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매미, 고백(소설, 영화), 7년의 밤-스포일러 가득.
'8일째 매미'는 가쿠타 미쓰요의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불륜 상대인 남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그의 아기를 보게 됩니다. 딱히 뭘 어쩌자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아기를 본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읽는 사람들은 라스트에 가서 울고 불고 한다는데, 정말 재밌긴 했지만 울 것 까지는
아니었어요. 이런 종류의 감정에 무감각 한가 봅니다. 하지만 정말 눈을 뗄 수 없었어요.
계속 쫓겨다니는 여주인공의 심리적인 압박감, 그 와중에도 내내 아이한테 쏟는 무한한 애정,
그리고 2부격에 해당하는 그에 얽힌 사람들의 불행에 관한 이야기도 새벽까지 읽을 정도로
몰입하게 했어요. 중간에 등장하는 엔젤 홈이 갖는 의미가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해 주지만
엔젤 홈이 쉽게 변질하듯, 그들이 갖는 이념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구요. 돌이켜 생각해 볼만한 여지는 줬지만요.
여성들 사이에서 이렇게 혁명을 일으키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 세상과 맞춰나가지
않는 혁명은 정신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지 싶어요. 엔젤 홈이 외치는 것들이 그 속에 사는
사람을 얼마나 불행하게 했는지요. 보니까 그렇더군요.
내리사랑에 관한 이야기겠죠, 이건.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라고 외치는 딸들에게 주는
이야기기도 하겠고. 그러나 어떻게 그런 애정이 뿜어져 나오나 계속 이상했어요.
음... 아마 난 안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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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은 정말 일본 소설 다워요. 인정사정 없이 발로 밟아 뭉개주는 솜씨는 정말 굉장했어요.
담임은 소설로 볼 때는 복수극이 정갈하기만 해서, 내내 우아하게 꼭둑각시 줄을 움직이기만
하는 것 같더니만,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들로 보여주니 참담해요. 아이들이 바스러지는 과정은
소설쪽이 훨씬 쾌감이 크지만, 영화를 보면 담임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오네요.
한편, 눈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공감이 덜 되는 건가. 나는 한심한 인간, 그랬죠.
일본은 참 가학에 대해서는 이제 경지에 이르렀나 봐요. 애들이 연기를 잘해서 그러나.
이쁘게 생긴 애들이 나와서 피범벅이 되는 그림을 보고 있자니 일본은 이제 이 방면으로
거장이 나오는게 당연하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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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7년의 밤'을 읽으면서 그냥 그런 추측을 했었는데, 일본 장르 작가에 대적할만한
국내작가를 열심히 발굴한 끝에 정유정이 나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정말 정밀하게 잘 꾸며진 소설이었어요. 앞뒤 아귀도 딱딱 맞고, 톱니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는데 읽는 내내 감탄했어요.
하지만 어딘가 정리되지 못하고, 너무 톱니가 필요 이상 많은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일본 장르 소설들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는데 말이죠.
꽤나 인정받은 베스트 셀러에 대고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딸 아버지로 나오는 치과 의사의
부인이, 남편의 어조로 쓴 편지는 정말 유치했어요. 읽으면서 오글오글... 그것만 빼면 나머지는
훌륭했습니다. 음... 막판에 살인자의 아들이 치과의사의 자백을 얻어내는 부분도 약간 오글
거리기는 했지만요. 이 부분은 영화로 나오면 그렇게 거부감 들 것 같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