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니난

벚꽃이 가득 핀 나무 주변에서 종일 진을 치고 노는 새들을 보며 과연 저 새들도 인간처럼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으로 (항상 이들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 자체의 모양이 본질적으로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것을 좋게 느끼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꽃이 지네처럼 생기고 지네가 꽃처럼 생겼다면 인간은 지네 같은 모양을 아름답게 여기고 꽃 같은 모양을 혐오했을 것이다. 으레 꽃이 있는 곳에서는 먹을 것을 얻기가 수월하다는 것이 새에게도 마찬가지인 점을 본다면 똑같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의 선택 압력을 받아왔을 때 새들 또한  꽃이 만발해 있는 풍경에 긍정적으로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볼 때 새와 인간의 꽃구경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벚꽃잎이 떨어진 뒤 남는 부분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꽃자루가 선명한 녹색으로 남아있는 것과 붉으족족한 색으로 변해있는 것의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자는 수정에 성공한 것이고 후자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꽃자루가 파란 것을 따서 빨갛게 된 꽃받침을 떼어내보면 그 안에 벌써 초록색의 어린 버찌 열매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꽃자루가 빨간 것들은 속에 버찌가 들어있기는 커녕 꽃받침과 꽃자루가 잘 분리되지도 않는다. 으레 이 수정에 실패한 것들은 가지에서 별 힘 들이지 않고 쉽게 딸 수 있는데 이는 나무가 자기 몸으로부터 패배자들을 떨어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바람이라도 하루 세게 몰아치고 나면 길바닥에 보기 싫게 우수수 떨어져 있는 것들이 바로 이 녀석들이다. 꼴사납게 붙어있느니 빨리 거름이나 되라는 것이다. 물론 열매를 맺었다고 해도 그 중에 알맞은 곳에 떨어져서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기까지 가는 것은 매우 극소수일 것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벚나무는 한톨의 꽃가루가 암술 위에 떨어진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벚나무는 꽃 뿐 아니라 단풍도 훌륭하지만 그 사실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벚나무는 오른손잡이 나선의 형태를 가진 식물로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의 밑둥을 보면 이를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다.

    • 진화심리학자들은 어떤 특성들은 side effect나 by-product일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말하죠.
    • 진화심리학의 입장이 불편한 것은 그게 실제 심리현상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생존에 유리 하려다 보니 그런 방향으로 오지 않았겠냐, 그게 어쨌단 겁니까? 그게 학문입니까? 그래놓고 또 어떤 건 부작용이고 부산물이고.. 이런 건 과학이 아니라 풍성한 말잔치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검증도 한 개 제대로 할 수 없는 이론을 만들어 놔놓고 나 진화생물학자요 나 심리학자요 그렇게 명함 달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 /렌즈맨
      진화심리학 관련 연구에 인용된 풍성한 통계수치와 그래프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http://nullmodel.egloos.com/1916604

      네덜란드, 미국, 영국, 캐나다의 생물학과와 심리학과 교수들이 네이처 지면에서 논쟁을 벌이는 주제를 두고 '과학'이 아니라고 하면 세상에 뭐가 과학일까. 물론 어떤 것이 '과학'이라는 게 꼭 옳다는 건 아니다. 물리학의 모든 이론이 다 맞는 게 아니듯이 진화심리학의 이론이나 방법론이 다 옳은 게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 논쟁의 당사자들도 모두 동의하다시피 "동물과 인간의 마음을 경험적으로 탐구(study animal and human minds empirically)"함으로써 해결될 일이다.
    • 과학이 아니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에 동의하는 입장이고 다른 분야에 비해서 가치가 현저히 낮은 얼치기 과학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들의 입장이 분명 사회현상을 탐구하는 데에 일리있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동시에 아무데나 대충 갖다 붙여도 마치 그럴싸한 설명을 들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만능 도구가 된지 오래이고, 또한 그 풍성한 통계수치를 통한 끼워맞추기와 눈속임으로 알파메일이나 신체황금비율 등등 갖가지 뻘이론들을 탄생시키기도 하였습니다.
    • 아 과학이 아니라고 했네요. 죄송.. 과학입니다.
    • /렌즈맨
      그렇게 따지면 아우슈비츠 이후로 Biology와 Wagner는 현저히 가치가 낮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대운하 4대강 찬성한 교수들 있으니까 토목공학이 쓸모 없는 거예요?

      제가 읽은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 데이비드 버스, 리처드 도킨스 등의 책 정도에선
      렌즈맨님이 언급하신 사례와 유사한 내용을 확인한 적이 없네요.

      근래에 진화심리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자의 연구가 오용된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예시부탁드려요.
      듣보잡들 말고요.
    •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와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 심리학 말고도 다른 분야에 나름의 확고한 입지가 있으므로 괜찮습니다. 반면 데이비드 버스의 저서들은 제가 읽어본 바로는 세상에 있으나 마나 별 도움이 안 되는 책들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처음 단 댓글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 첫 번째 댓글에는 과학이 아니라서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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