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이리 하여 구두는 또 다시 자가 증식에 들어가는데....
얼마 전에 지하철역에서 신발을 하나 샀어요.
요새 '쌈지' 상표로 나오는 신발들 있죠? 제 생각엔 예전의 그 쌈지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 같고 그냥 이름만 남은 거지 싶은데 아무튼 며칠 전의 비에 신발이 완전히 젖는 바람에 급하게 하나 샀어요. 심지어 쌈지도 아니고 더 싸게 파는 시장 신발. (쌈지는 삼만 원에서 백 원 빠지는 가격인데 더 싸게 파는 것들도 있어요. 이건 비쌈지(?))
결론적으로 신발은 맘에 들어요.
검정색+무광+7센티가 넘지 않는 힐+삼각코를 찾아 헤맸는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둥근 코는 플랫 아니면 안 신고 삼각코라도 마늘코라고 하는 요즘 유행 앞코가 영 맘에 안 들었어요. 그렇다고 좀 더 길쭉한 건 그냥 바도 유행에 너무 뒤쳐져 있고. 마늘코는 마늘코인데 약간 더 길어요. 간발의 차이로 제가 원하는 발모양이 됐죠. 참 오랜 만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발이 편하다는 것. 어쩌다 마음에 들어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안 산 게 꽤 있었거든요. 대체 센티 짜리 검정색의 무던한 신발을 발까지 불편해가면서 신을 이유가 뭐겠어요.
뒷굽에서 소리가 심하게 나지 않는 것도 좋아요. 제가 많이 신어봐서 아는데; 만 원 내외 값싼 신발들은 걸을 때 소리가 정말 요란하게 납니다. 뒷굽에 달린 그 뭐냐, 뒷굽 밑창 있죠?그 부분을 단단한 플라스틱을 써서 그래요. 닳기는 또 엄청나게 빨리 닳는데 수선소에서 안 해 주는 곳이 많아요. 보통 신발들처럼 검정색 창만 떼 내고 못 박아 붙이는 게 아니라 이건 굽 안이 일부 비어있는 구조라서 메우거나 빈 곳을 피하면서 해야 하거든요. 요건 고맙게도 고무창입니다. 소리도 별로 안 크고, 닳으면 수선소에서 쉽게 바꿀 수 있어요.
이 가격에 가죽일 리는 없고 가죽으로 이런 신발이 걸려들면 몇 켤레라도 사재기 하고 싶군요.
...........다 좋은데 말이죠, 차 시간은 다가오죠 (삼십 간격으로 오는 차) , 신발은 딱 이거다 싶죠, 혹시 다른 색은 없냐고 물어본 것이 화근.
'언니 그 스타일로는 검정밖에 없고, 비슷한 게 있는데,' 하며 무척 긴한 이야기를 하는 표정으로 꺼내준 것은, 그냥 그런 신발.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는데 차 시간이 다가오니까 급한 마음에 그것마저 사 버렸어요. 얘는 쌈지라서 좀 더 줬습니다. 내가 사진 않고 남이 주면 그냥 그럭저럭 신을 정도의 신발. ㅠㅠ
올봄에 살색으로 맘에 쏙 들고 발도 편한 구두를 사려 했던 희망은 날아가 버렸어요. 날아가 버렸어야 해요. 어차피 꿈의 구두를 사도 남들 눈에는 그 놈이 그 놈일 터. 날아가라. 날아가...
+회기역 근처 음식값이 싸더군요. 싸게 먹었으니까 엉뚱한 구두 산 거 잊어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