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의 두 얼굴 안철수

역시 안철수 현상에 관한 글입니다. 두어달 전쯤, 블로글에 적어뒀던 글.  "안철수 현상"을 나름대로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통찰해 본 기록이네요.  원문이 상당히 긴 편입니다.  일부만 발췌해서 옮겨보네요. 전문이 궁금하신 분들은,  http://blog.naver.com/yke0123/40157935374 이 주소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참고로 글의 제목은 "체제의 두 얼굴, 안철수" 입니다. 글을 전부 읽어보시면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아실  겁니다.

 

 

 

양식있는 엘리트 안철수

 

( ........)이렇듯 안철수란 인물에 대한 대중의 경도는 참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그 의미와 이면을 살펴 볼 수 있다. 이런 안철수 현상의 여러 맥락은 크게 두가지로 수렴한다. 첫째, 안철수 현상은 그의 유능함과 개인적 성공을 선망하는 체제 내부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둘째, 동시에 그것은 “양식”과 “교양”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서사에 대한 열망이란 점이다. 지난 10년간 안철수 현상에 선행했던 “노무현 현상”과 “이명박 현상”을 상기해보자. 전자가 정의와 원칙의 관철이라는 관념론적 열망의 산물이었다면, 후자는 이명박 개인의 성공신화가 풍요를 보증해 줄 것 이란 유물론적 욕망의 결집체였다. 이렇듯 안철수 현상의 기저는 노무현,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대중의 열망과 모두 만나있다. 또한 이런 양상은 현재까지 안철수 현상을 떠받치는 하나의 축이다. 지금까지 현실정치의 경계에 진입하기 이전의 안철수에 대해 살펴봤다면, 이하에선 정치권의 유력한 대안으로서 안철수가 주목 받게 된 원인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명박

 

안철수가 박근혜의 독주를 저지하고 야권의 대권후보 1순위로 떠오르게 된 일차적 원인은 자명하다. 바로 현재 집권 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안티테제”(Antithese)란 지점이다. 87년 절차적 민주화를 쟁취한 이후, 우리사회는 문민체제로 진입했다. 지금의 국가기구는 더이상 예전의 군사정권하에서 서슬퍼렇게 군림하던 그것이 아니다. 권위주의 정권의 퇴장 이후 우리 사회에선 사적 영역의 개방과 자유화가 진행되었다. 20여년 간의 일관된 탈권위주의적 흐름이 절정을 이룬 것은 지난 참여정부 5년이었다. 실질적 민주주의와 탈권위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노무현 정권 하에서 권위주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여러 개혁이 시행되었고, 실제 일정 정도 진전이 있었다. 수평적 소통과 토론을 강조하던 노무현 개인의 소탈한 성품 역시 참여정부의 탈권위적 성격을 강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런 탈권위주의적 통치는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의 느슨한 지배가, 노무현 개인의 부박하고 경솔한 언행과 맞물려 대통령 노무현의 권위를 허물어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놈현”이라는 별명과,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는 당시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졌던 실망과 조소를 잘 보여준다. 이런 권위의 붕괴는 그 반동으로 강력하고 권위적인 리더쉽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대통령이 주목을 받았던 건, 그가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일견 강력한 리더쉽의 소유자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유물론적 욕망과 기대와 더불어) 권위의 붕괴가 거꾸로 권위에 대한 복종의 열망을 낳은 것이다.

 

