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센던트와 아티스트에 대한 잡담


완득이 이후부터 1월까지만 해도 극장가에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 따분했는데 "범죄와의 전쟁"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필두로 계속 보고 싶은 영화가 쏟아져 나옵니다.

이번 주에는 아티스트와 디센던트를 봤는데요. 원래는 더 그레이도 보고 싶었지만 현실에서도 추운데 화면에서도 발발 떠는 걸 보기 싫어서 안 봤어요.

여름에 보면 피서도 되고 참 좋을 것 같은 영화인데... 이번에 극장에서 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디센던트는 더 그레이 대타로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듀나님 평을 보고 좀 웃기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웃기는 부분도 있었지만 서브 주제가 죽음이다보니까 그래도 눈물이 나는 부분이 있었어요.

큰 딸이 수영장에서 잠수하면서 오열할 때 슬프더라고요. 작은 딸한테 병원 소속 상담사(로 보이는 여사님)가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설명해주는 부분도 그랬구요.

조지 클루니는 연기를 참 잘하더군요. 근데 딸들 나이에 비해 좀 나이 들어 보이긴 했어요.

저는 조상 땅 팔까말까 하는 스토리라인이랑 아내의 죽음에 대한 스토리라인이랑 별로 통합되지 않고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끝나고 나니 좀 밍숭맹숭했어요.

남은 것은 조지 클루니 연기 잘 했고 큰 딸로 나온 여자애는 엘프 몸매였다...는 정도. 큰 딸은 유난히 정면보다 옆 모습을 많이 잡아주는 것 같았어요.


아티스트는 전혀 기대 없이 봤는데 예상 밖으로 매우 만족했어요.

저는 영화가 예측한 공격 포인트에 그대로 넘어간 관객인 듯 합니다.

우선 첫 장면에서 조지가 커튼콜을 하면서 춤추고 재간을 부리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고, '아 이 사람은 아기처럼 재롱을 부리면서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식과 함께 돌봐줘야 할 자식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재주를 부리고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을 제일 잘하고, 거기에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 외에는 잘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랄까요. 어릴 때부터 아이돌 역할을 해서 세상물정은 전혀 모르는 그런 엔터테이너요. 게다가 선한 사람처럼 웃는 얼굴 때문에 이 첫 장면 이후로 이 사람의 고난과 역경에 같이 슬퍼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저를 크리티컬하게 강타하는 똑똑하고 귀여운 개 등장... 영화에 이런 개가 등장하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면서 비판의식이 사그러드는 사람들이 있죠.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음악이 좋아서 대사가 없는 게 전혀 거슬리지 않았구요. 대사 없는 걸 커버하는 풍부한 몸동작과 표정이 좋았어요. 딱히 진짜 무성 영화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도요.

여자 주인공도 성적 매력을 과시하거나 끈적하게 남자 주인공에게 몸을 던져 유혹해서 이용하고 이 바닥에서 성공해보자!가 아니라 뭔가 담백하고 깔끔한 동경이나 선망의 감정이라서 더 좋았어요.

(분장실 거울에 "Call me"가 아닌 "Thank you"라고 적은 것도 둘의 관계가 단지 성적인 이끌림은 아니라는 밑바탕을 제공하고요.)

영화사 계단에서 둘이 우연히 만나서 그간 있었던 일을 여자가 남자에게 활기차게 설명하며 기뻐하고 계단 아래에 위치한 남자 주인공은 쓸쓸한 눈빛이지만 자기가 도운 후배가 잘 되는 걸 보고 기뻐하는 분위기가 잘 났던 것 같아요. 

뻘소리이지만 조지가 망해서 좌절할 때 개는 잘 먹였을까 좀 걱정됐어요. 그리고 조지가 뻘짓하면 강아지가 그 뒷수습하느라고 얼마나 속 썩였을까 개에게 감정이입했습니다. -_-;;

아무튼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의 관계가 남녀 간의 사랑 하나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 여자의 경우 스타에 대한 동경에서 선배에 대한 선망, 안쓰러워 하는 마음 등으로 발전하고 남자의 경우 여자 주인공의 재능과 매력에 빠지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후배를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자기의 조언 덕분에 잘 나가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기도 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도태된 자신과 비교되는 성공한 여자 주인공을 보면 자괴감도 느끼고...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있어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참, trivia를 보니 여자 주인공이 감독의 부인이라네요.


    • 아티스트 보고 싶어지네요. 남자주인공은 진짜,무성영화시대의 배우같이 생겼더라구요. 잠깐만 구경했지만 상 줘야 할 것 같았어요..
    • 디센던트 : 마지막에 보면 그 땅이 킹 일가를 가족으로서 묶어주는 역활을 하는 것.. 넘지 말아야할 선..이라고 했던것 같아요. 문서상의 가족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족'으로 묶어줄 수 있는 선이라는게 리즈와 맷은 서로 달랐죠. 그럼 그게 뭘까 생각해보게 해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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