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외국민 선거의 문제점

몇몇 분들이 이미 재외국민 선거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셨지만, 제가 볼 때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봐요. 사실 한국인의 재외국민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데, 땅이 넓은 지역 - 미국, 러시아, 캐나다, 호주, 중국 등 - 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만족할 수 있는 투표소 개수를 마련하는 것은 여러 모로 힘들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투표소를 늘리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우편 접수를 가능하게 하는 등 다른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제가 볼 때 더 큰 문제는 영주권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투표권을 모두 주었다는데 있어요. 지금의 재외국민 선거는 해외부재자투표와 재외국민 선거 두 가지로 나뉘어요. 해외부재자투표는 한국에 주민등록이 있고 외국의 영주권이 없는 사람으로 유학생, 기업 주재원, 해외 파견 공무원 등등이 여기 포함되지요. 즉, 장단기로 해외에 살고 있지만, 한국에 다시 귀국하거나 여전히 한국 국민으로 당연히 간주되어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에게 투표권은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이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요. 그리고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그런데 재외국민의 경우에는 문제가 있어요. 한국의 국적법에 따르면 재외국민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해외의 시민권을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 해외 영주권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 포함되지요. 대한민국이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의 시민권을 취득하는 순간부터 대한민국국민의 자격을 상실하므로 당연히 투표권은 가지지 않고, 영주권자일 경우에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야 하므로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투표권 부여의 논리이지요. 


http://www.hrkorea.org/pp/pp_003.htm


위 링크에서 보듯이 대분의 재외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나라들은 외국영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아주 당연한 것 같지요.


하지만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해외에 거주한지 15년 20년이 넘으면서 한국에도 거의 오지 않고 그 나라의 시민권만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결과가 생긴다는 점이에요. 위의 링크를 다시 자세히 본다면, 각 나라마다 외국영주권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할 때 일종의 제한을 두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캐나다의 외국영주권자와 이중국적자는 5년이상 해외 거주자는 제외. 덴마크의 해외일시체류자와 이중국적자는 출국전 국내투표권 행사 신청자에 한함. 독일의 외국영주권자는 EU이외 국가에 25년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는 경우 미부여. 뉴질랜드의 외국영주권자는 과거 1년이상 뉴질랜드 미거주자 제외. 이중국적자는 과거 3년이상 뉴질랜드 미거주자 제외. 스웨덴의 모든 부여대상 범위는 국내주민등록 10년 미만 경과자에 한함. 영국의 모든 부여대상 범위는 국내 주소지에 투표자 등록한 자에 한함. 헝가리의 해외일시체류자는 선거기간중 귀국, 주소와 투표권자 등록시 부여. 이스라엘의 해외일시체류자는 외교관 및 그 가족, 유대인 협회 및 유대인국가 기금직원 등 공무수행자에 한함.

뉴스위크 한국어판 2005년 3월 9일자


즉, 외국영주권자의 경우에도 본국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을 때에는 그 사람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지요. 이러한 기간은 5년에서 25년까지 다양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논리는,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상당한 기간 동안 해외 영주권을 가지고 본국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 나라에 살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서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위의 링크를 보시면 더 자세히 각 나라들이 어떻게 해외영주권자 투표에 제한을 두고 있는지가 자세히 나와있어요. 예를들면, 영국은 해외거주 15년 이내 해외거주자에게만, 호주는 6년 이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만, 싱가포르는 국내에 2년 이상 거주한 기록이 있어야만 투표를 할 수 있지요. 


