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을 빌려 쓰는 어느 부끄러운 팬심

 

오늘 어느 여배우에 관한 기사가 연예란을 꽤 메우더군요.

그 기사 내용 자체에는 그닥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고, 별 감정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자주 가는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서 그 여배우의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시물을 보았는데,

깜짝 놀란 건 이것이었어요.

그녀가 오래 전, 제가 좋아하는 모 작가와 잠시나마 연애관계였다는 것.

 

 

문제는, 그 작가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이며,

그가 쓴 글 중에서도 그의 가족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었다는 것이죠.

그의 가족 이야기는 어쩌면 제게 하나의 롤 모델 비슷한 것이기도 했어요.

종종 듀게에도 글을 썼지만, 저는 첫 아이를 가진 임산부고요, 나름 고충을 겪어가며 남편과 함께 가정을 꾸려가고 있어요.

때론 남편과 뜻이 맞지 않고,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당혹스럽고, 임신 중에 남편 때문에 가끔은 섭섭함을 느끼고...

한참 가정을 만들어 가면서 생겨나는 마음 속 어려움이 있을 때는 이 작가의 가족 이야기를 펼쳐들곤 했지요.

어쩌면 우리 부부와 닮았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어요. 작가분과 아내되시는 분의 연애 이야기도, 첫 출발의 어려움도...읽으면서 닮은 데가 많다고 여겼고

여느 책을 읽을 때보다 더 그 작품에 이입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마음을 다독이기도 했구요.

 

그 작가분이 젊은 시절 부인 되시는 분 속을 많이 썩였다고 인터뷰에서 시인하는 부분도 가끔 눈에 띄었는데,

자세한 내용을 모르니 그저 그런가보다 했어요.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작가분의 성격이 좀 거친 데가 있어서, 그 때문에 부딪혔거니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저 여배우와 9개월 정도 만났다고 하더군요. 결혼생활 중에.

게다가 이미 그 시절에 신문에 쫙 실렸던 이야기고, 작가도 그 사실을 인정했으며, 부인 되시는 분에게도 솔직히 털어놓고 용서를 구했다고 쓰여 있었어요.

한마디로,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아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아는 이야기를 저만 이제서야 한참 뒤늦게 알았던 거죠.

 

 

그런데 제가 왜 이리 충격을 느끼는 걸까요.

마치 믿거라 하던 친정아버지의 외도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에요.

소녀팬들이 죽어라고 "우리 오빠는 그러치 아나!" "XXX랑 사귀는 거 아니죠?"를 네이버에 띄우는 심정을 알 듯도 하구요.

 

물론 부부간에 상대방과 다투고 가정 안팎으로 크고작은 일이 생기고 그 속에서 때론 정이 멀어지기도 하는 게 결혼생활이지만...

다 감안하고 그 분의 가족과 관련된 작품을 읽었지만

그 분과 관련되어 저런 일-외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기혼생활의 실태를 전혀 모르는 순진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정말 팬심 가득한 한마디를 던지자면,"그 분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작가분이 누군지를 눈치채신다든가 해서 오히려 그 가족분들이나 주변분들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제는 그 작가분도 많이 나이드시고, 세월이 깊어갈수록 또 병고가 찾아올수록 아내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쓰셨더군요.

실제로 그분의 노년기 수필작품을 읽으면 그 연세 분들답지 않게 아내되는 분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생활의 소소한 것에서 표현하는구나 느꼈어요.

오늘 저 이야기를 알기 전까지는, 그 모든 것이 다 포근포근하게만 받아들여졌는데...

아닌 말로, 부인 되시는 분도 다 용서했다는 오래전 이야기를 가지고,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뭐가 된다고.

 

 

친여동생과 잡담을 하던 때에 저 이야기를 꺼냈어요. 동생도 제가 저 작가를 좋아하는 걸 알거든요. 책도 함께 나누어읽었고...

그런데 동생은 별로 놀라지 않더군요. 그러면서 "언니, 바람이란 것 자체를 너무 공포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 같은데...나는 세상에 믿음직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따진다면, 사람들은 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뱃속의 내 아이를 믿고, 함께 힘든 시간을 통과해가는 남편을 믿지 않는다면, 제가 지금 이 시기를 견디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지나친 이입 때문이겠지만, 마음이 괜시리 혼자서 무거워지는 밤입니다.

 

 

 

 

 

 

 

 

 

 

 

    • 으아~ 진짜 엄청 실망하고 상처받으셨겠네요.. 쯧..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기혼자인데 외도를 했다 하면 저는 당장 지지를 철회하겠습니다.
      미혼자인데 연애를 무분별하게(?)한다? 이거는 그러던지 말던지 상관없지만요.(왜 내가 아닌거야..라고 한탄은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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