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 답하기 어려운 의문 - 복지는 고마운 것인가

예를 들어 제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이 되어있다고 합시다. 많건 적건 하여간 국가에서 생활비 보조가 나오고, 그 외에도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바우처 등의 혜택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다 알아보진 않았지만 자존심을 내던질 정도의 금액은 아니던데, 사람들이 왜 굳이 재산을 빼돌려가며 빈민 코스프레를 해가며 위장수급자가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여간에, 수급자가 되어 국가로부터 이런 저런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면...

 

전 국가와 다른 사회 성원들에게 고마워해야 합니까?

 

뭐 이게 어느 돈 많은 독지가가 나서서 자기가 술 먹고 여행 다니면서 쓸 수 있었던 돈을 아껴 저에게 주는 거라면, 이건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한 정답일 겁니다. 자기 몫을 떼어 나눠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마저도 갖지 않는다면 욕 먹어도 싸죠. 그런데 이게 국가의 정책으로 나오는 거라면 어떨까요? 물론 여기에 전제되는 것은, 제가 사회성원으로서의 의무는 다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수급자로서 힘들게 살지만, 한 때는 꾸준한 수입을 올리면서 그에 대한 세금도 꼬박꼬박 냈고, 젊을 때는 군대에도 가서 복무 기간 꽉 채우고 제대했습니다. 잘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서 지금 힘들어졌어요. 그런 상황에서 국가가 세금으로 저에게 돈을 준다면, 은행에 맡긴 돈 찾듯이 당당하게 찾으면 되나요? 아니면 사회의 다른 부문에 쓰일 수 있었던 돈을 어쨌건 나에게 할애해준 국가와 그 재원을 만들어준 다른 납세자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요?

 

이에 대해 "복지"는 "적선"과 다르므로 받는 사람의 권리이고, 이에 대해 "주는대로 받고 감사합니다 하라"고 하는 건 잘못된 태도라는 지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일견 맞는 말 같기도 한데, 그럼 이건 어떤가요? 한 달에 50만원씩 줬더니만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주는거야? 더 내놔" 라고 요구하거나, 생필품 구입에만 쓸 수 있는 쿠폰을 줬더니 "술이랑 담배 사야 되는데 그건 왜 못사게 하는거야? 줄거면 원하는대로 쓸 수 있게 해줘야지 왜 멋대로 제한해? 당장 제한 풀지 못해?" 라고 큰소리를 친다면? 사회성원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일까요, 고마운줄을 모르는 배은망덕일까요?

 

가만 보면 대개 사회복지의 바탕을 이해하고 복지사 등으로 나선 분들은 잘 이해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본의아니게 그냥 업무 상 사회 복지의 최전선에서 일하게 된 분들은 그런 분들까지 보듬는 사람이 될 확률보다는 "복지따위 개나 줘버려. 저런 것들은 굶어봐야 정신차리지."라며 오히려 복지에 학을 떼버리는 경우가 더 커보입니다. 그분들이나, 다른 사회 성원들이나 극단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궁금하긴 합니다. 복지는 고마워할 필요가 없는 걸까요? 어릴 때 그런 거 받는 게 당연하다고 배우질 않아서 그런지 저에겐 솔직히 좀 어색합니다. 제가 받은 교육에서는 복지혜택이란 받으면 고마운거고, 당당하게 받기보다는 이런 처지인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면서 "열심히 노력해서 안받아도 되는 사람이 되겠어!" 라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어야지 "일 안하고 받으면서도 살만한데?" 라는 태도를 취하면 천하의 쓰레기, 그런 쓰레기가 많아지면 나라 망하니까 복지는 확대되면 안됨, 뭐 이런게 주류였던 기억이 있어서요.

    • 복지는 사회적 불평등을 참아주는 데에 대한 댓가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복지혜택을 많이 받아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내심 감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되겠죠.
      무상급식도 당연히 감사한 마음으로 전면 시행을 해야하는건데 오히려 적반하장이랄까요.
    •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제시되어야 논쟁이 생산적일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복지에 대하여 무상의료/무상교육/주거권 확보 라는 입장에 대해서 구체적인 제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복지의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며 더욱이 DH님이 말하는 복지는 구 사회당의 기본소득을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좌파내에서도 논쟁중이니까요. 긴글을 쓰고 싶어도 여유치가 않아서 댓글로 몇자 적습니다.ㅠ
    • fuss/ 기본소득제 내용이 아닌데 왜 기본소득제라고 생각했을까요.
    • 저는 복지를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보험사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사기업이 아니라 국가라는 거대한 공기업이라는 것이죠. 보험의 종류에는 의료보험, 실업보험, 노후보험, 교육보험 등등이 있겠네요.
    • 무상급식은 제 생각엔 복지도 아닙니다. 국가는 건강하고 잘 교육된 국민을 키워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국민이 없다면 건강한 국가도 없죠. 그래서 교과서도 무료로 공급하는 것이고 학생들이 학습에 필요한 건강식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것 뿐이에요.
    • 세번째 단락을 보면, 그건 배은망덕 같습니다.
      속으론 짜증나더라도 겉으론 공적인 자세를 유지해야겠죠. 복지사들은.
      저는 보육료 지원 때문에 주민센터에 갔을 때 직원의 태도에 상처를 좀 받았습니다. 너무 뻔뻔해도 안되고 비굴해도 안되는.. 마음의 무장을 하고 가야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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