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금기가 완전히 사라진 사회

제목은 좀 도발적으로 잡아봤는데요 도발적인 글은 아니예요. 오히려 바낭에 가까울걸로 생각해요. 십여년 전 쯤인가요. 지금은 없어진 종로1가의 코아아트홀에서 독립영화 한편을 본 적 있어요. 세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였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한 중국집에서 맞선을 보는 젊은 남녀가 등장해요. 두 사람은 간간이 어색한 대화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격렬한 키스를 시작으로 섹스를 해요. 물론 둘은 처음 만난 사이죠. 그런데 그 와중에 중국집 주인이 "이 사람들이"하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와요. 그러더니 "이불을 깔고 해야지"하면서 이불을 어디선가 꺼내서 깔아주고 나가죠. 성적으로 완전히 개방된 가상의 세계를 그린거예요.  전 그 영화를 보면서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심리학 교재가 생각났어요.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이었는데 그 책 중에 그런 가상의 세계를 그린 짤막한 꽁트가 나와요. 우리들이 갖고 있는 관념들이 과연 절대적인 것인가에 질문을 던지는 꽁트였죠.

이야기의 배경은 지구와 많이 흡사한 어느 별이예요. 지구와 같이 입시문제 있고, 세대간 갈등, 빈부격차 등등이 있는 것은 비슷한데 한가지 다른 것은 성에 대한 관념이죠.

이 별에서는 자손의 번식은 시험관에서 DNA 합성을 통해 이뤄지고 섹스는 전적으로 쾌락을 얻기 위한 도구예요. 일종의 레저 스포츠처럼 취급되는거죠. 방송 황금 시간대엔 섹스 에티켓과 테크닉에 대한 교양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성에 대해선 어떤 거리낌도 없는 사회예요. 그런데 이곳에서도 한가지 금기시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예요. 그리고 맛을 위해서 먹는 행위도 부도덕한 것으로 취급된다고 해요. 이곳에서 포르노는 풀코스 정식을 먹는 장면을 찍은 영상물이고 학교 화장실엔 이런 낙서가 써져 있대요. "낸시는 치즈 케익을 좋아한다" 물론 숨어서 집단으로 맛있는 것을 먹는 일탈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달달한 간식 종류를 파는 불법업자들도 존재하지만 떳떳하게 나서서 그런 행동을 하진 못하죠.

그 섹션을 읽으면서 전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섹스가 은밀한 사적 영역인 사회와 먹는것이 은밀한 사적 영역인 사회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어느 쪽을 택할까라는 것이죠.

그런데 제 결론은 그래도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 낫다는 것이었어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유혹을 전 버릴 수 없거든요. :)

    • 어 이거 되게 재밌네요 음식과 섹스를 바꿔보는거 ㅋㅋ
    • 이렇게 극단적이고 흥미로운 가상 현실까지 안가도 문화적으로 허용되는 범위가 다른 건 좀 재미있긴 해요. 저는 아직도 오피스메이트가 와이프랑 통화하면서 (인사로) 사랑한다고 그러는 걸 들으면 움찔합니다 (딱히 싫거나 불쾌하거나 부끄럽지는 않은데 그냥 움찔하게되어요. 얼굴은 안 그런척 'ㅅ').
    • 헤이쥬스/
      이렇게 전도된 사회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죠.

      loving_rabbit/
      음..?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닭살 커플들은 그러지 않나요?
    • 엄..... 재미로 읽다가, 문득 제가 저 별 사람 같단 생각에 잠시 잠깐 흠칫 했어요.ㅋ

      요즘 저는 같이 식사하거거나 누가 먹는 걸 보는 게 불편한데 (입 벌리고 소리내고 이런 것들이 수치스럽고 짜증이...?;;ㅎㅎ 특히 강의실에서 김밥 먹는 친구들을 보면...),
      제 옷은 거의 헐벗고 다니며 음음 별 거리낌이 없어서요. 네네.. ㅎㅎㅎㅎ
    • 풀코스 정식 먹는 장면이 포르노인 세상 정말 무서운데요.
    • 우리나라라면 꽤나 보수적인 분위기의 회사에서 자주 듣는 표현은 아니니깐요.
    • 글세요 근데 저런 영화에서 나오는 세계 사람들은 자연스레 평균 몸매가 끝내줄 거 같고, 여자들과 밥먹으며 서로간에 먹는 양에 대한 피곤하고 소모적인 신경전(혹은 갈굼)이 없을 거 같아 조금 더 끌립니다만 뭐 그 세계에도 그런 소모적이고 짜증스러운 신경전같은 게 있으려나... '넌 좀 더 많이 먹어야겠다'가 '넌 좀 더...'로 바뀐다면 그건 그것대로 신경질 날 거 같아요
    • 영화 제목 좀 알려주셈
    • 영화제목이 기억이 안나요. ㅜㅜ
    • 재밌는 상상인데요..별거없을거 같으면서도 꽤 다양한 상황이 나올수 있을거 같아요
    • 혹시 저 꽁트 제목은 알 수 없으려나요
    • 금기가 없어지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져서 섹스가 줄어들것 같은데요. 바람피우고 이런 사람들은 사회가 금기하기 때문에 더 쾌락을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일본 같은 경우 포르노가 금기가 거의 없는 아마도 미국보다 더 다양한 쟝르가 나오고 산업도 큰데 실제로 일본사람들은 섹스행위가 매우 적다고 하죠.
    • 꽁트는 교재 안에 있는거라서 제목은 특별히 없었고요 교재 제목도 기억이 안 나네요
    • 부르주와의 은밀한 매력이던가요? 변기는 식당처럼 개방적인 곳에 있고 먹는 건 화장실 같이 나누어진 곳에서 혼자 하고...
    • 흠 보노보 원숭이?
      얘네들은 섹스가 악수 수준의 스킨쉽이라...
    • 그냥 문득 이런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어느책에선가에서 본 이야기인데 2차원에서는 절대로 3차원을 이해할 수 없고 3차원에서는 절대로 4차원을 이해할 수 없다라는 이야기죠.
      따지고보면 이런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해보자면 성이 금기가된 사회에서는 상상을 하던 뭘하던 성이 금기가 안된 사회를 절대로 "진짜" 이해할 수 는 없을거라고... 왜냐하면 이미 그 가상의 사회를 현재 사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보기때문이라고나 할까요?

      뭐 어쨌든 재밌는 상상이네요.
      만약 그런사회라면 전주시는 아마도 꽤 아주아주 특별한 도시가 될것같다는 망상도... 하하.
      • 전주=뉴 라스베이거스? ㅎㅎㅎ



        영국은 말 그대로 청교도의 나라가 되겠군요. 피쉬앤칩스=선교사 자세밖에 없는 현자(?)의 나라
    • 전 지금은 포르노를 보지 않는데요 그 세계에 가면 맨날맨날 볼 것 같아요. - -; 풀코스 영상 디저트 스페셜 전세계의 향토음식 사찰음식 시리즈.... 사찰음식 시리즈 매니아 되면 친구들이 변태라고 놀릴듯요 ㅠㅠ
    • 저는 성욕보다 식욕이 강해서 저런 세상이 오면 진짜 살기 힘들 거 같아요;;으으 범죄자가 되겠네요.
    • 어 이거 변주연 작가 만화중에 본 것 같은 내용...
    • 이 글 다음에 본 게시물이 공교롭게도 벚꽃동산님의 식단 공개 사진들. 왠지 야하고 부끄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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