게 날 수도 있어요."하고 말해서, 제가 깜놀해 "그러면 그것도 빼야 하나요?"하고 물으니 "당근이지."하고 대답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사랑니야 나지 마라, 사랑니야 나지 마라 하고 주문을 외웠건만 기어코 왼쪽 사랑니는 나고 말았습니다.

 

  제 왼쪽 아래턱 사랑니는 사실 심하게 누운편은 아니고, 꽤 정상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끝이 뾰족해 가끔씩 입안에 상처를 준다는 거에요. 참다 참다 도저히 못참아서 이번에 빼기로 결심했는데,  동네의 작은 치과들을 가니 제 사랑니가 신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큰 대학 병원에 가야 한다는 거였어요. 다른 환자분이 자기는 강남 성심 병원에 가서 다 뺐다고 해 저도 강남 성심 병원으로 갔습니다. (참고로 제가 사는 곳은 금천 구청역 부근).

 

 금요일 가서 우선 X레이 찍었는데, 역시 사랑니가 신경과 맞닿아서 CT 찍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여 오늘 CT 찍고 발치하기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문제는.....비용입니다. 제가 9년전에 오른쪽 사랑니 뽑을 때 비용이 끽해야 7만원이었는데, 이번에 뽑을 때는 X레이 3만원, CT, 10만원 이상, 발치 10만원 이상하여 비용이 20만원이 훌쩍 넘은 것입니다.

 

CT찍고 의사가 설명해 주는데, 100명 중에 2명은 잘못해서 아래턱의 신경 마비가 온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주 미미하다. 하지만 분명히 2%의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뽑느냐 뽑지 않느냐는 환자분의 마음이다. 하고 말하여 아씨, 너무 무서운데 그냥 갈까? 하고 갈팡지팡 하고 있는데, 결정할 틈도 없이 마취의가 와서 마취를 놓더군요.  마취를 놓고 한 1시간 이상 기다린 뒤에 드디어 발치가 시작됐습니다. 말했다시피 제 사랑니는 심하게 누운 사랑니는 아니지만, 신경이 있기 때문에 사랑니를 여러 갈래로 조각내어 뽑는 것이었습니다.  수술이나 그런 것은 필요없지만, 아무튼 가끔씩의 따금한 고통이 뒤따르며 10분만에 완료됐죠.

 

혹시나 덜 뽑은 치아가 있나 확인한 다음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병원 자체는 좀 기다리게 하는 게 있어서 그렇지 기분 나쁘게 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발치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간호사에게 업무와 관련한 핀잔을 많이 줘 좀 그렇더라구요. 그런 얘기는 발치 끝난 다음에 하지.

 

우선 거즈를 이 뽑은 부분에 2시간 이상 꽉 물래요. 그래서 3시간 동안 물고 있었습니다. (이런데는 겁이 많아요.)

 

발치한 볼에 얼음 찜질을 계속하라 해서 집에 와서 얼음을 비닐 봉지에 넣고 찜찔하니 이게 효과가 무지 좋네요. 옛날 뽑을 때는 왜 이런 거 설명 안해줬지??

 

3시간 동안 지혈 때문에 거즈를 잔뜩 물다가 뱉었습니다. 그 3시간 동안 별짓 다했습니다. 인터넷 하고, 커뮤니티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만 몇개 재시청 하였고, 심지어 김성근 감독님이 재임했던 2008년도 sk 경기도 다시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시간이 흘러가고 고통은 쉽게 잊ㅎ...... 고통은 그냥 남아 있더군요. 마취 풀리니 역시 아픕니다. ㅠㅠ

 

오늘 길에 본죽에서 미음을 사왔었지만, 그걸 먹을 자신이 없어서 어제 사 놓은 비락 식혜 캔 한 병 먹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진통제 하나 먹었습니다. 통증이 확실히 가라앉네요. 사실 수술하기 전 타이레놀 2알 먹었는데 효과 하나 없어요.

 

가장 힘든 것은 침을 못 뱉는다는 것입니다. 전 기강이 좋지 않아 콧물이나 가래가 자주 나오는데 그걸 다 삼키려니 기분이 이만저만이 압니다. 2틀 동안은 분비물을 절대 입밖으로 뱉지 말래요.  술이나 담배는 전혀 하지 않아 크게 상관없지만,  내일 프레젠테이션 할 게 있어서 그게 걱정이네요.

 

지금은 진통제 효과와 얼음 찜질 때문에 별로 고통은 없어요. 여러분 얼음찔질 꼭하고 병원에서 챙겨준 약 꼬박 다 드세요.

 

사랑니 4개 다 뽑아야 한다는 분에게 건투를 빌며.

 

 

 

    • 저는 지난 주에 하악 매복니 하나 뺐는데 엑스레이 포함 3만원 정도 나오더군요. 마취 한 5분쯤 기다리고 빼는 데도 5분 정도. 문제는 4일 지났는데 긴장하고 힘을 너무 줘서 아직도 상악까지 욱씬거린다는 거. 3일치 약 먹고도 계속 신경쓰여서 갔더니 진통제 처방은 더 안해주더군요. 일상적인 거라 푹 쉬라고ㅠㅠ 얼음찜질은 이틀 정도만 하래요. 그 후로는 하지 말라고 하던데 왜인지는 모르겠네요.
    • 아래턱 신경 얘기 무섭네요 ㅠㅠ 제가 그 네개 빨리 뽑아야하는 원시인(사랑니가 네개라고 했더니 진화가 덜 되었다고 친구가 놀리던데 이거 진짠가요ㅠㅠ)인데요. 파노라마 사진울 보니까 왼쪽 아래 어금니가 과장 살짝 보태서 엄지손가락만한데 ㅠㅠ 그게 완전 180도로 누워서 다른 이빨들을 압박하고있는 형세더라구요.. 지금은 윗 사랑니가 절반만 삐져나오면서 잇몸에 상처를 줘서 턱관절 부근이 팅팅 붓고 입이 안벌어져서 치료를 못하고 잇습니닼ㅋㅋ...
      • 좋음 곳네서 잘 치료 빋으시길 바랍니다. 아 아퍼~
    • 십여년전인데도 이십만원 약간 안됐던거 같습니다. 오며가며 수납을 숱하게 했지요. 아까 댓글은 그냥 웃으라고(?) 경험담을 솔직히 올린건데 무색하게 수월했나봐요.

      그래도 피를 삼키는건 끔찍해서 뱉으려고했는데 힘들어서 턱에 수건을 대고 침을 흘렸지요. 침뱉는 것도 압력과 관계있데요. 신기한 일입니다. 고생하셨어요
    • 10년 전에 수술비만 49만원 결제했던 1인입니다. 그 전에 검사비로 한 20만원 나갔구요. 동네 치과 네군데서 퇴짜맞고 대학병원 갔는데 진료 예약하고 한달 기다리고, 진료받고 또 두달 기다려서 사랑니 빼고 출혈이 너무 심해서 하루 입원까지 했었죠. (입원비 별도, 입원 당일엔 다인실 안 넣어주기 때문에 2인실 입원했음;) 아직도 아랫니 뽑은 자리엔 뻥~ 구멍이 분화구처럼 뚫려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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