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프리뷰 공연 감상평 (약스포)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 뮤지컬이라

29일 내한공연 오프닝 나잇에 프리뷰 공연 보고 왔습니다.

 

 

 

 

1. 자리


블루스퀘어라고 해서 불안했어요. "삼성이 뮤지컬 엿 먹이려고 지은 건물"로 유명하더라구요. '절대착석불가' 좌석 리스트 같은 것도 떠도는 것 같고... --;

안전하게 가기 위해 프리뷰 나잇이라 티켓값이 좀 저렴했던 것도 있고, 1층 중앙열 로얄석은 다 나간 것도 있어서 2층 정중앙 2열로 예매했습니다.

2층인데 VIP라 좀 꺼려지는 느낌이었지만 위키드는 무대를 종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편이라 확신을 갖고 질렀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Defying Gravity 아~주 잘 보였구요, 자막이 양쪽 위에 붙어있어서 한 눈에 자막 보기도 나쁘지 않았어요.

1층 중앙보다 2층 앞열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9년에 위키드를 1층 중앙~뒤쪽 자리에서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끝날 때 즈음에는 목이 좀 아팠거든요.

2층 앞열에서는 배우가 가까이 보이지는 않아요. 큰 표정 정도만 보이는 정도? 하지만 어차피 뮤지컬은 뮤배 얼굴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케스트라 핏의 거리를 넘고 배우 무릎 아래는 포기해야 하잖아요?


기본적으로 극장이 가로로 좁아서 사이드로 빠져도 크게 지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제가 사운드에 무딘 편이기는 한데 음향이 안 들리거나 거치적거리는 것도 없었습니다. (압도되는 음향까지는 아니었구요.)


블루스퀘어 자체에 대해서는 학을 떼고 왔습니다.

샤롯데랑 너무 비교됩니다. 무슨 시골 멀티플렉스관보다 단차가 더 안 나나요? ..

좌석 좁고 불편하고, 앞에 앉으신 남자분이 키가 좀 있으셨는데 정말 머리에 정중앙으로 가려서 하나도 안 보였습니다.(제 앞에 한줄밖에 없었습니다 - -;;) 설계상 단차를 영 못 내겠으면 좌석을 엇박으로 배치하는 센스발휘라도 하던가....

어린이 용 엉덩이 방석을 주던데 그거라도 하나 받고 싶었네요.  - -;;

 

 

 


2. 프리뷰 퀌즈


프리뷰라서 불편했던 부분은 자막!! 자막입니다.


싱크 엇박이 한두번 났구요, 그와 별개로 자막은 본 공연 들어가기 전에 제발 좀 고치기 바랍니다.

인터넷 용어와 이모티콘 남발이 심해요. 물론 "Toss Toss" 같은 걸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는 좀 난감하긴 하지만 "샤붕 샤붕 -_- @%@^#^" (진짜 이렇게 나왔습니다.) 이라고 자막 화면에 띄울 필요는 없잖아요!


초반 글린다 대사 어미는 반 이상이 "그랬거든여?" "~여"로 끝나요. 비록 외국어지만 배우가 무대에서 강세 넣고 있다고. 자막이 이렇게 안 친절해주셔도 된다고.


그거 외에는 프리뷰라고 불편한 구석이 없었던 것 같아요. 배우들도 전반적으로 호연이었고.

아. 마지막 곡 끝나고 무대에 문(?) 열리고 피에로랑 엘파바 퇴장할 때, 피에로가 삐끗 하면서 넘어질 뻔 했는데 그게 안무의 일부였나요? 딱히 스토리 상 넘어질 일은 없는 것 같은데. 연약한 남주라서 귀여웠음요.

 

 

 

 

3. 뮤지컬 구성


전 위키드 뮤지컬 구성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1막 끝날 때 Defying Gravity로 모든 갈등을 대폭발시키고 나서 2막에서 다시 긴장 쌓기를 시도합니다. 근데 졸려요!

Wonderful 같은 넘버가 왜 2막 초반에 배치돼 있는지 모르겠어요. Wonderful/No Good Deed는 1막 후반에 들어갔어야 된다고요.


다시 쌓은 긴장을 2막에서 No Good Deed로 다시 한번 폭발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시시해요! 우린 이미 핵폭탄을 봤다고! 지금 와서 더티 밤 한 두개 터트려 봐야 감흥 없다고요. 

 

As Long As You Are Mine 같은 경우는 별로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서.... 언제 봐도 쌩뚱맞습니다.

이 노래 혼자만 소프 오페라에요. 너드 여학생의 드림 판타지 같아서 오글거리기도 하고.

