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더 이상 여자가 아니야

허만님 글보고 써봅니다. (http://djuna.cine21.com/xe/?mid=board&page=2&document_srl=3626749)

 

미의 세분화는 아기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엄마들이 아기를 누운귀로 만들지 않기 위해 곧은 다리로 만들기 위해, 예쁜 두상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보면 아마 대부분 놀라실 거에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

 

한가인 비판글에서 제가 가슴아팠던 부분은 아줌마라서 이입 안된다고 가열차게 비난하신 글쓴 분도 주부라는 사실이었어요.

같은 주부끼리 그런 기준을 들이댄다는 게 정말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제가 요즘 고민하는 문제하고도 닿아있었고요.

 

어제 미국과 한국의 배우 수준에 대한 글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이지만

한국은 이십대, 길게 봐야 삼십대를 지나면 주연배우를 할 수 없는 구조이지요.

그런데 이게 쇼비지니스 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 결혼한 여자, 나이든 여자는 여자가 아니에요. (일본도 비슷한 것 같더군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겠습니다만)

못생긴 여자는 한창 나이에도 여자가 아니고요.

그 나이 먹어서까지 여자이고자 하면 뭔가 흉측한 일이 됩니다.

 

'여자'가 뭔가. '여자'답게 산다는 게 뭔가.... 이런 질문으로 들어가면 한 없겠습니다만.

 

예전에 소설가 김사과가 그랬죠.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학교갈 때 입고 가는 옷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다도시는 이혼 후 발표한 에세이에서 말했었죠. 아이와 함께 자는 한국식 부부문화가 싫었다고요. 난 여전히 여자인데.

그리고 오정희는 옛우물에서 씁니다. 더이상 여자가 아닌 여자에 대해서. 그런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사실 저도 아직 개념 정리가 안되어서 같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예전에 듀나님의 섹스앤더시티 리뷰를 읽다가 한 단락에서 멈칫했습니다. 이 부분이에요. 

 

 

"우린 캐리 브래드쇼를 1998년에 만났습니다. 10년 넘게 알고 지냈다고요. 그 동안 캐리 브래드쇼는 30대에서 40대로 접어들었고 결혼도 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캐리도 좀 성장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원래 캐리는 그런 거 할 줄 모르는 여자라고요? 네,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캐리와 빅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캐리가 하는 짓은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고해도 50대 남자랑 결혼한 40대 여자가 할 일이 아니에요. 20대 초반이라면 애가 어리다고 이해는 하죠. 하지만 마흔을 훌쩍 넘은 여자가 이러는 걸 보면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캐리야 처음부터 포기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별로 낫지는 않습니다. 우선 전 사만다의 성생활을 구경하는 게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이 사람의 자유분방함에는 해방감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10여년 동안 같은 소동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왜 저 사람은 다른 오락을 찾지 못하나, 상상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듭니다. 후반에 이 사람이 저지르는 소동은 그냥 민망할 뿐이고요. 그나마 책임감 있는 성인의 삶을 살고 있는 미란다나 샬롯은 조금 낫지만 그래도 많이 낫지는 않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 드라마는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싹뚝 잘라버렸으니까요."

 

 

사만다나 캐리는 제 생각엔 계속 '여자'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이 바람직한 성인의 태도는 아니었을지라도...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20대에나 할법한 그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한심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전 그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요.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거기 나오는 사람들도 나이만 먹었고 하는 일이 전문직이다뿐이지 하는 짓은 십대 아이들과 다를 바 없죠. 그게 바람직하다는 건 아닙니다만.

 

할말이 많은데 정리가 잘 되질 않네요.

아무튼 여자는 여자로 살 때 행복한 것 아닐까요? 누군가의 엄마라거나 아내라거나 그런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더이상 여자가 아니라는 자각은 어느 순간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 전 여자로 살 때보다 나 자신으로 사는게 행복합니다.
      물론 여성스럽다는 칭찬은 기분 좋지만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외부에서 부여하는 여성성에 저를 억지로 끼워맞추고 싶지는 않고요.
      제가 해서 행복하고 기분이 좋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듀나님이 말씀하신 '성장'은 책임감있는 성인으로서의 성장이 아닌가요?
      페트로브스키따라 사랑찾아 직장 버리고 파리까지 가는 용기는 대단하지만, 어디까지나 책임져야 할 식솔이 없는 싱글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고요.
      구두사는데 4천만원은 들이면서 저축한 돈이 없어 친구의 결혼반지를 팔아 전세금 마련하는 에피소드를 보면 철딱서니가 없거든요.
    • 침흘리는글루건 / 여자로 사는 것이 나 자신으로 사는 것과 대치되는 것 같진 않아요.... 일단 제 자신이 여자이기도 하고.
      외부에서 부여하는 여성성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글이 부족해서 제대로 전달이 안된것같습니다..
    • 앗, 제가 헛다리를 짚었네요ㅠ 글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제 이해력이 좀 달려요...ㅜ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남성/ 여성보다는 무성으로 취급되는 것에 대한 서글픔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침흘리는글루건 / 그런 거죠. ㅎㅎ 못생긴 여자도 마찬가지.
    • 구두가 4천만원이나 해요?
    • 자두맛사탕 / 한 켤레는 아니고 구두에 들어간 돈 다 하면 ...
    • 움! 맞아요. 우리나라는 유독 '매력'을 표현하는 스펙트럼이 너무 외모에만 국한되어 있어요.
      그것도 '젊고 아름다운' 외모에 지나치게요.

