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잘 못 먹겠네요.

저는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을 엄격히 받아 밥 한 공기를 받으면 농부들을 생각하며 천재지변이나 인재와 같은 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밥을 남기는 법이 없었고

음식은 개고기와 미꾸라지탕을 제외하고는 가리는 법이 없었으며..... 구구절절 생략하고. 여하간.

 

근데 이런 제가 요새 음식 가지고 이상한 짓을 합니다.

장을 보거나 길거리에 파는 음식이 눈에 띄면 배가 고픈 상태에서 다 삽니다. 이를테면 만두집이 보이면 만두를 사 두면' 저녁에 배가 고프지 않을꺼야',

하면서 한 봉지 사요. 그리고 그 옆에 옥수수를 팔면, '옥수수를 먹으면'배고플 때 좋은 간식이 될꺼야', 하면서 사요. 도토리묵을 보면 '오랜만에 먹어두

면 건강에 좋을거야'하면서 또 사요.

 

그리고 여러 봉지 사 들고 집에 들어와서는 이것 저것 풀어 놓고 한 젓가락씩 먹어보고는 금세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들어 팽개치고 다 냉장고에 처박아

둡니다. 그리고는 이튿날 끼니 때가 되어 냉장고문을 열면.. 이것들은 오래 되어 맛이 없어. 나에게는 지금 신선한 음식이 필요해. 그러면서 시간이 남을 때는 요리를 하거나 또 새로운 음식을 시켜 먹습니다. 정말로 하루 지난 음식이 먹기 싫어지고, 또 새로운 음식은 몇 젓가락 뜨기도 전에 위가 꽉 찬 느낌이 되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습니다. 뭐 먹고 토하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얼마 전에는 길을 걷다가 끼니를 걸러서 너무 허기가 지길래 근처에 무한 리필 샐러드 부페에 갔다가 말이죠. 딱 한 접시 먹고 나왔습니다. 너무 아깝죠.

그런데 아까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한 접시 먹으니 위가 차 오르면서 그 자리를 그냥 뛰쳐나오고 싶더군요. 피자를 시키면 딱 한 조각 겨우 먹고 끝입니다. 그리고 인스턴트 음식이나 파는 음식을 먹을 수록 먹고 나서 마치 쓰레기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하간 이런 짓을 반복하는데 이건 뭐 마치 기아에 시달리던 난민이 항상 먹을 것을 탐하지만 정작 음식이 앞에 보이면 많이 먹지 못하는 상태처럼 생각됩니다.

요 몇달간 끼니를 잘 챙겨먹지 않아서 위가 많이 줄었어요.  정신적 이유는 아닌 것 같아요. 전 체중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제 몸에 대해 부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 않으며 피부에는 신경쓰지만 다이어트를 해 본 적도 없어요. 생식이나 채식에 신경 쓰며 운동 열심히 하는 건강제일주의자도 아니고 말이죠.근래에 뭐 충격적인 일을 당한 적도 없어요.

 

단순히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고 위가 줄어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나요? 대부분의 음식이 맛이 없지만 식욕은 항상 변덕스럽게 다른 것을 탐하고, 잘 먹지도 못하네요. 삼주 동안 약  오킬로가 아무것도 안 하면서 빠졌어요. (좋아하는게 아니라 까칠하고 늙어 보여서 싫어요) 무엇보다도 짜증나는 건 예전과는 달리 항상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머리에 구름처럼 달고 다닌다는 겁니다. 뭔가 항상 배가 고프고 그걸 채우기가 힘들어요.

 

역시 운동이 답일까요. 요새 몸 좀 좋아지라고 토마토 쥬스를 갈아 먹거나 홍삼을 먹는데 별로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위를 억지로 단기간에 늘여야 할까요.

이런 경험 있으신 분? 어떻게 하면 음식을 맛있게 먹을까요.

    • 왜? 왜 그럴까요??? 삼주 동안 오킬로가 빠졌다니... 안타깝네요. 글을 읽고 들은 제 개인적인 생각은... ^^; 지금 필요한 건 왠지 엄마의 따뜻한 집밥 같아요. 소박하고 조촐하고 간소한 밥상이요. 밖에서 파는 음식 말구요. 내 입맛에 잘 맞는 아주 순한 음식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 잠시 습관은 고쳐지죠 우선 한두가지만 드세요 딴건 사지 말고요.
      꾸준한 운동은 만병통치라 할수 있죠.
    • 보라색안경/ 아 맞아요. 엄마 집밥이 파는 음식이나 내 밥보다 훨씬 맛있긴 하더군요. 엄마밥은 순한게 아니라 짜고 맵지만 ^^특유의 집밥의 느낌이 들면 조금 입맛이 돋는 듯.
    • 이건 정말이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평생 못 겪어볼 거 같아요... 봄이니 냉이된장찌개나 오이소박이같은 걸로 입맛을 돋우는 건 어떨까요. 군것질은 되도록 줄이고요.
    • 맞아요. 파는 음식을 완전히 끊고 건강한 재료 위주로 먹고 싶은 걸 그때 그때 열심히 해 먹어야겠어요. 오래 가진 않겠죠..
    •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고 쓰셨는데 스트레스는요? 전 스트레스 받으면 물욕 식욕이 느는데 그렇다고 물건을 가져서/ 먹어서 기쁘고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심할 땐 오후에 일하면서 "아아 저녁 뭐먹지 뭐먹지" 이런 상태인데 실제로 뭘 먹으면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고...
    • loving_rabbit/ 스트레스는 좀 있었어요. 사실 그것 때문에 밥을 제대로 못 해먹은 것이긴 한데 그렇게 밤잠 못 잘 정도의 고민은 아니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약간 영향이 있는 것 같네요. 아무튼 식욕이 준 건 아니니 뭔가 그때그때 변덕스럽더라도 부지런히 먹고 싶은 걸 제대로 해 먹는 게 상책인 듯 싶네요. 기운 좀 나면 운동도 하구요.
    • 체중이 줄어본 적은 없는데 딱 한 입, 한 젓가락씩 먹고 안 먹는 적은 꽤 있어요. 인스턴트 음식이나 파는 음식 먹고 쓰레기 먹었다는 생각도 자주 들고요. '입 버렸다'는 느낌이 들면서 확 먹기 싫어지죠. 그렇다고 배가 안 고프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그럴 땐 몸이 원하는 음식이 따로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전 보통 집밥이나 나물, 회, 맑은 술 등이 잘 받더군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1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