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콘서트를 다녀왔...;;

- keen님께 상세한 후기를 떠넘겼 부탁드렸으므로 그냥 대충 간단하게만... 이라는 생각이지만 당연히 또 길어지겠죠. 네, 그냥 긴 글입니다.


- 전철에서 내리니 역에서부터 이미 '나 콘서트 가요' 무리들이 득시글 득시글. 태어나서 이렇게 여성 성비가 높은 전철역은 처음이었습니다(...) 문 밖까지 길게 줄을 서 있었는 여자 화장실도 인상적이었구요. 그래도 공연장에 들어가니 가끔 남자들이 없진 않더라구요. 저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도 몇 분 봤습니다. 학부모님들...;

 그래서 처음엔 좀 어색해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차피 난 매일 출근하는 직장부터가 이렇잖아? 여학교 선생이 벌써 몇 년짼데? 그리고 금방 편안해졌습니다. ㅋ


- keen님을 만나서 인사 드리고 '맨손으로 앉아있긴 좀 썰렁하겠죠?' 라는 생각들을 하곤 야광봉이라도 사 보자고 둘러봤는데, 이게 또 공식과 비공식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아무리 돌아봐도 '공식'을 파는 곳은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 결과 '왜 우리 인피닛은 공식 야광봉 하나 없나효 ㅠㅜ'라는 글 몇 개를 확인하고 그냥 아무 야광봉이나 사 버렸습니다. 

 ...근데 티켓을 내고 입장하니 바로 그 '공식' 야광봉을 그냥 주더군요. 아효 돈 아까워. orz 이럴 거면 미리 공지라도 해 주지.


- 콘서트 시작 전 시간 때우기 용으로 대형 화면에서 뮤직비디오를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차례대로 틀어주고 있더군요. 재밌었던 건 그 당연하고도 식상할 뮤직비디오를 보며 자기들 좋아하는 멤버 얼굴이 나올 때마다 열광의 함성을 지르는 10대 팬들이었습니다. 그렇지. 그래야지. 그러려고 온 거니까. 암튼 그 열광 자체가 재밌었어요.


- 근데 생각해보니 아주아주 먼 옛날에 이 동네에 온 적이 있더라구요. 1995년 겨울 N.EX.T 콘서트(...) 체조 경기장인 줄 알았는데 방금 검색해보니 바로 옆에 있는 펜싱 경기장이었더군요. 그래서 또 기억이 났습니다. 바로 옆에서 더 큰 규모로 콘서트를 하는 팀이 있었거든요. 당시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듀오 '더 블루'! 으하하.

 친구들이 몽땅 배신 때려서 혼자 줄 서 있다가 급 친해졌던 지방에서 상경한 누님들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실지. 바로 뒤에 서서 신해철의 가창력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던 교복 입은 여학생분들은 뭐 하고 사실지. 그냥 생각이 났습니다.


- 콘서트는 그냥 정시에 시작했습니다. 예의상(?) 10~20분은 늦어질 줄 알았는데 거의 정확하게 시작하더라구요. 유튜브에 올렸던 콘서트 홍보 영상이 풀버전으로 길게 나오면서 영상 속 내용과 이어지는 식으로 등장.



 이 영상의 매우 긴 버전이었습니다만... 뭐 충분히 짐작 가능하듯이 좀 오골오골. ㅋㅋㅋ 하지만 무대 반대편에서부터 미사일(...)이 날아가 무대 위의 컨테이너를 때리는 연출은 꽤 괜찮더군요.


- 곡 리스트를 다 적진 못 하겠고; 암튼 첫 곡은 '다시 돌아와' 였고 활동 곡과 비활동 곡들을 섞어서 보여주는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She's back, Nothing's over, Cover girl 같은 류의 상큼 발랄 곡들은 '정리하는 의미에서 막판 분위기 띄우기'로 후반에 몰아서 나오더군요. 덕택에 좀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 분들의 출세작 내꺼 하자는 마지막 바로 전에 불렀구요. 앵콜은 Julia와 하얀 고백이었습니다.


