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진상 좀 피워보셨습니까?

밑에 10원짜리 동전으로 국수값을 계산하셨다는 분의 글을 보고 문득 기억이.

 

 

90년대 말로 기억해요. 98년인지 99년인지.

IMF 여파로 생활비 조달에 심각한 애로사항이 꽃피던 시절.

급기야 자취방 바닥과 책장 그리고 가구 밑 등등을 샅샅이훑어가며 동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 꽤 되더군요. 오백원짜리도 꽤 나왔고 심지어 오천원짜리도! 아쉽게도 세종대왕님은 안나오셨지만.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4만 얼마쯤 되었던것 같아요. 아무렇게나 던져논 동전들도 꽤 있었고.

아무튼 열심히 계산해서 은행으로 갔습니다.

 

창구로 가서 지폐로 바꿔달라고 했죠. 물론 A4용지에 각각의 동전이 몇개인지 적어서 제출(?) 했구요.

했더니만 창구직원이 바쁘다며 안해주겠다는 겁니다! 어라? 나중에 오라는 것도 아니고 안해준다?

당시에는 동전 개수기가 없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창구직원이 바꿔줘야 하는거죠.

 

안된다는 표현이 너무 완곡했습니다! 무려 짜증까지. 하기사 많이 귀찮은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너무 티를 내서 말하니깐 좀 오기가 발동!

 

집에 가서 통장을 가져왔고 입금증을 작성해서 아까 가져간 동전 모두를 입금시켜달라고 했습니다. 동전갯수가 적힌 A4용지는 통장가지러 갈때 집에 두고 왔을뿐이고.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동전갯수가 몇개인지 적어서 보여줘봐야 별 의미가 없죠. 입금시킬때 다시 세봐야 하니깐.

 

진상짓 고백합니다.

 

    • 진상은 뭘 뜯어낼 의도가 있는거예요
    •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음식 주문했는데 하나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워낙 무딘 성격이라 언젠간 나오겠지 뭐 하며 그냥 먹고 있었는데 다 먹을때까지 감감무소식. 그래서 지나가던 서버 불러서 음식이 안 나왔다 한마디 했는데 점장이 와서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그날 식사 무료 처리해줬어요. 근데 진짜 그냥 아직 음식이 안나왔는데 언제 나오냐고 물어본 것 뿐이었거든요! 그에 대한 반응이 너무 과한 덕분에 친구랑 서로 당황해서 읭?읭? 하며 엉겁결에 일어나 나오게 되었는데(불편해서 더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나오는데까지 점장이랑 서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죄송하다고 계속 말하며 배웅(?)하더군요. 진상짓 하고 싶었던거 아닌데 어쩐지 진상 취급 받았던 오묘한 느낌. 저게 거의 십년 전인데 저 아직도 그 지점 못 가고 있어요..;;
      • 이 댓글 보고 생각난건데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주문하고 20분이 넘도록 물 한잔 안 갖가주길래 주문 누락됐구나 하고 물어봤더니 역시 누락이 됐더군요. 그러더니 음식을 스테이크 스프 파스타 샐러드 순으로 가져오네요? 빨리 내가야겠다고 주방에서 다른 사람들 것 나오는대로 집어온 느낌.. 주문 누락까지 웃으며 넘어갔는데 여기서 열이 받았어요. 게다가 저희 주문 누락시킨 서버는 저쪽에서 계속 힐끔힐끔 눈치만 보고있고.. 와서 죄송하다 그러면 잡아먹을까봐 그랬나... 결국 원하는대로 점장 오라고 해!! 하고 진상을 피워줬어요. 음식값 안 받더라구요. 전 그냥 와서 사과만 하라고 했는데...
    • 눈뜬감자/실재로 착오가 있어서 늦어지던 차에 컴플레인이 들어오니 지레 겁먹었던 것 아닐까요?
    • 자두맛사탕 / 넓은 의미에선 진상에 포함되지 않을까요?^^;;
    • 1. 스위스 어딘가의 퐁듀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은지 한국인 웨이트레스가 있는 집이었습니다. 퐁듀 종류가 많아서 차이점들을 묻자 '이런것도 모르는 것들, 귀찮아' 라는 표정과 목소리로 얘기를 해 줍니다. 그냥 넘어갔습니다. 피곤한 모양이다 하고. 그런데 서빙도 개판입니다. 퐁듀 냄비 데우는 불이 꺼져서 다시 피워 달라고 서버를 부르는데 세번 부르도록 아무도 신경을 안 씁니다. 결국 지배인 불러서 항의하고, 웨이트레스에게 사과 받고, 지배인이 직접 서빙하고, 초코 퐁듀를 공짜로 받았습니다. 물론 항의는 점잖게 했습니다. 목소리 안 올리고.

