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중독의 세계

외출 준비 (라고 하지만 일단 회사에 들러 일을-_-;;)를 하면서 오디오북 Shoe Addicts Anonymous를 들었습니다.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구두 사이즈가 같은 워싱턴 디씨 거주 네 명의 구두 쇼핑 중독 여성의 이야기에요. 이게 2013년 개봉 예정으로 영화도 촬영중인가봐요.


저는 악명과 인기가 동시에 높았던 샤퍼홀릭 시리즈도 두근두근 다 독파했고요, 칙릿 전반을 좋아하지만 특히 쇼핑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저도 쇼핑을 좋아하는 만큼 감정이입할 수 있는 부분도 꽤 많고요. 그래서 그런가, 전기가 끊어졌는데 할인해서 산 페라가모 핑크색 힐의 온라인 주문을 취소할까 말까 고민하는 장면에선 살짝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빨리 취소하고 신용카드 빚을 갚으라구!


여기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알콜 중독, 약물 중독, 섹스 중독과 다르게 쇼핑 중독은 아주 무해한 중독이라구! 그 말에도 일리가 있죠. 하지만 물건을 사는 순간의 짜릿함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섹스 인 더 박스"로 표현되는 구두 쇼핑의 쾌락은 미처 그 구두를 신고 외출하기 전에 사라진다는 묘사도 흥미롭습니다.

    • 온라인 쇼핑에 한정하자면, 택배 박스가 집에 배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감에 발걸음을 재촉해 현관문을 열자마자 가방을 던져 놓고 택배박스를 열어볼 때의 순간이 가장 두근두근 좋아요. 특히, 바다 건너 온 박스를 열 때는 기대와 설렘이 더더더! 하지만 하룻밤만 지나도 흥미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죠.
    • 자기가 잘 벌어 자기꺼 사면 모르겠는데 남친한테 다 사달라는 쇼핑중독은 매우 유해합니다 -_-;;;;;
    • 저도 오늘 구두 질렀네요..

      베이지색 펌프스를 샀으니 다음번엔 검정펌프스를 사야지.

      모양만 보고 산 그 에나멜힐은 너무 발아파!

      뭐 이런식으로 검정구두도 수두룩 사는거죠.

      다들 이렇지않나요?응?
    • 마지막 문단을 읽으니 오늘 트위터에서 본 '책은 서점에 있을 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고, 계산대를 지나는 순간 그 매력이 다 사라진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한동안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는데 어제 택배박스 2개를 받으니 스트레스가 쑤욱 가라앉는 느낌이 들더군요. 꼭 옷이나 구두가 아니더라도 '무언갈 사는 느낌, 돈을 쓰는 느낌, 물건을 손에 넣는 느낌'자체가 정말 중독성 강하다고 느낍니다. 물건을 쓸때보다 내 방에 둘 때 더 만족감이 큰 이유는 뭔지 =_=; 그래서 우표수집 같은것도 어떻게 보면 쇼핑중독의 한 부분과 닿아있는건가 싶기도 해요.
    • 혼자생각/ 온라인 상에 보면 그런 얘기를 꽤 많이 듣는데 주변에서 본 적은 없어서.. 저는 쇼핑의 즐거움이 직접 고르고 가격비교하고 좋은 거 하나 사려고 다른 거 참고 하는 길고 긴 과정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남친이건 누구건 남한테 사달라고 하면 그 즐거움이 반감될 것 같아요.
      폴리리듬/ 그러게요. 쇼핑할 때 이걸 착용한 나의 모습 상상 두근두근이 받아볼 때 최고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그 두근두근은 점점 사라지고...
    • 아주 무해한 중독까진 아니죠. 내 주머니가 비잖아요. -_-
    • 마르타./ 요즘 베이지색이나 살구색 페이턴트 힐이 참 많이 보여요. 봄 유행인가봐요. 다들 그렇습니다 훗훗.
      나리*/ 리테일 테라피라고 농담으로 말하지만 어느 정도 일리는 있고, 중독까지 이르면 물론 나쁘지만 예컨대 과음이나 약물(?)과 비교할 때 건전한 취미라고 굳게 믿습니다.
    • 아메닉/ 상대적으로요! :) 게다가 좋은 쇼핑은 일종의 투자로서 ... (블라블라블라)
    • 음 .. 저도 토끼님이랑 같은 의견이예요. 내가 번 돈으로 한 쇼핑에서 산 예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살때도 그렇지만 착용할때도 느낌이 다르거든요 고르고 사는 과정에서 있던 일이나 기쁨이 오래 가요. 고르는 과정에서 들은 말이나 일어난 일도 옷을 입을때마다 기분좋게 기억되고요. 친구랑 구제/빈티지 샵들을 한참 돌아다니다가 산 몸에 딱 붙는 점프수트 같이 특이하고 예쁜 옷이나 잡화들은 착용할 때 마다 즐겁거든요. 주인언니들이랑 친구에게 들었던 몸매칭찬등을(;;;) 입을때마다 흐뭇하게 떠올리곤 한답니다 (;;;;;) 뭔가 부끄럽네요 //ㅅ//
    • 물건을 산다는 건(돈을 쓴다는 건?) 정말 스트레스 해소가 된달지... 좋은 거 같긴 해요. 줄어가는 지갑 안은 보고 싶지 않지만...ㅠ_ㅠ
      그래도 물건을 소중히 못 다루는 저 같은 사람은 뭔가를 사더라도 '금방 너덜너덜해지겠지' 싶어서 좀 주저하긴 하지만... 그리고 먹을 것을 사게 되고...
    • 에아렌딜/ 주로 쇼핑중독 하면 옷이나 구두나 보석이나 핸드백 같은 품목인데, 책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이 구두를 신은 나를 상상해보면 얼마나 행복한가. 환상의 내가 아니라 정말 이 구두를 신은 실제의 나. 욕도 하고 공감도 하고 그런 묘한 소설이에요.
      따숩/ 정말 다행이에요!
      니트/ 오오 점프수트는 못입지만 저의 로망이어요. 이제 슬슬 점프수트를 입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어요.
    • 예전에 제 첫 하이힐을...그것도 블랙 하이힐을 남자친구가 거금을 들여 사준적이 있었어요. 제가 원체 구두를 잘 신고 다니지 않아서 남자친구가 '제발 너가 H라인 스커트에 셔츠를 입고 이 구두를 신고 나타나줬으면 좋겠어! 라고 외치며 생일때 사준 구두였죠.
      비록 몇개월간 화장대 옆에 놓여있다 나중에 개시하긴 했지만, 그 구두를 제게 사줬을때 남자친구는 그 구두를 신고 오피스룩을 한(-_-a) 제 이미지까지 산게 아니었을까요? 자기 머릿속에 있던....후훗. 그 후로 제 남자친구는 자기의 머릿속 이미지에 맞춰 참으로 많은 뽐뿌를 제게 질러주었다는.... 아주 고맙고도 감격스러운 시기가 있었답니다. 그때 제 남자친구는 쇼핑중독이었어요.
    • 리오타/ 저도 오피스룩(내지는 비서룩) 좋아하는데 남친분이 구두 사주신 것보다 그런 화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부러워욧. >_<
    • 굶버스/ 리스트야 새로 만들면 되지요. 스타일을 좀 바꿔보라는 계시일수도 있어요. 새스타일 새리스트-ㅗ-
    • 물건을 사면서 생기는 의사소통이라도 그리울 때가 있어요. 정말 우울할 땐 쇼핑이 좋더군요. 저야 쇼퍼홀릭의 아이템과는 거리가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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