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붉은 수확

일전에 나온 대실 해미트 전집을 사놓고 우선 첫번째권인 [붉은수확]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은게 아마 고등학생때 무렵이라고 생각 되니까 처음부터 다시 읽는 다는 기분이나 마찬가지 였어요.

물론 중간중간 다시 읽으려다가 덮어버린 적도 많았지만요.

이전의 다른 문고판들보다 번역도 깔끔하고 읽기 편해서 좋았습니다. 비속어 사용도 더 늘어났어요. 

덕분에 생생한 현장감은 있지만 뭔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은 어쩔수 없네요.

하여튼 각설하고 다시 읽다보니 느낀점


-이거 엄청난 개.그. 소.설.이었군요.


솔직히 최근 몇년간 접한 문학이나 영화, 기타 다른 스토리 텔링이있는 매체중에서 [붉은수확] 막나가는 지옥도를 연출하는 작품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의뢰받은 사건만 해결하고 돌아갈것이지 의뢰인의 의견을 확대 해석한 탐정이 한 도시를 궤멸상태로 몰아넣는다는 줄거리부터가 개그에요.

한줄로 요약하면


이 새끼들이 감히 이 몸을 빡치게 만들어? 너희들 다 뒈졌어. 크롸롸롸~! 하고 졸라짱쎈투명탐정은 울부지져씁니다.


네-_) 솔직히 옛기억과 대조해가면서 읽어도, 이거 이렇게 막나가는 소설이었나? 하고 표지를 다시 들춰보며, 이게 10대시절 내 마음을 촉촉한 하드보일드 터치로

만져주었던 그 소설이 맞지? (대체 어딜만졌길래...)하고 반문하며 읽었습니다.

필립 말로우가 사건의뢰하면 시체를 대신 가져다 주고 바가지 수임료를 쳐먹인 다음 쓸쓸한 독백을 읊조리며 사라지는것과는 달리

콘티넨탈 탐정사의 '나'는 '이 돈 받고 제발 돌아가주게' 라고 사정해도 '나의 사건은...지금부터 입니다!'라고 외치며 도시를 불길로 몰아 넣습니다.


책 말미에 있는 대실해미트 연표도 재미있는데, 이양반 [몰타의 매]로 전재산 모은 다음 그 전재산을 모조리 국세청에 빼앗겼군요-_-;;

연표의 후반기 10여년은 눈물없이 읽을수 없습니다.

인생의 말년을 세금 뜯기며 보냈습니다. 역시 알 카포네를 조세포탈혐의로 훅 보내버린 나라답습니다.

    • 그래도 돈 잘 버는 여자 친구가 옆에 있었잖습니까.
    • 데인 가의 저주도 붉은수확 못지않은 하드보일드 개그소설이죠.
      레이몬드 챈들러의 말로는 키도 크고 외모적으로 근사한 반면에 대실 해밋이 탄생시킨 이 두 소설의 탐정은
      중년의 단신에다 배불뚝이 마초인데, 뭔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묘사돼서 그 자체로 개그 같아요.
    • 직장 선배가 모델이었답니다. 하드보일드 탐정이 작가보다 못 생긴 얼마 안 되는 예죠. 해밋은 영화배우처럼 후리후리 잘 생긴 남자였고 소위 '싸나이'로 평생을 살았잖아요. 근데 정작 소설을 보면 주인공에게서 그런 나르시시즘이 안 느껴지죠. 대부분 하드보일드 소설의 경우는 반대. 특히 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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