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과 학벌?

밑에 이대권력 글을 읽고 문득 생각이 들어 몇줄 적어봅니다.

 

우선 제가 받은 교육에 대해서 살짝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미국 대학으로 편입해 학교를 졸업한 케이스입니다. 그렇기에 한국과 미국 양 나라에서 대학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때 가장 적응이 안됐던 점이 바로 학연에 대한 관점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연은 학벌과 연결이 되어, 일종의 족벌의 개념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어릴때부터 학연과 지연을 타파해야한다!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교육을 받고 커왔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에 갔더니 왠걸요, 수업에서 대놓고 학연을 이용해서 취직해라. 그것도 니가 갖고 있는 기회중 하나일 뿐이다! 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면서 학교 선배들을 이용해서 일자리를 추천받는게 더 안전하다라던지, 너도 사람을 뽑을때 아는 사람이 소개해주는 것은 자기 얼굴도 달린 문제기 때문에 아무나 소개 안시켜준다등의 이유를 댑니다. 네, 한국보다 훨씬 더 긍정적입니다.

 

미드를 예로 들어보면, '길모어걸스'에서는 하버드를 지망하던 로리가 집안의 전통(?)을 잇기위해 (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결국 예일에 진학합니다.  '슈츠'에서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하는 내용이 나오죠. 신입변호사도 하버드출신으로만 뽑고, 같은 로펌내에서 하버드출신들끼리 학교관련 퀴즈쇼하고 놀고. 퀴즈내용도 하버드출신 대법관이 몇명이냐,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대놓고 학교표시했다가는 난리나겠죠.

 

즉, 미국은 학연을 학벌로 연결시킬려는 부단한 노력을 해댑니다. 그리고 그건 선택받은 권리이기때문에 누려야 마땅한거죠.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학벌은 타파되어야 할 대상일뿐이며, 우리사회의 분열시키는 이유가 됩니다. 그리고 이 괴리는 한국에 돌아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저에게 여전히 큰 숙제입니다.

 

뭐가 맞는 걸까요?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특수성이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너무 극단적인 관점의 차이입니다.

 

우선, 서울대 카르텔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곳이었으니, 권력이 있던 사람들이 자기들이 부려먹기 편리한 똑똑한 사람들을 서울대에서 데려다가 쓰고, 그렇게 이어져오다보니 서울대 학벌이 생겼겠죠. 이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자기발전에 대한 욕심이 있던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 교육기관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만큼 더 욕심부리며 산 사람들이 쌓이고 쌓였고, 그들이 중년이 되어 사회로 진출한 결과 현재 이대권력이 눈에 보이게 된거 아닐까요?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제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봤을때, 이대출신 사모님들이 많은만큼, 이대출신 독신주의자(통속적으로 보면 노처녀죠)도 많습니다. 자신의 사회생활을 위해 사생활을 희생해 오늘날의 이대권력을 다져놓은 사람들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됐나요? 아뇨, 제가보기엔 그런분들이 의외로 여기저기 많더라고요.

 

그래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서울대카르텔, 이대카르텔이라 불릴만큼, 학연과 학벌이 우리사회에서 그렇게 나쁜건가요?