결국, 탈권위주의의 화신 노무현이 퇴장하고, 권위주의적 리더쉽의 이명박이 집권했지만, 국민들이 경험하고 알게 된 대통령 이명박은 정작 진정한 권위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어느정도는 예상되었던 바지만, 그의 통치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낡고 과거지향적이었다. 국가 경영에 대한 그의 인식수준은 2,30년전 그가 현대건설의 ceo이던 시절에 멈춰있었고, 또 조야했다. 거기에 노무현 못지않게 연일 쏟아낸 경솔한 언동은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더구나 이런 허술하고 경박한 통치방식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자신은 외적으로 굉장히 강력하고 권위적인 리더쉽을 표방하고 있었기에, 더욱 재미난 조롱거리가 되었다. 권위를 추구하다 오히려 권위가 붕괴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 개인의 특성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권력 집단의 통치방식에도 기인한다. 과거 군사정권하에서 독재와 폭압이 전면적이고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명박 정권은 최소한의 합법성이란 알리바이와 언론 통제를 통해 권위주의적 통치와 독선을 정당화한다. 그런 점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통치가 폭압적이었다면, 이명박 정권은 다분히 기만적이다. 매체와 인터넷의 발달은 더 이상 정부의 정보와 공론의 통제를 허락치 않는다. 국민 대부분이 정권의 부조리함을 알고 있는데도, 정부와 언론만이 "적법"하고 "절차적"으로 합당한 통치라고 우겨대는 비극적 희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 독재정권은 국민들에게 공포와 분노의 대상이었지만, 이명박의 통치는 환멸과 조롱의 대상이다. 대통령 이명박의 권위주의는 광대의 얼굴을 한 권위주의다. 말하자면, 그는 시대착오적 권위주의를 지향하는 벌거벗은 임금님같은 존재인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이러한 우스꽝스럽고 부당한 권위에 대한 반동이라 할 수 있다. 유물론적 욕망의 연속을 제외하고는, 여러면에서 안철수는 이명박과 대비되는 인물이다. 특히, 독선적이고 강압적이고 이기적인 이명박의 리더쉽과 대비해, 안철수를 상징하는건 열려있고 부드럽고 이타적인 리더쉽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무현처럼 섣부른 언동을 행하지 않는 진중함과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에서 이명박, 그리고 안철수로 이어지는 흐름이 보여주는건, 대중이 원하는 건 곧 존경할 수 있는, 정당하고 합당하면서도 안정감을 갖춘 권위라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안철수 현상은 이명박이란 대타자의 붕괴 이후, 권위의 공백을 벌충키 위한 안철수란 탁월한 개인에 대한 복종의 심리의 발현이다.

 

이명박과 안철수, 투사와 분리방어기제

 

 

(...)결국, 이명박 정권을 잉태한 것은 우리 내부의 욕망이었다. 체제 내부의 경쟁에서 승리한 인물의 욕망이 우리의 욕망을 실현시켜 줄거란 끈적하고 눅눅한 유물론적 욕망과 기대였다. 거기다 선거에서 이명박에게 표를 던지건 그렇지 않았건, 이명박 정권의 그 끈질긴 탐욕과 위선은, 사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흙탕을 밟아야만 하는 우리 내부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추행은 우리가 차마 보고 싶어하지 않는 추한 내면을 너무나 생생하게 현시한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에게 속해있단 것을 부정하기 위해, 경멸과 혐오라는 투사 방어기제를 동원하는 것이다. 반면, 안철수란 인물은 이명박이 담지했던 성공과 부라는 유물론적 욕망을 여전히 연속하면서도, 우리의 죄책감을 덜어줄만큼 충분히 기품있는 존재다. 그리고 여기서 선과 악이라는 극단적 이분법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분법의 심리적 근간은 “분리”(splitting) 방어기제다. 분리는 “내면의 선하고 고결한 것을 보호하기 위해 악하고 천박한 것을 구분해 나누어놓는 무의식적 전략”이다. 대중은 자신안의 욕망의 겉껍질과 고갱이를 분리해, 천하고 부정한 것은 이명박이란 악의 화신에게 투사하고, 그 대척점에서 안철수란 인물의 고결함에 감격하며 몸을 내맡긴다. 여기서 이명박에서 안철수로 이어지는 유물론적 욕망은 관념론적 서사로 부분적 전화를 이룬다. 이것은 안철수가 이명박의 연속자인 동시에 노무현의 현신임을 증명하는 지점이다.

    •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전 길어도 전문이 더 좋네요. : )
    • 긴 글이었는데, 끝가지 읽어보셨네여 ㅎ 좋은 말씀까지 주셔 감사합니다. ㅎㅎ
    • 혹시 제목을 "처제의 두 얼굴 안철수"로 보고 들어오신분 저말고도 또 있으신가요;;;
    • 안철수는 좋은 이명박이다를 잘설명했네요. 끄덕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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