- 중간 중간에 뮤직드라마(...)를 찍어서 다음 무대 준비 시간을 벌고 또 그 내용에 따라 무대가 전개되고 했었는데. 결말은 어쩔 수 없이 오그라들긴 했지만 그 내용이 멤버들의 특성을 이용한 자학/가학 개그들이어서 볼만 했습니다. 특히 막내 성종군이 '성규 조용히해!!!' 라고 소리치는 장면엔 삶의 애환이 묻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웃음이;

 엘명수군이 출연중인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 내용을 따 온 것인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곽정욱군이 우정 출연을 했는데, 전 '닥치고 꽃미남 밴드'는 안 보지만 이 분이 출연했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열심히 봤기 때문에 반가웠구요.


- 이런 아이돌 콘서트에서 가장 관심을 끌게 마련인 개인 무대는...

 1) 성규군은 피아노를 치며 신곡 발라드를 불렀는데 아무리 들어봐도 이건 넬 노래(...) 넬의 김종완처럼 되고 싶어서 울림 엔터를 찾았다가 아이돌이 되어 버린 개인사가 생각이 나서 왠지 좀 웃겼지만, 암튼 괜찮았구요.

 2) 성규군 팬들이 좋아하는 성규 솔로곡 Because는 뜬금 없게도(?) 동우군이 불렀는데. 성규군 팬들은 좀 아쉬웠을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노랠 꽤 하더군요. 목소리도 괜찮구요. 후렴의 고음 부분은 어쩔 수 없이 MR의 도움을 좀 받았지만 듣기 괜찮았습니다.

 3) 불쌍한 호야군은 특기인 춤에 노래를 곁들인 무대였는데... 초반에 마이크 선이 빠져 버리는 바람에 잠시 좀 헤맸습니다; 다행히도 총알처럼 핸드 마이크를 들고 달려온 스탭 덕에 수습이 되긴 했는데, 마이크가 바뀌어서 퍼포먼스를 제대로 보여주진 못 했죠. 그래도 막판의 이기광 미국춤(...) 덕분에 호응은 좋았습니다.

 4) 우현군은 젝스키스의 커플을 부르며 스탠딩 관객의 캠코더를 빼앗아 리프트를 타고 뱅뱅 돌며 셀카를 찍어 주는 팬서비스 무대를. 마침 또 제 동행분이 원조 젝키 광팬아니었겠습니까. 참으로 좋아하면서 '마지막에 안무 좀 틀렸어'라는 냉정한 지적도. ㅋㅋ 그리고 아이돌들이 자주 스페셜 무대용으로 써먹어서 그런지 그 노래 가살 많이들 알더군요. 제 옆에 앉았던 여중생들도 따라 부르고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5) 성열군은 Sexy Back을 했는데. 다른 멤버들에 비해 많이 어설프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 분은 요즘 그 어설픔 자체가 캐릭터라서.

 6) 명수군은 이승기의 연애 시대를 불렀습니다. 비주얼 담당 답게 꽃다발 들고 마지막에 오그라드는 멘트까지 치는 팬서비스 무대였는데, 중간에 성규군이 치고 올라와서 랩 피쳐링하는 부분만 기억에 남습니다. 뭐 그럴싸하던데요. 하하;

 7) 막내 성종군은 한국 아이돌 콘서트의 단골 소재... 여장하고 나와서 '성인식'을 불렀습니다; 것 참 정말 말랐더군요 이 분;;


- 그리고 몇 가지 그냥 대충 기억에 남는 것들은

 1) B.T.D 무대에서 다들 LED가 박힌 옷을 입고 나왔는데 동우군 옷에 불이 안 들어왔어요. LED를 강조하느라 조명도 거의 꺼진 상태였는데 덕택에 동우군은 무대 내내 닌자가 되어... orz 중간에 뒷쪽에 앉은 여학생들이 갑자기 '카메라 비켜!! 안 돼!!!!' 라고 고함을 지르길래 왜 그러나 했더니 바로 그 다음이 전갈춤. 다행히도 카메라가 비켜줬나봐요. '내가 이거 보려고 여길 온 건데!' 라면서 좋아하더군요.