    • 미국사회에서의 학연이 어느 수준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의 학연은 단지 '동창'이라는 것만 보고 추천해주고 메리트를 준다는 것이 문제 아닌가요? 하바드를 나온 상사가 사람을 뽑을때 엇비슷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이력서상으로) A와 B중에서 예일을 나온 A가 있고, 하바드를 나온 동창이 '어, B를 뽑는다면 후회안할 것이다' 라는 보증이 붙는 B가 있을때 B를 뽑는게 미국식 학연이라면..
      한국에서의 학연은 K대를 나온 상사가 Y대와 K대나온 사람중에 단지 K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학점이나 자격증을 더 가지고 있는 Y를 떨어트리는거죠.
    • 우리나라에서도 취직할 때는 이런 저런 학연, 인맥을 이용하라고 하죠. 그렇다고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학연, 지연, 인맥때문에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게 옳다고 말할 수는 없죠. 미국이든 일본이든 유럽이든 선진국이라고 지역감정, 학벌, 외모차별 이런 현상들이 없나요? 그런 현상들이 있다고 그런 현상들이 옳은 건 아니죠. 마치 외모로 취업에서 차별받는 분위기를 비판하는데 미국에서는 취업하기 위해 외모를 가꾸라고 말한다 라고 말하는 거나 비슷하네요. 미국이라고 그런 명문대 출신끼리 뭉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 없을까요. 일본도 학연을 이용해서 취업하는 분위기가 심하고, 그래서 또 명문대의 그런 학연, 학벌에 대한 비판 역시 많이 있죠.
    • 가라/음...미국식 학연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미국도 한국이랑 비슷해요. 자신과 학연으로 연결된 A보다 후보 B가 학교나 학점이 더 좋아서 비교가 안된다거나 하면 아마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던지 해서 자신과 같은 A와 B를 불러 인터뷰를 하고, A가 성격이 더 좋더라하는 식으로 돌려서 뽑을거에요. 한국보다 오히려 더 음흉하게 학연을 이어가죠.
    • 촤알리/제가 궁금한게 그거에요. 비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어요. 오히려 학연이나 학벌을 내세우는데 있어서 당당해요.
      한국과 가장 큰 차이죠.오히려 학벌에 대한 비판은 학문적인 분야에서 강하지, 일반 사회진출분야에 있어서는 그렇게 비판이 강하지 않아요. 오히려 기회라고 학교에서도 가르친다니깐요.
    • 꿈의 나라라 불리던 미국조차 이제 계층 이동성이 떨어지면서 계급 장벽이 공고해진다는 비판이 그 안에서도 많아요.
      학벌은 개인의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개인이 가족을 만들고 끼리끼리 계층을 이룹니다.
      미국도 그러니 우리도 상관없다고 할 얘기가 아니라는 소리죠.
    • 문득 궁금해져서 구글링해보니까 이런 자료가 나오는군요.

      http://www.noworry21.kr/2nd_jinro/110915.pdf
      16대까지 SKY 출신의 국회의원 비중은 전체의 38.7%에 해당하며, 17대와 18대에 와서는 비례대표제를 포함 국회의원 중 SKY 출신 국회의원의 비중이 전체의 거의 절반 가량에 해당할 정도로 국회의원의 특정대학 집중 양상이 강화됨.

      미국 각 주(50개)의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지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표2)에 따르면, 상원의원 98명 중 상위 명문대학 출신자는 17명으로 17.3%, 하원의원 241명 중에는 18명, 7.5%, 주지사 44명 중 10명, 22.7%로 나타났다. (...) 우리와 유사한 대학 입시 경쟁을 가지고 학벌이 중시되는 일본의 경우에도 한국만큼 심각하지 않음. 2003년 기준으로 일본의 국회의원 725명 중 도쿄대 출신은 134명, 18.5%, 와세대대 출신은 80명, 게이오대 출신 52명, 7.2%로 한국만큼 주요 3개 대학의 비율이 높지만, 타 대학의 경우에도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음.
    • ageha / 미국이 우리나라 보다 학벌, 학연이 더 심한지는 제가 모르겠네요. 하지만 미국 드라마에서 보면 미국도 심하긴 한 것 같더군요. 문제는 미국이 여러 가지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본받아야할 대상인가의 문제 아닐까요? 빈부격차도 선진국들 중에 가장 심한 나라구요.
    • 미국 인구수 대비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정원하고 한국 인구수 대비 sky 입학정원을 대비하면 후자가 훨씬 더 높을걸요. 즉 미국에서는 아이비리그 출신이 일부의 파이만 차지한다면 한국에서는 일부 정도가 아니라.꽤 많이 차지한다는게 문제죠.
      찾아보니 하버드 입학 정원이 1600명이라는데 서울대가 5000명 정도 아닌가요? 미국이 한국 대비 인구가 4배인데.서울대가 3배 정원수가 높다는건 그만큼 그 사람들이 가져가는 양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죠.
    • 미국식의 생각보다 한국식 생각이 훨씬 건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평등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이야기는 이 게시판에서도 가끔 나왔죠.. 어쩌면 우리나라의 급격한 성장의 밑바닥에는 그 처절한 평등의식이 기반이 되었을 수도 있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학벌이나 학연을 내세우는게 당당하다는건 그만큼 그나라의 지배구조가 정착되고 당연시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아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더 건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때문에 뭐든지 치열해지는 부작용도 조금 있는것 같긴합니다.
      별개로 이대 권력 이야기는 엘리트주의, 학벌주의, 학연주의로 쉽게 치환해서 비판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이 이야기는 저 게시물에서 하는게 좋을것 같네요. 글쓰신 분도 이걸 염두하신건 아니것 같고.. ㅎㅎ
    • 한국 사회에서는 지역감정도 타파해야할 정서라고 공식적으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죠.
      물론, 아주 잠시 투표소에 들어갈때나 디시 정사겔에 들어가는 몇 분동안은 그 사실을 까먹기는 하지만서도...^^;;