아마 이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 여러가지 정치적 꼼수와 부처간 이기주의가 결합해서 모든 영주권자에게 투표를 다 부여하자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보여요. 즉,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 있어서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간 권리를 박탈당했던 국민에게 권리를 돌려준다는 명분아래에서, 대부분 극도로 보수적인 시민권이 없는 해외동포들의 표를 원했던 보수정당이 그들을 투표권자에 포함시켰을테고, 가능한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여야 예산과 인원을 크게 확충할 수 있을 선관위의 지지까지 작동하면서 지금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이제 한국에서도 이러한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에 대해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선거 실시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나왔을 것이라고 보고, 그러한 문제를 바탕으로 개선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텐데, 단지 실행상의 어려움 뿐 아니라 누구에게 투표권을 줘야 하는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국민으로써 이러한 논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이것이에요. 과연 나는 15-25년 동안 한국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았고, 한국에서 살 의사가 없으며, 다른 나라의 국민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우리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투표를 하게 허락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물론 얼마만큼 해외에서 영주권을 가지고 산 사람의 권리를 박탈해야 하는가는 논의를 더 해봐야 하겠지만,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저는 단호히 장기간 해외에 살고 한국에 돌아갈 의사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 15-25년 동안 한국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았고, 한국에서 살 의사가 없으며, 다른 나라의 국민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우리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
      ->미국산 쇠고기 수입때 미국에 있는 한국인 수출업자들의 로비가 있었죠. 이런자들이 투표하는게 문제죠.
    • 현실적으로.. 말씀하신 불편/문제에 대한 보완책은 이번 총선 끝나면 몇가지씩 나올겁니다. 하지만...
      줬던 투표권을 뺐는건 힘들어 보입니다.
    • 가라/줬던 투표권 뺐는건 어렵지 않아요. 이번에 12만명 등록했는데, 그 중 영주권자가 2만명 조금 넘어요. 전체 대상자 220만명 중에 재외선거인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50프로는 훨씬 넘을거고, 제 생각에 80프로 정도는 될 것 같아요. 그럼 실제로 대부분의 영주권자들이 투표에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영국의 경우를 봐도 몇년 이상 해외에 산 영주권자에게 투표를 주는지에 대해 법 개정이 여러 차례 있었어요. 한국내에서 컨센서스만 만들어진다면 투표권을 제한하는 건 가능하다고 봐요. 특히 보수정당도 재외국민투표가 그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별 영향이 없음을 이번 선거를 통해 깨달았을테니 계속 유지하자고 우기지도 않을 것으로 보여요.
    • 푸네스 / 그 2만명은 어쩌고요? 몇명 되지 않으니 빼버리자는 건 좀 위험한 발상입니다.
    •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돌아올 생각도 없고 세금도 안내는 재외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 어디까지 책임을 지나요?
    • RedBug / 그럼 세금 안내는 사람들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덜 져도 되나요???
      • 그니깐 재외이건 국내이건 국민이라면 권리가 인정되는게 원론아라는 말입니다.
    • 가라/2만명이 모두 박탈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 2만명 중에는 영주권이 있지만 한국에 근거를 두고 있거나 그런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포함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교민사회를 보면 대부분이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지요. 게다가 이번에는 처음이라 일종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파견된 선관위 영사들이 무리하게 선거 등록 명부를 늘렸던 일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보고되고 있어요. 정말로 투표 하고 싶고, 한국에 관여를 하고 싶다면 그런 사람들을 위한 다른 방법을 열어주면 됩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에는 영주권자든 시민권자든 구별없이 모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자기가 속해있는 지역 선관위에 우편을 통해 등록을 신청하고 그곳의 서류를 받아서 투표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식으로든 그러한 제한을 두어야지 무조건적으로 모두에게 권리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Redbug/영주권을 받으면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은 그 사람이 거주하는 국가에서 책임을 집니다. 그리고 한국민으로 생명과 안전을 보호받을 일이 있다면 투표권과 관계없이 한국정부는 원칙적으로 보호해야만 합니다. (실상은 자기 국민도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선거권 부여는 생명과 안전 보호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 부산 지역구에 출마한 사람에 대한 투표권은 없습니다. 지금은 재외선거인에게 비례대표제 투표권을 부여하는데, 그와 비슷한 차원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차 말하지만, 모든 사람의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상당한 기간 동안 한국에 오지도 않고 해외에 거주하기 때문에 한국 국민이 될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투표를 제한하자는 것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다른 국가들이 영주권자에게 여러가지 이유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이유도 동일한 근거라고 생각하고 민주주의의 원칙, 특히 대의제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간주할 수 있는 많은 나라들이 이와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서 완전히 다른 나라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혈통만을 근거로 투표권을 무조건 주는 것이 더 불합리 합니다. 그 사람들이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면 한국의 국적법은 한국인과 똑같은 권리를 줍니다. 다만 그들이 돌아올 의사가 없고 다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때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결정을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대의제의 원칙에도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 푸네스 / 2만명중 어느정도가 영주권이 있고,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는 사람인지는 푸네스님의 추측이군요. 2만명이 아니라 20명, 2명이더라도 '현실적인 사정으로 주지 못했던 권리를 줬다가 다시 뺏는것'은 여전히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오고싶지만 생업때문에 못온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거주 5년차까지만 준다고 하면, 지난 선거땐 투표했던 사람이 이번 선거땐 단지 외국에 오래 살았던 이유만으로 투표를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외국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 이번 투표등록과 투표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걸 더 복잡하게 한다면 투표하지 말라는 소리 아닐까요. 이 부분은 역으로 국내로 들어와서 '아무생각 없는 어중이 떠중이에게 다 투표권 주지 말고 자기신념 확실하고 투표를 꼭 하려는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자' 라면서 유권자 등록 및 투표권을 복잡하게 하는 벌어지면 어찌 될까요?

