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기 배틀 -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오늘 윌리엄 와일러의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를 봤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좋더군요.
특히나 랠프 리처드슨,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몽고메리 클리프트 이 세배우의 연기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각 배우들의 1대1 씬은 모두 엄청납니다. 리처드슨 대 몬티, 리처드슨 대 하빌랜드, 하빌랜드 대 몬티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요. 좋은 극본(?)에 기초한 좋은 연기는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랠프 리처드슨은 보는 내내 '아 이 사람 진짜 고수구나'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로렌스 올리비에, 존 길구드와 함께 세트로 묶여지는 전설적인 고수죠.
이 영화에서 국가대표급 핑퐁처럼 몬티와 랄프가 주고받는 빠른 리듬은 리처드슨의 공로구요 보면 정말 정신없이 빨려들어 갑니다.
차가우면서 위트있고 기품도 있지만 역시 모호한 뉘앙스가 일품이에요.
저는 영화를 다 봤어도 리처드슨이 맡은 배역이 정말 딸을 사랑해서 그런 모진 행동을 했고 냉철한 판단을 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딸이 자신을 오해하는 상황에서 뜨겁게 부성을 보여줘도 되는데 차갑게 억제합니다.
리차드슨의 그 모호함이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변화에 설득력을 더 주었고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에 더 많은 긍정과 부정의 해석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더 여운도 남죠.
몬티도 정말 잘하네요. 악한 배역을 전혀 악하게 연기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스테레오 타입으로 쉽게 빠지지도 않구요.
이 영화의 몬티 연기를 보면 마치 사이비 교주한테 홀린 기분이에요.
이 사람이 사기꾼인 걸 알면서도 그 선량함과 좋은 매너 그리고 굉장한 진정성으로 포장하여 끝까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진짜 일류 사기꾼 같아요.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죠.
한마디로 아카데미용 연기를 보여줍니다. 좋은 연기였고 설명은 생략할게요. 세 배우 중 가장 과장되었지만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