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보고 왔습니다. + 왜 남자는 찌질한가.

나름 재미도 있었고. 이것저것 생각해 보는 것도 많은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영화속 승민에게 공감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저는 공감을 별로 못했어요..


뭐랄까 전 첫사랑을 그리 심하게 앓아본 적은 없었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포기가 굉장히 빠른 편이기도 하고


냉정하고 냉철하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로 감정적인 성격도 아니라서.


뭐랄까 그런 설렘이나. 서로의 마음을 맞춰가는 과정 같은것에 그리 동감하지는 못했던거 같습니다.


그래도 


영화는 뭐랄까


아련함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솔직히 저는


수지가 커서 한가인이 된거랑,


이제훈이 커서 엄태웅이 된 걸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어요.



그 아련함이 좀 많았던 거 같습니다.



늙어간다는 것.. 그리고 내가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들을 추억한다는 것.



저에게 건축학 개론은 그렇게 남은거 같네요..




ps) 사실 제목을 저렇게 지은건 극 초반 승민이 서연을 몰라보는 것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때문입니다.


저는 승민이 정말로 서연을 몰라봤을꺼라고 생각 안해요. 첫사랑인걸요 ㅋㅋ 


저도 제 첫사랑은 아직도 길거리 지나다니다가 바로 알아볼 수 있을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승민이 서연을 몰라보는 척한거는


본인이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했던 기억에서 숨고싶어하려는


방어 본능이 발동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얼마나 귀엽습니까. 또 찌질하고..


저역시 그렇거든요.. 사실 전 이런 소소한 디테일들이 좋아요.


    • 저도 이 영화 참 공감가며 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 90년대 보낸 제 청춘의 날들이 승민이랑 좀 비슷한데가 많아서;;


      강남에 사는 부자 친구들 부러워하며 '집이며 땅이며 다 팔아서 강남의 아파트 사서 가자'고 노인네들한테 철없이 졸라대기도 하고..,하도 서울 타령 해대니까 울 노인네가 제게 별명을 붙여줬죠. '70년대 아이들'이라고. 뭐 이촌향도 얘기랍니다;;


      승민의 GUESS티 사건과 비슷한 것도 실제로 겪었어요. 근데 영화 속의 승민이야 차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지만, 전 끝까지 그러지도 못했죠. 그때 앞 석에 앉아있던 친구녀석이 미안했는지 슬쩍 그 얘기를 꺼내길래 그냥 모르는 척 잠자고 있었던 것처럼 한 적도 있었어요. 그 무스 잔뜩 쳐바르고 데이트 나간것도 어찌나 똑같은지;; (물론 승민은 머리를 감았고 저는...그냥 나갔습니다. 왜냐면 데이트가 아니라 그냥 친구녀석들이랑 술 마시러 간 거라...그런데 그 날 전 술자리에서 완전...;; 아무튼 이십 년이 지났는데도 제 친구녀석들은 그 무스 쳐바른 머리 얘길 해요...내가 못살아;;)


      돌이켜보면 90년대는 그 풍요로움과 (80년대의 빈곤을 떠올려보면...T.T) 빈부격차를 한번에 겪는 시절이었던것 같습니다. 뭐랄까...정말 최초의 시기랄까...

      70년대 생들인 저희들을 보고 어른들이 그러더라구요. X세대라고요. 저는 마치 무슨 훈장이라도 받은것 같았습니다. 어른들이 우리 세대를 보고 '단군이래 한반도에서 굶주림을 겪지 않은 첫 세대' '부모들의 모든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맘껏 공부하고 놀고 싶은거 다 할 수 있는 첫 세대' 이러면서 고리타분한 전통과는 단절되고 자기생각이 분명한 신세대라고 마구 찬사;;를 늘어놓는걸 들으며 참 으쓱으쓱 (물론 혼자서)거렸던게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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