      제가 기억하기론 영주권을 받고 3년이 지나면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이 생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신청자격=취득은 아니지만요. 그렇다면 영주권을 10년이상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국적을 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시민권 취득 능력이 안되는 사람'으로 봐야 할까요?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는 사람인데, 복잡한 등록 및 투표과정을 할 정도로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사람이라면 시민권 취득자격도 만족하지 않았을까요?

      이런저런 추측으로 재단하는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미국영주권을 가진 한국국적자들의 투표성향이 보수가 아니라 진보적인 경향을 보였더라도 '영주권자들의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 라는 주장을 하셨을까요?
    • 가라/제 추측이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5년일지 10년일지 15년일지는 합의를 해야하겠지만, 만약에 5년이 그런 문제가 생긴다면 15년이나 20년으로 하면 됩니다. 문제는 지금의 비효율적인 재외선거 시스템이 방만한 예산을 운용하는 이유 역시 이들이 220만명이라는 모든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 하느라고 생긴 것입니다. 투표등록과 투표도 쉽지 않은 건 대부분 재외선거인이 아니라 해외부재자투표인들이 하는 얘기이지, 영주권자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시민권 취득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영주권이 있는 사람들 중에 한국에 방문한 적이 없고 10년이상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하고 완전히 절연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국민으로서 아무런 의무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국민의 권리를 무제한으로 주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말로 그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법은 고안할 수 있습니다. 위의 링크에 예로 든 각 나라들이 그런 방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 정치적 성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사실 이 문제의 전문가인 이종훈 박사도 그 전부터 꾸준히 얘기하던 것으로 (이분의 정치적 성향도 저는 알지 못합니다) 대의민주주의의 원칙과 선거관리의 효용성이라는 측면 모두에서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대의제의 문제가 더욱 중요합니다. 국적의 형식적인 측면이 충족된다고 사회를 구성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권리를 주는 것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 푸네스 / 방만한 예산 말씀하시니 궁금한데, 해외거주자들의 투표권을 제한하면 필요한 예산이 줄어드나요? 지금도 부족하다는 투표소는 어차피 줄이지 못할것이고, 투표인원을 줄여서 줄어들 수 있는게 용지비, 인건비 등일것 같은데.. 이 부분은 이번 총선 지나면 선관위에서 통계를 내놓으려나요. 제 경험으로는 어차피 해외거주자 투표를 한다면 그 대상이 220만명에서 110만명이 된다고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드는건 아니거든요. 20%라도 줄면 다행... 효율/비효율의 문제는 시스템을 잘 구성하느냐에 달려있지 대상을 줄이느냐에 달린게 아닙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해외에 이민을 간 지인들이 한국에 오는 주기는 보통 짧으면 5년에서 길면 10년이더라구요. 그것도 이제 안정되고 좀 살만한 사람들.. 잘 살아도 일하느라 바쁜 사람들은 못오더군요. 즉, 오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 못오는 하층민들의 투표권이 박탈됩니다.

      외국이 그렇게 한다는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외국이라고 다 옳은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봐야 할것 같습니다.
      첫 단추를 '전 재외국민'에게 주었는데, 다음 선거때 '한국방문 10년 이내 거주자'로 제한한다고 하면, 그것에 대해 누군가 '헌법소원'이라도 내면 어찌될까요? '해외에 10년이상 나가있으면 관습적으로 한국민이라고 할 수 없다' 라고 판결이 나오려나요?

      처음부터 안줬던걸 계속 안주긴 쉽지만, 줬던걸 뺐기는 어렵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이민 2세 3세나 혼혈까지도 '한국계' 라면서 동질감을 느끼려하는 국민들이 해외에 10년이상 살면 한국민 아니잖아! 라는 주장을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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