      학벌문제나 지역감정 모두 한국인들의 관습화된 표리부동의 적나라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다들 알고는 있는데, '우리가 남이가'라는 패스워드만 부여되면 자동적으로 이성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기계회로가 한국인에게 심어져 있다고 봐야죠. 뭐~~
    • 개인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에서 보는 '학벌'의 정의가 달라지겠죠. 그것을 혼동하고 계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야 학벌이 짱이죠. 학연을 활용하라, 개인적 관점에서는 극히 상식적인 말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몰상식의 극치죠. 그리고 그런 나 홀로 출세하기니즘이 공고해지는 것은 교육과,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겠지요.
      • 그 집단주의의 작용을 한국사회에서 아직 못 보셨다면, 그 문제가 이 사회의 거의 모든 곳에 잠복해 있는 나머지 둔감해지셨거나, 아니면 눈 감고 계신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쿠웅훽/미국도 그러니 우리도 상관없다고 할 얘기가 아니라는 소리죠.-->라는 의미로 쓴 글이 아닙니다. 문화권에 따라서 순기능을 강조하는데도 있던데 왜 우리는 역기능이 더 강조되었는지를 여쭤본거죠.

      잠깐 나갔다온 사이에 많은 댓글이 달렸네요. 댓글들 감사합니다. 제가 궁금했던 점들에 대한 해답이 되기도 하고, 뭔가 명확히 느껴지네요.
    • 일단은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추천이라는 제도가 훨씬 확립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낙하산의 의미가 아니고 검증의 수단으로 이미 믿을만한 사람에게 검증된 사람을 뽑는것이죠.
      일단 그런 문화가 퍼져있기때문에 학연도 그 연장선상에서 다루어지는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실질적으로 그런 추천 제도의 역기능이 얼마만한 빈도로 발생하느냐에따라서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아니거나 하는것 아닐까요?
    • 미국이 그래서 결국 망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 요즘 듣는 미국의 빈부 격차를 보면 정말 장난 아니던데 말이요
    • 미국도 학연을 많이 따지지만 우리처럼 대학들이 서열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폐해가 심하지 않죠. 우리나라처럼 서연고 서성한 .. 이렇게 줄세울수 있는 나라가 전세계에서 또 있을까요...
    • 스타더스트님이 지적한 것도 미국과 다른 점이지만, 한국의 학벌이라는 게 아주 철저한 피라미드 구조라는 것도 다릅니다. 그러니까 서울대 넘사벽 연고대 넘사벽... 이런 식의 구도라는 것이요. 게다가 그 넘사벽의 피라미드는 거의 모든 학과에 적용됩니다. 거의 카스트 구조만큼 공고합니다. 의대는 존스 홉킨스, 음대는 줄리어드, 영화과는 뉴욕대, 미디어는 미조리가 탑... 그런 것도 거의 볼 수 없지요. 그래서 출신 대학에 의한 계급 형성이 더욱 공고해지고 아는 학연에 의한 끌어주기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일종의 출신성분으로 신성화돼서 출신 대학이 훈장이자 낙인으로 꼬리표처럼 따라 붙게 되는 것이고요.
    • 어느 나라든 명문학교들의 인맥과 파워는 강합니다. 반면 미국이든 어디든 그게 정당화될 수 있는 건 아니죠.
    • 몇몇 분이 지적하신대로 규모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미국이 과점라면 한국은 독점이지요. 둘다 시장을 왜곡하지만 과점보다 독점에 따르는 문제가 더 많겠지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