 2) 초반엔 무대 양쪽 셋트 위에 밴드가 자리 잡아 연주를 깔면서 곡들도 살짝 락 버전 비스무리하게 편곡이 되어 나왔습니다. 그 밴드는 중반에 빠졌다가 후반에 다시 등장하더군요. 마지막 앵콜 곡이었던 하얀 고백 끝 부분을 무한 반복하면서 멤버들이 무대 이 쪽 저 쪽에서 인사할 시간을 벌어주던데, 괜찮았습니다. 서비스 영상으로 유튜브에 풀어줬음 좋겠어요.

 3) 역시 앵콜 무대에서 공연장 천장에 묶어 놓았던 노란색 풍선을 떨어뜨리고 멤버들이 그걸 객석쪽으로 날려주는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마침 제 좌석 쪽에 서 있었던 명수군. 풍선 하나를 들어 두 팔로 안고 진하게 키스-_-를 한 후 객석에 던져주더군요. 당연히도 그 풍선이 날아간 쪽은 아비규환. 지옥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그리고 역시 당연히도 명수군은 자기가 인기 많다는 걸 참 열심히 의식하고 열심히 행동해요. 하하.

 4) 앵콜 때 멤버들이 둘로 나뉘어서 이동 무대를 타고 공연장을 도는데, 마침 제가 있던 쪽으로 도는 이동 무대에 엘군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치 은혜 받아 성령 충만한 교회 누나들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가족분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나와서는 성종군이 맘에 들었다고 하면 내가 속을 것 같냐 이 얼빠야!!!! ;ㅁ;

 5) 사운드가 아주 좋았다고 하긴 힘들겠지만 체조 경기장이라는 걸 감안하면 괜찮았어요. 대형 콘서트는 잘 안 가 봤는데 16년전-_-에 찾았던 펜싱 경기장 N.EX.T 공연보단 훨씬 나았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나 소극장 공연들보단 못 했지만 공연장 규모와 장소의 특성을 생각하면 예상보단 좋았구요.

 6) 데뷔곡 제목과 후렴구 때문에 이 팀은 은퇴하는 그 날까지 앵콜 요청은 무조건 '돌아와~ 돌아와~'로 확정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던 건지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딱 저 부분만 무한 반복하는데 좀 재밌기도 하고.

 7) 실물로 봤다고는 해도 '가까이서 봤다'라고 할 수 있는 건 막판 이동 무대 위의 명수, 성종, 성열 셋 뿐인데. 뭐 어쨌거나 이상하게 티비 화면으로 볼 때보다 공연장 대형 스크린 쪽이 잘 생겨 보이더군요. -_-;; 그간 또 외모가 업그레이드가 된 건지 뭔지. 왠지 동우군이 가장 '더 잘 생겨 보이'더라... 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그거야 뭐 제가 그 중에서 이 분을 좀 귀여워하는 편이라 그런 걸 거구요;

 8) 본인들 콘서트라 그런지 라이브가 다들 티비에서 볼 때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당연히 가끔은 춤을 덜 추면서 노래에 집중하기도 했는데 뭐 그것도 라이브 공연의 재미죠 뭐. 어차피 아무리 칼 군무 춰 봤자 제가 앉은 자리에선 개미만해 보였기 때문에... orz

 9) 거의 막바지에, 내꺼 하자 부르기 직전에 멤버들 소감 발표(?) 시간이 있었는데... 난데 없이 학생들 수련회 촛불 의식-_-시간 같은 음악이 흘러 나오며 슬픈 분위기를 잡고. 팬들은 노골적으로 눈물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울지 않으면 때릴 것 같은 분위기가; 다행히도 호야군과 성열군이 호쾌하게 울어줘서 다들 만족하는 해피 엔딩을 맞았... 긴 한데 좀 웃겼어요. '우리가 달래줄 수 있도록 울어줘!' 라는 듯한 느낌이라서. 콘서트 여러 번 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나중엔 눈물도 안 날 텐데 그 땐 팬들 정말 실망하겠어요. orz

 그래서 멤버들도 울려고 노력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좀 그렇긴 했는데. 성열군의 '제가 많이 부족하... 어흑;'은 왠지 진심인 것 같아서 애잔했...;;

 10) 현장에서 느낀 멤버별 인기도는 뭐 당연히 명수군이 압도적이었고 우현군도 만만치 않더군요. 우현군은 예능 담당으로 여기저기 계속 얼굴 비치더니 말빨이 좀 생겼는지 팀 내 MC처럼 항상 토크를 주도하는데... 뭐 무난하게 잘 했습니다.