      어째 포인트가 살짝 빗나간 것 같지만 남자화장실에 사람이 있든 없든 화장실을 청소하는게 용인되는 아주머니도 그렇고요,
      할아버지 캐릭터는 점잖은 도인 아니면 무천도사급의 색을 밝히는 할배밖에 없는 것도 그렇고요.

      자두맛사탕/ 같은 에피소드에서 400달러짜리 구두가 백 켤레는 훨씬 넘는다고 했어요.
    • 공대여자는 제3의 성이라는 말을 대놓고 하죠
    • 며칠 전에 프랑스 뉴스에 안젤리나 졸리가 나왔던데, 예뻐서 깜짝 놀랐습니다. 원래 예쁜거 아니냐구요? 그런데 예전보다 시간이 흐른 요즘이 더 예뻐 보여요, 제 눈엔. 그게 신기했는데 그러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창 나이 때를 지나서 늙기 시작하면 아름다움이 쉽게 사라져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러면서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기란 얼마나 힘든건지.. 그냥 이 글 보다 생각나서 씁니다. 풍부한 표정이며 분위기가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는데, 멋있어요. 여성과 인간, 둘 다 하기가 힘들지만요.
    • 계속 여자이고 싶다는 표현이 '여성성'에 대한 고착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화양적님의 말뜻은 충분히 알 것 같아요.
      나이먹어서도 섹시하고 싶고 깜찍하고 싶고 천진난만하기도 하고 우아하고 싶고 하고 수줍음 타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고 철딱서니 없기도 하고 샤방샤방하고 싶기도 하고 열정적이기도 하고 뭐 그렇단 거죠. 그게 20대의 전유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20대 아닌 여자가 (그리고 20대여도 못생긴 여자가) 그런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는 사실.
    • 대부분의 여자들이 어느 정도의 커트라인(?)에서 벗어나는 나이가 되면 갑자기 제 3의 성이 되버리거나 조용히
      사라집니다. 중년의 여배우들을 오래보고 싶은데 그들은 스크린에서도 티비에서도 보기가 힘듭니다.
      여자배우들도 송강호 최민식처럼 연기파배우라는 소리 들어가면서 연기하는 모습 보고싶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여성캐릭터가 나와줬으면 합니다. 구지 엄마를 버릴수 없다면 엄마이자 형사,엄마이자 소방관,엄마이자 4885..뭐 이런것도 괜찮아요;
    • 어떤 여성학자가 자조적으로 이런 농담을 하더군요. 결혼제도는 참 민주적인 거 같다고. 나이들어서도 섹스할 상대가 있는 셈이 아니냐고.
      만일 배우자가 없다면 나이든 (나 같은) 여자는 어딜 가서 섹스할 상대를 구하겠느냐, 젊은이들과의 경쟁에서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20대가 지나도 성생활은 지속되고 또 다른 인간으로서의 매력도 지속된다는 걸 사회가 왜 인정하지 않을까요.
      하긴 어린 사람의 성욕 및 인권도 무시당하긴 마찬가지죠. 흠...
    • 깨우친 뇨자들이 외모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롤모델을 보이는 것이 개인적인 면에서의 해답이라면 해답이지 않을까 요렇게 또 계몽 한 번 해봅니다. ㅋ
    • 글에 공감하며...



      저는 진짜 어느 게시판에서 한살 미만 영아들한테 헬멧 씌운다는 거 본 적 있어요 머리모양을 예쁘게 둥글게 잡아주기 위해서요...

