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뒤늦게 보고 (스포일러)

선거가 끝나고 박근혜의 환히 웃는 얼굴을 보자니 속이 부글부글. 이 꼴을 얼마나 더 봐야 하는지.


영화나 보자고 나서서 본 게 '건축학개론'인데 납뜩이 때문에 많이 웃었네요.

싱숭이와 생숭이에 덜 떨어진 친구 연애 상담까지 하느라 대학은 갔는지 원,

나중에 납뜩이 나이 먹은 얘기가 안 나와서 조금 섭섭했어요.


한가인 예쁘네요. 현실적으로 속물이고 여우같은 여자로 잘 어울립니다.


수지도 여전히 보송보송 딱 고 나이 여자아이답게 예쁘더군요. 


남자 판타지. 내가 널 좋아했었는데 알고 보니 너도 날 좋아했고 대학 1학년 때 첫사랑을 아직도 못 잊어 고이 간직? 진짜? 그것도 좀 찌질하던 애를?



전 첫사랑에 붙이는 과한 의미 부여를 잘 이해 못합니다. 그냥 스무 살의 시간이 생각나서 아련하기도 하고, 어리석고 미숙해서 좀 창피하기도 하고 그런 기억이죠.  게다가 전 '기억의 습작' 같은 노래는 별로 취향도 아니어서 이 영화가 그다지 심장을 흔들지는 못했어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전 '디센던트'가 훨씬 와 닿더라고요. 한국 드라마에서 몸만 늙은 악 쓰는 어른 아이들만 보다 그냥 어른 이야기를 본 느낌?


이 영화에선 이성애 게임에 처음 발 담그기 시작할 때 온갖 클리셰는 다 해 보게 되는 학습 과정이 재밌었죠. 납뜩이의 뒷 모습 컨셉 강의 같은 것도 그렇고요.


자격지심에 말도 못하고 돌아선 조금 못나고 미숙하던 스무 살의 기억은 그렇다 치고 현재의 승민이는 정말 '아들 낳아봐야 아무 소용 없..'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돈이 문제가 아니고, 왜 그 고생한 홀어머니 집 하나 못 고쳐 줍니까. 아들이 건축과 나와서 일한 지가 몇 년인데? 거창한 레노베이션 말고 집수리 좀 해 드리지? 지가 차서 찌그러진 대문이나 좀 고쳐 놓지. 기껏해야 아파트로 이사가란 소리나 하고 푱 떠나버리다니. 쳇.


제주도 집은 풍경도 좋고 이쁜데 제주도의 무시무시한 바닷바람을 생각하니까 좀 무서웠어요. 실용적일 것 같진 않네요.


전 나름 재미 있게 웃으면서 즐겁게 봤습니다. 듀게에서 그동안 벌어졌던 승민이는 정말 찌질하고 나쁜 놈인가 논쟁이 생각나서 더 재밌었던듯 해요. 

    • 제 기억에 그 지역이 곧 재개발된다고 승민이 대사 중에 나왔던 것 같은데요.
      재개발되는데 집 리노베이션 해 봤자죠.
    • 전 그게 가게에 해당하는 줄. 그래서 엄마가 거기서 그냥 계속 살다가 가신다고 하신 줄 알았죠.
      그리고 그 동안에도 집을 조금씩 손 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죠.
    • 완성된 제주도집의 2층 창문을 - 병풍처럼 생겨서 한쪽으로 접을 수 있는 - 보면서 Isolation 문제가 있지 않을까.. 겨울엔 추울 것 같은데.. 바다바람에 힌지의 수명이 얼마나 될까.. 등등의 공돌이스러운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멋은 거창하게 있지만 에너지 효율로는 그닥일 것 같은 창문이었어요. ㅠ.ㅠ
    •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엔 무시무시할 것 같은 그런 집이죠. 파도라도 치면 우울증 걸리겠더라고요.
    • 태풍이라도 불면 그 전면 베란다 샷시 박살날 수도 있을 것 같해요.
    • 납뜩이가 제일 재밌었죠. 근데 그 캐릭터랑 똑같은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는 게(...)
      남자 판타지가 맞긴 하지만 그 장면, 설정이 없었다면 로맨스 영화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을 것 같아서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
      그 집은 저도 같은 생각 했어요. 겨울 난방비 걱정과 함께; 이쁘긴 한데 모델 하우스로나 써야지 들어가 살 집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 제주도라는 환경에서는 1년에 15일쯤은 정말 살기 좋은집 맞고요. 그 나머지는 골병드는 집 맞습니다.^^
      날씨가 따듯한 지방에도 겨울은 있죠. 북극에 살던 사람이 잠시 다녀갈 때는 '우왕굳' 하겠지만, 그 날씨에 물든 사람들에게는
      겨울은 여전히 춥습니다.
    • 혹시 어머니랑 사이가 안 좋나요~
    • 시간이 흐르면 사랑의 감정은 까마득히 잊혀지는데도, 왠지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에 마음 줬던 사람 생각하면 아직도 소식 궁금하고 짠한 마음 들긴 해요. 영화를 보지 않아서, 한가인의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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