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잡담) 기업에서 "경영학과" 출신을 선호하는 현상, 어떻게 보시나요?
예전엔 그리 심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각 대학에서 경영학과가 몸살이라고 합니다. 경영학과로의 전과 신청도 많고, 복수전공이 인정되는 학교의 경우 경영학 강의로 전교생이 몰려들어 강의실이 모자랄 지경이라고요. 애초부터 경영학과로 입학한 학생들이 복수전공자에 밀려 필수과목을 신청을 못하는 사태도 생기고, 그래서 일부 필수과목은 여러 강좌를 열어놓고 그중 일부는 "애초부터 경영학과로 입학한 학생들"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경영학과"를 졸업해야 취직이 잘된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요즘은 별로 못본 것 같은데, 저도 "경제/경영/무역/회계학과 졸업생"만 지원이 가능한 취업공고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 직군을 뽑으면서 특정 직군은 역시 상경계열 학생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고요. 주변을 관찰해봐도 경영학과 출신들이 이른바 '문사철'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거 좀 신기하지 않나요? 일단 그렇게 입사한 신입사원의 대부분은 "경영층"이 되지 못하고 "노동자"로 평생을 살텐데, 도대체 "경영"학을 배운 학생들이 왜 필요한건지? 보통 흔히들 드는 이유는 "경영학이 실용학문이라서"라는 겁니다만... 지금까지 제가 해본 회사생활에서 캠퍼스에서 배운 "경영학"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사실 별로 못봤습니다. 학교에서 경영학과 교수님조차도 "여러분이 졸업해서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회계학과 무역학 정도 뿐이고, 나머지는 경영학마저도 기업에서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 많은 신입사원을 죄다 회계팀에 넣을 것도 아니고, 그 회사들이 죄다 무역회사도 아닐테니 경영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회사 실무에 바로 투입하기 좋을 것이라는 건 별로 근거없는 믿음 같습니다. (신입사원 좀 받아본 지금까지 느끼는 건 전공이고 뭐고, 학사고 석사고 간에(박사는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ㅎㅎ) 처음엔 그냥 짐이라는 거)
기업이 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할, "사회를 읽는 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경계 출신들이 딱히 나을 것도 없어 보이고, 오히려 기업들이 싫어한다는 '문사철'들이 더 뛰어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인문학과 함께 위기에 빠졌다는 기초과학은 제가 뭐라 언급할 처지가 못되지만, 적어도 '문사철'이 기본으로 깔리지 않고 '실용학문'만 주워섬긴 사람(대표적으로 저)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스스로 가진 밑천이 얕다는 걸 알고 불안해집니다. 심지어 경영학과에서 가르치는 여러 분야조차도, 그 근본을 파고들면 철학, 심리학,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알고보면 우리가 지금 수십개의 전공으로 나눠 가르치는 것들이 옛날 옛적엔 다 "철학"아니었겠습니까? 대학을 다닐 당시에 '문사철'을 쉽게 '뜬구름 잡는 놈들'로 정의하고 '실용학문'에 깃발을 꽂았던 저마저도, 나이를 먹을수록 '문사철'을 바닥에 깔지 않은 제가 '근본 없게' 느껴지니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들도 적어도 "경영학이 실용학문이니까" 라는 이유로 상경계 출신을 뽑는 것은 좀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설사 상경계 출신이 실무 지식 흡수 속도가 좀 빠르다고 해도, 1~2년 쓰고 버릴 거면 모를까 대학에서 배운 걸로 과연 몇년이나 우려먹을 수 있을까요. 그 이후에는 오히려 학습능력의 '근본'을 가진 쪽이 더 유리하겠죠.
다만... 제가 지금껏 느낀 "기업이 상경계열 출신을 선호하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는... 씁쓸하게도 "경영학과를 나온 학생들이 알게 모르게 '사측'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조선일보조차도 "이제 회사의 이익과 종업원이 이익은 따로 간다"고 선언한 마당에, 회사로서는 사원이 '사측' 마인드를 가졌느냐, '노측' 마인드를 가졌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물론 그게 단순하게 흑백논리로 가르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대학 4년을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회사를 보는 학문을 공부한 학생은 본인이 그 반대편의 노력을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사측'의 입장에 자연스럽게 서게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는 그게 마음에 드는 것 같고요. 회사에서 '경영 효율화'를 위한다며 취하는, 노동자의 이익에 반하는 여러 조치들에 저항하기보다는 "사장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준다면 그보다 고마운 일이 있나요.
p.s. 혹시라도... 그렇다고 이 글이 "상경계 졸업생은 문사철에 비해 무식하다"거나 "상경계 출신은 학습능력의 근본이 없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은 당연히 아닙니다. ㅡㅡ 저같은 일부 근본없는 이들을 선호하는 기업과, 당장 실무에 쓸 수 있는 약간의(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정말 약간 있는) 실무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업시장에서 홀대받는 이들이 걱정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