- 암튼 뭐. 난생 처음 가 본 아이돌 콘서트였고 이 이전에 본 아이돌 무대라곤 kissing you 시절 소녀시대 무대를 홍대 앞에서 목격한 것 밖에 없어서 비교 대상은 없지만 그냥 괜찮은 콘서트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용도 충실했고 퍼포먼스도 충분히 훌륭했어요. 노래야 뭐 애초에 제가 이 팀에 관심 갖게 되었던 게 곡이 다 맘에 들어서였으니까. 본문에 적었듯이 진행 사고가 좀 있긴 했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았고 전체적인 짜임새는 괜찮았습니다.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 그래서 다음에 카라가 또 콘서트하면 그 땐 꼭 가려구요(!?)




+ 아 그리고 keen님은 미인이셨습니다. '삼촌'팬 아니시라능. <-


    • 쉬스백 활동하던 시절에 시청인가 어디에서 행사하는거 보러갔다가 라이브 봤는데 관심 딱히 없었는데 노래 잘해서 좋게 생각하고 있었죠.. 역시 실력이 있으면 뜨는겁니다..
      카라 콘서트는 저도 되게 가고싶어요 ㅋㅋㅋㅋ 신화콘서트도 하는지 몰라서 못갔는데 아쉽고.. 인피니트 콘서트도 공짜로 막 뿌렸다던데 동생이랑 뒤늦게 아쉽
    • 사람/ 데뷔곡이 워낙 좋았지만 쉬즈백이 딱 제 취향이라서 저도 그 곡으로 호감 갖기 시작했었습니다. ^^;
      카라 콘서트는 뭐 이제 국내에선 잘 안 하려고 할 것 같긴 한데(...) 하면 꼭 가려구요. 어차피 이제 아이돌 콘서트계(?)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 카라는 꼭. (쿨럭;)
    • 집에 오자마자 후덜덜하면서 후기 쓰다가 도저히 저혈당 쇼크를 이기지 못하고 밥먹고 다시 쓰러왔습니다...
      저는 개인 무대 위주로 간단하게 감상 남기고... 자세히 쓰려면 간증타임이 될거같아 고민이에요 ㅋㅋㅋ
    • keen/ 보고 싶습니다. 간증. <-
      하하. 여유 되실 때 천천히 적어 주세요. 벌써 월요일이네요. ㅠㅜ
    • 로이배티님... 결국 여기까지 오셨군요(...) 그리고 저는 왜 이 글을 정독 한걸까요-_-;
    • 스탠딩에서 살아 돌아온 역전의 용사가 여기 있습니다!!! 오늘 지각하지 않고 무사히 출근을 했어요. (아.. 진짜 내가 생각해도 대견하다)
      제가 있던 D1은 돌출 바로 앞부분이었는데, 성규군 신곡 솔로할 때 사람이 그만 쓰러져서 안타깝기도 했어요. 아마 숨막혀서 실신한듯.
      지난번 콘서트와 비교하면 배이상 재밌어졌네요. 애들 말도 많아지고, 개인무대도 좋고. 우현이 진행 잘하던데요ㅋㅋㅋ
    • 달빛처럼/ 여기가 어디이길래...;; 하지만 정독은 감사합니다. ^^;

      홰내기/ 오우 스탠딩! 제 가족분께서 아쉬워하시더라구요. 역시 아이돌 콘서트는 스탠딩이 진리인데, 가까이서 못 봐서 아쉬웠다고. ㅋㅋ 남우현군 진행 많이 늘었죠. 지난 번 콘서트보다 좋았다니 괜히 안심(?)이 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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