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도 옳은 말을 할 때가 있어요.

쓸데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좀 하겠습니다. 저는 제 오빠를 싫어합니다.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사람이 소위 말하는 '진보꼰대'에 '입진보'이기 때문입니다. 아, 예전에 한창 반 이명박 시위를 할 때 시위에 열심히 참가했으니 무조건적으로 입진보라고 몰아부치는 건 좀 부당하려나요? 하지만 저는 큰 틀에서 그 사람을 입진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주 진보적인 이념으로 정신 무장은 되어 있는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노력하는 걸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면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이념을 열심히, 정말 열심히 설교합니다. 그것도 "~하는 놈들은 쓰레기"라는 식의 부정적인 언사를 동원해서요. 결국 가족들은 그 사람이 하는 소리가 옳든 그르든 간에 조건반사적으로 짜증을 내게 됩니다. 왕년의 진보꼰대들이 왜 망했는지를 몸으로 구현하고 있달까요.

 

물론 여차저차한 집안사 때문에 제가 그 사람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 점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이명박 체제를 부인하고 욕하는 것 외에 뭔가 구체적인 행동을 했다면, 진보신당이든 민노당이든 민주당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정당에 한 달에 만 원이라도 납부한 적이 있다면 저는 그 사람을 싫어할지언정 존중하기는 했을 겁니다. (그 사람은 현재 직장인입니다.)
 
조갑제가 예전에 "애국은 지갑과 손발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조갑제의 다른 말이 다 틀렸다 해도 이 말만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애국을 지우고 그 자리에 어떤 다른 단어를 써넣는다 해도요.

 

돈이 없고 시간이 있는 학생이라면 자기와 성향이 맞는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고, 직장인이라면 사회단체나 정당에 돈을 낼 수도 있겠지요. 정치자금은 10만원까지는 전액 환급이니 한 달에 정당 회비 1만원씩만 내도 연말정산 때 거의 그대로 돌아옵니다.

 

국민 개새끼론을 펴는 건 아주 편리합니다. 재미있고 자극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자신이 지지하는 이념에 봉사하는 정당에게 정치자금 한 번 낸 적이 없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새누리당의 이념을 지지하며 그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실제로 노력하는 사람을 (성범죄나 비리 전적 등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인간적으로 더 존중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월 2만원씩 내던 녹색연합 후원금을 내일 당장 3만원으로 증액하겠습니다. (지금은 웹 회원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로그인이 안 됩니다.)

 

    • 선거 때 그 정당과 후보를 찍어주는 것 만으론 부족하단 말씀인가요. 그렇다면 죄송하군요.
      전 진보정당 지지하지만 돈 내본적은 없어요. 하지만 한번도 빠짐없이 진보정당에 투표했고, 가족들 설득해서 역시 진보정당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해왔는데요.
      글쓴분 오빠 이야기가 저 같이 들려서 제 동생인가 하고 읽었는데... 제가 워낙 돈 개념이 없어서 저를 위한 저축도 제대로 안하는지라 정당에 돈 내고 이러는 것도 프로세스도 잘
      모르겠고 귀찮고 그러하다는 핑계를 대봅니다만.. 미안하네요.
    • 조갑제가 옛날 제정신인 시절;쓴 글은 지금도 일독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88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걸 보고 친정부적으로 돌아섰다고 하는 카더라가 있던데 사람 생각이 그렇게도 변할 수 있는지. 원래 필력 자체는 좋은 편이죠.

      정치판에 대한 냉소는 시간이 흐르면 점차 나아질 거라는게 제 작은 생각입니다. MB를 술안주 삼아 욕만 하는 것도 이제 슬슬 지겨워요.
    • wonderyears / 무조건적으로 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정이 안 되는 사람은 투표로만 자신의 뜻을 표현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가 옳다, ~를 지지해야 한다, <그걸 안 하는 사람은 나쁜 놈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일단 자기가 그 이념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국개론이나, 새누리당 지지자 쓰레기론을 펼치신 적이 없다면 뜨끔하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아마 저도 제 오빠가 <~하는 인간은 다 쓰레기> 식의 이야기를 노상 하지만 않았다면 이런 글까지 써서 명색이 가족인 사람에 대해 험담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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