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조금 칠 줄 압니다. 코드 몇 개 잡을 줄 알고 겨우겨우 노래에 어설픈 반주 정도 넣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요. 기타 얘길 왜 하냐면, 제가 기타를 배운 이유의 절반이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를 직접 불러보고 싶다는 욕심이었기 때문이에요.(나머지 절반은 김광석이었죠)
중학생 시절 새벽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시인의 마을이 참 좋았어요. 노래에 담긴 어떤 열정과 열망이 좋았고, 저보다 더 나이먹은 노래가 제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한푼 두푼 돈 모아서 테이프들을 사 모았죠. 정태춘이 중얼중얼 읊조리며 풀어놓는 세상 이야기가 좋았고 청명하면서도 담담하게 노래하는 박은옥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의도적인 불법앨범으로 세상에 풀렸던 아, 대한민국 앨범을 듣고는 충격에 빠지기도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 제 사고의 어딘가는 이 두 사람의 노래의 영향이 있었구나 싶기도 합니다.
언젠가부터 이 둘은 노래하지 않았죠. 공백이 길어지는구나 싶었지만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공백이 십년이 훌쩍 넘어버렸네요. 어느 날 문득 왜 노래하지 않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는 노래를 듣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막연히 생각하게 되었어요.
오늘 한겨레에 인터뷰가 났더라구요. 지난 십년이 넘는 공백동안 이 두사람이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조금은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이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 씁쓸해지기고 하고 그래요.
그렇지만 여전히 반가워요. 팬심이란 이런 거겠죠. 그리고 이번 앨범이 정태춘이 박은옥을 위해 만든 앨범이라니 더 반가워요.
공연도 한다는 것 같은데, 예매 사이트 뒤져봐야 겠습니다. 빅뱅 콘서트 예매는 실패했지만 이건 성공하겠죠. 아, 먼저 앨범 주문부터 해야겠네요.
빨간색의 20주년 앨범을 자주 들었습니다. 특히 시인의 마을과 북한강에서, 들 가운데서 등등... 평소 좋아하는 노래들 위주로요. 실향가가 들어있는 파트는 왠지 낯설어서 늘 건너뛰곤 했는데 어느날 그냥 전체를 다 틀어 놓았어요. 그러다 처음 만나게 된 거죠.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노래를요. 예전처럼 라디오를 안 듣다보니 우연히 귀에 얻어 걸리는 확률 같은 건 애저녁에 사라졌고 게다가 앨범을 갖고 있음에도 바보처럼 피해 다녔으니 이 노랠 알게 될 턱이 있나요. 아무튼 노래를 들은 후의 후폭풍은 참 대단했습니다. 며칠 동안 그 노래에 빠져 산 것도 산거지만 신기하게도 들을 때마다 울컥 울컥 감정이 복받쳐 그 때마다 눈물을 빼곤 했죠.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이제 괜찮겠지 싶다가도 노래를 중얼 중얼 따라 부르기라도 하면 무슨 반작용처럼 영락없이 눈물이 터지는 바람에 나중엔 스스로에게 대체 왜 이러냐고 자문할 정도였죠. 이분들의 노래는 참 아름답고 편안하며 아리게 슬픕니다. 새앨범이 나온다니 참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