      그 엄마가 잔인하단 생각은 안했어요 그 아이가 커서 두상을 예쁘게 만들어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엄마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정말 잔인한 건 사회 분위기랄까요.
    • 저는 사만사나 캐리가 '여자'이고자 한 게 아니라 '소녀'이고자 해서 문제인 것 같은데요.
      여성성이 어리광이나 미숙함, 철없음과 동의어는 아닌 것 같거든요. 섹시나 깜찍, 천진난만 우아, 수줍음 등이 주름이나 넓은 어깨 따위와는 무관하죠. 성별하고도 무관합니다. 남자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여성적이라는게 남(자)들이 자길 성적 매력이 있다고 봐주는 거라면 또 모르겠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의 주류 문화에서는 성숙하고 자기 생각을 가진 여자보다는 미성숙하고 유아적인 여자를 성적 매력있다고 여기는 것 같거든요. 한국의 성인 여성들이 아기처럼 혀 짧은 소리를 내거나 몸서리나는 애교를 부리거나 자기 지능이나 지식을 다운플레이하는 게 성적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전략일지도 모르겠네요.
    • 글에 공감해요.
      가끔 한두 살 어린 남성에게 연세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도 받아요.
      제가 나이 들어보여서가 아니라 일단 나이 있는 여자는 여자로 안 보는 거죠.
      저는 나름 동안이고(나름이요, 나름;;;) 그 남자는 노안이었어요.
      그래도 여자로 존중해주지 않는거죠.
    • ginger/ 오! 맞아요. 유독 한국과 일본 사람들이 미성숙함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큰 눈에 하관이 짧은 동안얼굴이나, 애기 엉덩이에 두드리는 파우더리한 향을 선호하는 것도요.
    • 같은 주부니까 그렇죠. 우리쪽 사람이 왜 저기서 저런 자유를 누리고 있나 우이씨 하는 심정이랄까.
      ㅋㅋ 대충 그렇게 짐작합니다. 아무튼 이쯤되니 한가인이 많이 속상할 것 같아요.
    • 저도 ginger 님 말씀처럼 캐리, 적어도 캐리가 꼴사나운 건 미성숙함과 관련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나이가 먹으면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할 수는 있을 것 같고, 그런 게 여성성과 묶여서 적용되는 나라이긴 한데 듀나 님의 캐리에 대한 비판은 그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대상으로 '성'의 박탈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나타나는 것 같긴 해요. 그리고 한국의 나이 강박관념과 큰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워낙에 나이에 따라 이 나이에는 뭐하고 그 나이가 지나면 뭘 하고...이런 게 나이 별로 세분화되어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도 나이대에 따라 그런 게 있긴 하지 않나요? 물론 한국의 나이타령은 좀 지나치긴 하지만 노추를 경계하는 건 충분히 보편적인 것 같아요.

      한가인에게 감정 이입이 안 되는 문제는, 전 그 드라마를 안 보지만 안 보는 이유가 한가인이 김수현과 그런 역할로 나온다는 게 전혀 안 받아들여져서...논의의 스펙트럼들이 넓은 것 같은데 역할의 나이차 같은 게 전혀 설득 안 되는 외모거든요. (뭐 사람마다 눈은 다르니 이렇게 보는 사람이 적지는 않다는 겁니다.) 저는 아저씨들이 젊은 역할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전혀 이입 안 됩니다. 차라리 귀엽게 생긴 유부녀(한가인)가 맡을 만한 역할이 적다는 구조적인 차원이라면 이해 될 것 같아요.
    • 남자의 예로 로버트 다우니 쥬니어도 뭐 이분이야 아우라가 쩔지만 말이에요..
      젊을적 사진 보면 좀 곱상하고 키작은
      (여배우랑 놔둬도 그림이 잘 안사는;; 뭐 그렇다고 매력이 없는것도 아닌데
      케미스러움도 덜해요...하다못해 유비아님이 사랑하는 프레디 로드리게스도
      체구가 작고 그래도 귀염둥이 소년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이분은 더 인상 세보이는데도 그런게 없었어요.
      참 특이했음. 그래서 게이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도 해보고 ㅋㅋ)
      그런 이미지였는데 좀 지나고나선 더 멋스러워졌죠. 젊을때 사진이랑 한창 엘리의 사랑만들기로 커리어
      나갈때 사진보면 후자가 더 낫고..에휴 참...대한민국은 왜 이런지..

      뭔가 대한민국이 여자에 대한 이미지는 어리고 순종적이고 애교만 부리는 그런것만 기대하는듯.
      노안이든 동안이든 이라뇨..애교도 안부리면 연애조차도 애교없다고 짜증내고 뭐 이런 여자다운맛이 없다며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참..
    • 이런 글 읽으면 슬프고 갑갑해져요 글쓴 분을 탓하는 게 아니고요,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히스테리와 강박증과 지저분한 감정들과 소모적이기만한 많은 사람들의 상처가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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