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명 작가
작가론이라면 거창하겠고, 그냥 간략한 느낌 정도 되겠습니다.
어제 끝난 <패션왕>의 작가인 이선미-김기호가 주로 MBC에서 트렌디 드라마를 개척해 온 장본인이라면
이희명은 SBS에서 트렌디 드라마를 이끌어 왔죠. 1998년이었을 겁니다.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각색한 <미스터Q>는
당시 IMF 시절 직장인들의 마음을 꿰뚫었다(?)는 평과 함께 첫 히트작으로 기록되죠.
여기서 KBS 슈퍼탤런트 출신이었지만 별반 빛을 못 봤던 송윤아가 섹시한 악녀로 변신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는 일은 김희선 괴롭히기였지만;;
다음 해 작품 <토마토>에서는 <전원일기> 복길이로 유명한 김지영이 김희선을 괴롭혔죠. 친구이자 경쟁회사 구두 실장으로 나와서.
<토마토>의 경우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해피>와도 표절시비가 있었는데, 캐릭터와 에피소드는 비슷한 부분이 있었지만
<해피>가 스포츠만화였던 것에 비해 <토마토>는 결국 라이벌 구두회사를 주축으로 한 트렌디물이다 보니 묻혀졌죠.
두 드라마를 통해 바보같이 착한 여자 -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악녀 구도가 인기를 끌자
이후 등장한 트렌디드라마들이 이를 열심히 벤치마킹합니다. <진실>의 최지우-박선영, <이브의 모든 것>의 채림-김소연, <비밀>의 김하늘-하지원, <유리구두>의 김현주-김규리(구 김민선), <러빙유>의 유진-이유리 등등.
2000년에는 김희선과 유지태를 기용해 <토마토2>를 만들려 했다가 김희선의 거절로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송승헌-김규리를 주연으로 <팝콘>이라는 어정쩡한 신파극을 썼는데 진짜 재미없었던 기억이.
다음 해에는 김민종-송혜교를 주연으로 내세운 <수호천사>로 만회. 여기서는 윤다훈이 악역으로 변신했죠.
2002년에는 당시 논스톱 시리즈와 가수로 인기를 얻고 있었던 장나라와, 장혁을 주연으로 해서
<명랑소녀 성공기>를 썼죠. 이것도 일본만화 <꽃보다 남자>와 비슷하다는 말이 하도 많이 돌았었죠.
그러다 보니 다음 해에는 아예 일본드라마 <야마토 나데시코>를 원작으로 사와서 <요조숙녀>로 각색했습니다.
김희선이 돈밖에 모르는 여자로 나왔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자 고수가 사랑한 여자가 김희선의 쌍둥이 자매였다는 설정으로 선회하면서
그냥 그런 트렌디물이 되었죠. 손창민과 박한별이 악남/악녀를 맡았군요.
2006년에는 김명민하고 남상미가 출연한 <불량가족>이라는 드라마도 썼는데 대본이 늦게 나와 배우들이 고생했다는 얘기가 있죠.
트렌디드라마들이 그렇듯 쉽고 가볍고 빠르게 볼 수 있는 게 이 작가 드라마의 특징입니다.
캐릭터는 깊이가 없는 대신 선악 구도는 (동화나 만화처럼) 확실하죠. 착한 사람은 아주 착하고, 나쁜 사람은 아주 못 된 식으로.
그나마 이번 <옥탑방 왕세자>는 착한 편인 박유천-한지민이 바보같이 당하지만은 않았지만 말이죠.
그런데 능력 밖의 일을 너무 많이 벌여놨어요. 시간여행 판타지를 기반으로 미스터리/추리, 출생의 비밀과 자매/형제 간 애증 등 통속극 장치,
거기에다 로맨틱 코미디까지 결합하려 하니 작가의 필력이 상당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을 해내려 한 게 문제인 듯 싶습니다.
몇 개는 좀 버리고 가고 차라리 로맨스와 코미디에 좀더 치중했으면 좋았으련만.
오늘이 막방 느낌이었는데 내일 어떻게 결말을 내긴 내겠죠. 박하가 조선에 가려나 세자가 다시 현대로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