 

사실 모든 문제는 Defying Gravity가 너무 일찍 나왔다는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DG를 2막 중후반으로 밀어버리면 다른 넘버들을 제대로 쌓아올릴 시간이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러면 DG의 폭발력은 지금 같지가 않겠죠?

언제나처럼 2막을 잡아먹어버린 Defying Gravity는 볼만합니다. (뒤에 잔뜩 디스해놨지만 곡 자체의 힘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4. 캐스트


호주 캐스트라고 해요. 호평이던데 전 그렇게까지 만족하진 않았어요.

엘파바 롤이 타이틀 롤이지만 재밌고 귀엽고 눈에 띄는 캐릭터는 글린다고, 극이 힘이 있는 앞부분의 주인공은 사실 글린다고, 심지어 글린다의 넘버 수가 더 많고,

엘파바 롤이 글린다 롤보다 확실하게 나은 점 한 가지는 Defying Gravity를 혼자 부른다는 점이잖아요?


엘파바가 딸려요................ Defying Gravity 별로임요


굳이 박진영 식으로 평하자면 "고음으로 올라갈 때 소리가 좁아져요"

ㅎㅎㅎ (제가 막귀라 딱히 어떻게 더 묘사를 할 수가...)


"Go with me, would you?" "You are trembling. Here, wear this" 대사 나오기 전까지 엘파바가 혼자서 부르는 부분에서

성량이 아니라 기교로 끌고 나가더라구요. 뾰족한 목소리로 꺾어가면서.

물론 미친 고음의 노래니까 어렵겠지만은.


전 엘파바 역으로 폭풍 성량의 디바를 꿈꿉니다. 허스키하면 금상첨화구요. 사실 엘파바처럼 남성미(!)를 뽐내도 되는 캐릭터가 또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제가 봤던 한에서는 항상 셀린 디온식의 올라운드 디바가 퉁명스러운 척을 하는 스타일로 캐릭터 해석이 들어가요.

부치 레즈비언 같아도 되고 책벌레 같아도 되는데 항상 너무 여성적이에요. 여성성 라인을 타면 당연히 글린다한테 밀리잖아요. 갖고 놀라고 준 재료가 다른데.

 


이번 엘파바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가 말을 할 때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와 노래를 할 때의 청아한 목소리가 매치가 안 돼서 전 적응이 안 됐어요.

심지어 퉁명스러운 연기도 가끔만 해주심. 후반에 가서는 거의 damsel in distress 삘이라 ㅎㅎㅎ

시카고에서 옥주현의 록시 하트 생각이 좀 났달까요 - -;

초반에 아빠한테 편지 쓰는 신/1막 끝에 고음 듀엣에서 글린다와 엘파바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갔어요. 그건 좀 그렇잖아요. 글린다는 자기 색깔을 잡고 확실하게 가는데 엘파바는 색이 오락가락하니까.

 

 


글린다는 제 몫을 합니다.

옛날에 LA 캐스트로 봤을 때도 글린다가 참 인상깊었는데 비슷하게 호연이었어요. 하면서 신이 날 역할 같기는 합니다.


피에로는.... 참 존재감 없더군요.;

좋아하는 남주인데 전혀 어리거나 귀엽거나 매력있지 않아요. ;; 옆집 아저씨가 고등학교 풋볼선수 학교 얼짱을 연기하는 이런 느낌. (바깥에 있는 얼굴 포스터를 본 게 패인이었나...)

후반에는 바른생활 사나이 같더군요. 전혀 나쁜 남자같지 않았어요. ㅠㅠ 노래도 뭐 그냥저냥....


위저드 괜찮았어요. 할아버지라기에는 좀 젊은 느낌.


마담 모리블 최고에요. 포스가 있으셨어요. 이번 캐스트에서 제일 빛나셨어요.  옛날에 봤을 때는 좀 밋밋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아주 눈길이 가요. 배우의 힘인듯요.


네사로즈 괜찮았어요. 네사로즈가 은근히 넘버도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거나 언급되고, 잘못하면 따로 떨어진 얘기 같이 되고 해서 거슬리기 시작하면 진짜 짜증나는데 노래도 연기도 설득력 있었어요.


보크는 그저 그랬음.


치스터리씨가........ 그만..........

끝나고 일동 인사할때 보니까 전 캐스트 통틀어서 제일 잘생기셨더라구요.

친구랑 저랑 경직. 원숭이 하인이 남주보다 잘생겼다니 이 뮤지컬은 뭔가......

몸 좋고 키 크고. 극 내내 웅크려있거나 펄쩍펄쩍 뛰고 있기 때문에 서있는 건 마지막에만 봤어요. 사인받고 싶더라구요.