      2. 서울의 모 샤브샤브 집에를 갔습니다. 먹으려고 하는데 천정에서 물 한 방울이 떨어집니다. 종업원을 불러 얘기 했더니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이라 괜찮다.. 라는 식으로 소쿨하게 말합니다. 지배인 불렀습니다. 샤브 새로 받고, 테이블 옮기고 사이다 캔 하나 서비스 받았습니다. 물론 사이다 제가 달라고 한 건 아닙니다...

      3. 서울의 모 삼겹살 집입니다. 고기 다 먹고 볶음밥을 시켰습니다. 볶음밥을 먹다가 이빨에 뭔가 딱딱한게 씹힙니다. 꺼내어 보니 투명한 플라스틱 조각입니다. 사장님에게 항의하니 미안하다 사과하시며 밥값 전부를 안받겠다 하십니다.

      4. 라스베가스의 멕시칸 식당입니다. 서버 친절하고, 음식도 괜찮았는데 중간에 부탁할게 있어 서버를 부르는데 다들 바쁜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목소리를 키우고 손을 휘저어도 다들 본체만체... 다섯번째 시도 만에 한 명을 붙잡아(...) 부탁과 함께 컴플레인을 하니 지배인이 미안하다며 금액의 20%를 깎아 주기로 합니다.

      우선 생각나는건 이 정도군요.. 음.. 좀 진상이긴 한거 같아요. 그래도 항의할때 목소리 높이거나 나쁜 단어를 쓰지는 않았다고 조심스레 변명을.. 아 플라스틱 씹었을 땐 화나서 좀 목소리 크게 냈었네요..
    • 식당같은데서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년 전 꼬꼬마시절에 남자친구가 군대갔을때
      술먹고 114에 전화해서 모모부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며 진상부린 기억이 있습니다.
      울면서 '114잖아요 왜 전화번호가 없어요 왜 없어요 한번만 알려주세요 다른건 다 있잖아요'라던 저에게
      '고객님 내일 남자친구분이 전화할거예요 많이 보고싶어요? 우쮸쮸'하고 달래주시던 상담원 분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네요.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하이킥을.그분은 제게 잘못하신게 하나도 없었는데..
      • 죄송하지만 많이 웃었네요. ^^;;;; 아마 그 상담원 분은 달님을 굉장히 웃기고 귀여운 진상으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 물긷는달/ 하핫. 정말 귀여운 경험입니다.
    • 케이/ 다른 분들과 달리 돈 한푼 내는 것도 없고 그 분이 실수한 것도 없는데
      저 혼자 일방적으로 상담원분을 괴롭혔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빴어요.
      죄를 갚기 위해서 그 이후 무조건 114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친절함을 설파하며 자체 홍보 합니다.
    • 으 세호님이 플라스틱 조각 하니 네팔 시골에서 빨락빠니르 먹다 플라스틱 조각이 다량으로 나왔던 생각이 나는군요. 근데 변두리 작은 식당인데다 너무 맛있어서 그냥 건져내고 먹었어요. 네팔 양반들이 항의한다고 굽신굽신 서비스를 제공할 분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물어달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전 컴플레인 잘 해요. 은근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요. 큰소리 하거나 욕하는 건 아니고, 조목조목 상황을 따지고 타당한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죠. 문제 상황이야 누구의 의도가 아니라도 발생할 수 있는 거지만, 이에 대한 대처를 보면 확실히 장사 마인드를 알 수 있잖아요. 근데 알바생은 되도록이면 안 건들이고 매니저, 주인 주로 이런 분들한테.
    • 저는 늘 생각으로만 합니다. 김밥천국에서 이빨자국있는 단무지가 나왔을 때도 조용히 먹고 나와서 '따끔하게 컴플레인을 걸었어야 했는데!'
      그래서 할 말 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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