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큐브는 그대로 잘 있더군요.

광화문 네거리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씨네 큐브라는 극장이 있습니다. 극장이 있는 흥국생명 사옥 앞에는 365일 쉬지 않고 망치질을 하는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해머링 맨이 있습니다. 흥국생명 사옥의 조경물로 세운 것이지만 해머링 맨을 보면 씨네 큐브가, 씨네 큐브를 생각할 땐 이 해머링 맨이 같이 떠오를 정도로 이 극장의 상징물처럼 저한텐 남아 있었죠. 다른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유럽의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을 주로 상영해 주는 씨네 큐브를 꽤 고마운 존재였어요. 그 이전부터 예술 영화를 많이 상영했던 코아 아트홀, 시네 코아가 폐관한 후론 더 그러했지요. 시내 중심지 교통이 편한 곳에서 1년 내내 좋은 영화를 상영해 주는 그곳은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요.

그런데 3년전 8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려 왔었지요. 씨네 큐브가 폐관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었어요. 2000년 12월 개관 이후 줄곧 극장을 운영해 온 이광모 감독의 백두대관이 흥국생명과의 계약을 폐기하고 떠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백두대관의 주장에 의하면) 2015년까지 당시 기준으로 6년간의 계약기간을 남겨 놓은 시점에 일방적인 운영 중단을 요구 받았다고 하네요. 백두대관은 이후 이대 안에 아트하우스 모모를 설립하고 그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책과 예술 영화를 결합한 독특한 코드를 유지하고 있어요.

씨네 큐브는 백두대관이 떠나고 나면 그저 평범한 영화관이 되어 버리거나 폐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보면 씨네 코드의 컨셉이 그다지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영되는 영화의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그다지 변하지도 않았고 갤러리 같은 극장 분위기도 그대로입니다. 종종 독립영화를 위한 행사 같은 것도 여전히 열리더군요. 백두대관이 떠난 후엔 줄곧 티캐스트란 회사가 운영을 해오고 있다는군요. 당시 흥국생명과 백두대간 간에 어떠한 일이 생겨서 결별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쨌거나 영화팬의 입장에선 이런 영화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주 중에 그곳에서 상영하는 '그녀가 떠날 때'를 한번 보러 가야겠어요. 

    • 흥국생명/티케스트(케이블 mpp) 모두 태광그룹 계열사입니다.
    • stardust/

      그럼 계열사에 씨네큐브 운영권을 넘기려고 무리하게 계약 해지를 했나보군요.
    • 영상쪽 사업으로 판을 키우려다 보니 후원하지말고 우리가 직접 해버리자.라는 생각이 들었을테죠.
    • 어찌되었든 티캐스트쪽은 사업방향을 바꿀 생각이 없더군요. 예술영화 상영을 쭉 할 것 같아요.
    • 계약 파기 같은 구설수 때문에 처음에는 불매운동(?) 비슷한 의견도 있었지만 너무나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죠.

      씨네큐브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나 내부 인테리어도 전혀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것, 상영 영화들의 일관성, 전부 사업 전략이라고 봅니다.



      연초에 달시 파켓이 이런 트윗을 썼었지요.

      Arthouse theater Cinecube had its best year ever in 2011, with 220,000 admissions on its two screens (one decent sized, one tiny).



      I'd guess that's due to the closing of Hypertheque Nada and Joongang Cinema, rather than a broad-based revival of arthouse cinema.
    • 정독도서관/

      하이퍼텍 나다와 중앙 시네마의 폐관으로 상대적인 이득을 봤다고 분석하는거군요.
    • 일단 시설이 타 예술영화관보다 훌륭하고, 접근성도 좋지요.
      운영주체가 바뀌긴 했지만,
      어차피 예술영화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비슷비슷하고
      그 비슷한 영화를 상영하니,
      관객 입장에선 거의 차이를 못 느끼고..관객은 꾸준히 잘 드는..그런 수순이 아닐런지~
    • 음..저는 운영주체가 바뀌고 나서 씨네큐브 한 번도 안갔어요. 어쩐기 괘씸한 기분이 들어서..광폰지 아니면 모모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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