 

 

 

5. 잡담


위키드 의상은 너무 예뻐요. 교복도 마음에 들고 에메랄드 시티 복장들을 하나하나 다 잘 뜯어보면 런웨이 같아요. ㅎㅎ

하지만 딱 하나 고치고 싶은 건, 2막 엘파바 의상은 빤짝이가 들어간 벨벳보다는 아예 레쟈가 낫지 않을까요?

엘파바 의상 느낌상 빤짝이를 너무 뿌릴 수는 없는데 글린다랑 같이 있는 씬마다 의상이 밀려요. ㅠㅠ

아예 레쟈로 번쩍번쩍하게 만들어버리면 더 눈에 띄지 않을까.... 동물보호 캐릭터라 가죽 입으면 안 되나?

 

 

 



 

삼줄요약.

1) 블루스퀘어는 그 극장에 15만원 받아먹으면 안 된다. 6만8천원이 옳다. -_-

2) 캐스트는 중박.

3) 위키드 2막은 왜 항상 기억이 안 나나.

 

 

 

끗.

    • 우와 꼼꼼한 후기 너무 잘봤습니다!! 위키드에 전혀 지식이 없는 분 억지로 끌고가는데 으와 자막도 엉망이고 양쪽에 자막이라니! 어떻게 미리 예습을 시키고 가야되나 벌써 머리가 지끈합니다 우짜지 ㅠㅜ

      엘파바가 밀린다니!! 이건 엘파바를 위한 뮤지컬인데 흑흑 그렇지만 사실 DG 임팩트가 가장 강한데 그기 너무 일찍 나와버린다는데에는 완전 공감해요!
      • 그냥 아예 처음 보시는 분이면 오히려 걱정 안 해도 되지 않을까요? ^^

        위키드의 마력을 믿으세요. ㅎㅎ 디파이그래비티에 넋을 잃고 나면(누구나 그렇듯이) 2막이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홀린 듯한 기분으로 집에 가지 않을까요ㅎㅎ
    • 저도 2막은 1막에 비해 좋아하지 않습니다. 1막의 영리하고, 흥겹던 각본과 무대연출들이 2막으로 가면서 그 총기와 활기가 사그라들어 버리는 느낌이 든달까요. 너무 서둘러서 스토리가 진행되기도 하고, OZ 원전과 내용을 맞추려는 부분들이 그닥 재미지지가 않아요. 뭐 그렇다 해도 아주 즐겁게 봤던 뮤지컬 중 하나이긴 합니다.
      • 저번 댓글도 그렇고 세호님은 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위키드를 보러 가셔야 할 것 같지 말입니다. 1막에서 신나게 풀어놓은 이야기 보따리를 2막에 수습하려다가 간신히 종결만 지은 게 위키드 2막 같아요. 4권까지는 끝내주게 재밌다가 작가가 완결 안 내고 잠수 타 버린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적 느낌? ㅎㅎ 구조가 이상한데도 볼 때마다 재밌고 흥행돌풍이 이어지니 더 신기하기도 합니다.
    • 저는 런던에서 봤어요. 확실히 1막이 더 좋긴 한데 노래로는 No Good Deed에서 더 깜빡 죽었어요. 관중 환호성 데시벨도 더 높았었구요. 배우빨이 있을수도 있겠네요.
      • 저는 THE ELPHABA를 찾을 수 있을까요ㅋㅋㅋ 배우빨 좀 큰 것 같아요. 저번보다 이번 파퓰러가 더 좋았어요. 왜 파퓰러가 밀어주는 곡 리스트 중 하나인지 몰랐었는데.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1. 저도 삼성이 블루스퀘어를 지은 줄 알고, 이야 이거 이건희 집앞 극장인건가. 했었는데 그게 아니고 인터파크에서 지은거라네요. 삼성은 그냥 네이밍 스폰서라고 합니다.
      2. 위키드 2막은 좀 지루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그렇죠. 워낙 1막의 DG가 관객들 기대치를 한껏 올리는지라. 이걸로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할 때도 평론가들의 비평이 혹독했다고 하던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한 작품이라는데 의의가 있겠죠
      • 그렇군요. 모든 악명을 삼성에 버린 인터파크 신의 한 수....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극 후반을 뜯어고치고 싶지만 (머릿속에서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진 힘이 있으니까 그걸 깎아먹을까봐 손대자는 말도 못하겠어요.
    • 저는 위키드 2막에서 For Good을 디파잉 그래비티보다 더 좋아하는지라..... 물론 2막이 전체적으로 별로이기는 하지만요..

      블루 스퀘어에서 하는건 정말 마음에 안듬ㅠㅠ
      • 좋아하는 곡이 다 다르군요ㅋㅋㅋ 전 Dear Shiz (맞나?) 참 좋아해요.

        요새 샤롯데 라인업이 별로에요. 보고 싶었던 건 다 블스로 가요. 매우 불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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