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비키니 사진 시위와 관련한 제 불편함이 제 안의 성적 보수성 때문일까 고민해보았어요

 

MBC 기자분 사진이 올라온 다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감정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보았어요. 그 기자분이 ‘비키니 사진을 올린 여성들에 대한 비난이 과도하다고 생각되어서’(기사에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에는 여전히 ‘그 얘기가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 기자분의 사진이 다른 사람들의 문제제기를 희석하는 문제가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동시에 그 기사 밑에 달린 ‘아, 어머니...’라든지 ‘눈 버렸다’ 등의 댓글을 보면서는 이 기자분이 나타내고 싶어 하는(그럴 것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쿨”함을 알 것 같아서 그 댓글들에 대해서만큼은 반박하고 이 기자분이 이런 사진을 올릴 자유를 옹호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죠.

 

어쩌면 나꼼수팀이 사과를 안 하는 게 나을 것도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나꼼수팀과 함께 그들의 농담을 즐기면서 자발적으로 비키니 사진을 올리고 그 사진에 대한 반응 또한 즐거워할 어떤 여성들의 자유랄지 권리랄지 그런 게 제약되는 결과 또한 바라지 않거든요. 어떤 분들은 그 사진을 올린 여성들이 남성중심적 관점을 내재화한 것이라고도 하시지만, 저는 그런 식의 주장은 별로 생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생각이 정말 내가 주체적으로 한 것인지 외부의 영향을 받아 어떤 이데올로기를 내재화하고 있는 것인지를 따진다는 건 그렇게 확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는 여전히 이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했던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올린 여성들의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그 사진을 성적인 농담과 섞어 요청하고, 사진이 올라온 뒤에는 성적인 발언들로 맥락을 부여한 나꼼수팀과 일부의 반응들을 문제 삼았다고 생각하기에, 애초의 문제제기나 그 동안 이루어진 논쟁이나 사과요구 등이 모두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꼼수팀이, 그리고 나꼼수팀의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포함한 청취자들이 계속 이렇게 즐기겠다고 한다면, 싫은 사람들은 안 듣는 수밖에 달리 뭘 더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처음 문제제기 했던 분들이나 공식사과를 요청한 공지영 씨나 (그러니까 어떤 분들이 ‘나꼼수까’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꼼수에 애정이 있어서 그랬던 거잖아요. 그동안 나꼼수를 지지해왔고, 앞으로도 같이 하고 싶으니까, 이런 부분들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고쳐달라, 이렇게 요구했던 거죠.

 

이게 다른 성희롱 상황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이, 학교나 직장, 어떤 동아리 등의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면, ‘싫은 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 되잖아요. 문제제기한 사람이 그 공간에서 해온 것들과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박탈당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나꼼수 같은 경우는 안 듣는 것이 어떤 피해를 낳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계속 나꼼수 애청자이고 지지자였던 사람이라면 결코 유쾌할 수 없는 결론이겠지요. 아마 제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저는 나꼼수를 초창기에 서너 번 듣고 만 사람이라 그럴지도요.

 

물론 남는 문제는 있어요. 나꼼수팀과 여성들의 ‘비키니 시위’ 방식이 정치적 운동에서 여성들을 주변화, 대상화하는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의견이죠. 사실 이 부분은 이번 비키니 사진건만으로 논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즉, 누적된 경험들과 김용민 씨의 ‘20대 여성들의 정치의식’ 발언 등의 그간의 역사를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제대로 논의하기 어렵다는 거죠. 저는 이 부분에서의 문제의식에 많이 공감합니다. 어떤 여성들과 남성들이 그간의 진보진영의 운동방식에서 ‘여성’이 들러리 세워지는 걸 계속해서 보고 겪었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비키니 사진을 재미있는 시위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함께 운동해온 여성들을 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욕망한 것 아니냐’고 묻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걸 쓰느라 다시 확인했는데, 주진우 씨는 이 사진들을 ‘비키니 시위 사진’이라고 하지 않고, ‘가슴 응원 사진’이라고 썼더군요. 꼬투리 잡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가슴으로 응원하면 안 되냐?’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대해 ‘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욕망하는 것은 무조건 문제냐?’는 반론이 나온다면, 그 부분이 한국사회의 성문화(?) 섹슈얼리티 문화(?)라는 맥락과 얽혀서 복잡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퍼센테이지로 따질 수는 없지만, 많은 여성들이 <성적인 시선과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동시에 비하와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당연하게도 <>표시 안의 두 상황은 필연적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경험적으로도 틀린 명제가 되는 것은 비키니 사진 건을 옹호하는 사람이든 비판하는 사람이든 공히 바라는 바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저 말도 안 되는 연결고리는 어떻게 해야 끊어지는 것일까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죠. 꼴페미네, 페미니스트들도 자신들의 보수주의를 반성했네, 이런 말들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페미니스트들만큼 여성들의 성적 자유와 해방을 원하는 이들도 없을 겁니다. 근데 이 작업이 너무 어려워요. 너무 오랫동안 여성들은 ‘인간’으로서보다 ‘성적 존재’로서만 취급당해왔거든요. 그러니 ‘내가 원할 때에만 성적 존재가 되겠다’는 주장은 무성적이거나 보수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지고(ex. “너는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 “좋으면서 내숭은.”), ‘나는 주체적인 성적 존재이다’라는 주장은 누군가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ex. “노출은 성폭력을 유발한다.”) 진퇴양난 속에서 힘겹게 목소리를 내온 것이 현재 페미니즘 안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서로 상충하기도 하는 목소리들인 거죠.

 

‘나는 여성을 차별하거나 성폭력을 행사할 생각이나 의도가 없다. 단지, 성에 대한 엄숙주의에 저항하고, 성을 자유롭게 즐기고 싶을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남성분들, 그리고 ‘나는 여성이지만, 이런 식으로 내 몸을 사용하는 것이 즐겁다’라고 생각하는 여성분들은 이번 비키니 사진 건에 대한 문제제기들을 위와 같은 맥락에서 한 번쯤 생각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사진제공자들과 그걸 받은 사람들 간에 서로 즐거웠다면, 그 자체는 괜찮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게 여성집단의 위치를 ‘성적 존재’로서만 묶어두는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생각해볼만 하지 않은가요? 사진을 원한 사람과 올린 사람들 모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더라도 말이에요.

 

이건 생각해보면, 결국은 내 말이 맞을거다,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전 이 부분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나꼼수 비키니 사진 건은 위에서 우려한 것과 같은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고, 어쩌면 여성들이 노출에 당당해지는 변화에 기여할 수도 있고, 혹은 일단 노출하면 시끄러우니까 여성의 몸을 더욱 꽁꽁 싸매는 효과를 가질 수도 있고, 방향은 여러 가지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방향을 만드는 것은 지그 순간순간들의 논의와 논쟁들일 것이구요.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모습은 이런 거예요.

1) 비키니 시위 혹은 가슴 응원이 남성중심적으로 전유되는 경우: ‘지난번에 나꼼수팀도 대박쳤는데, 우리도 이번에 여성들 비키니 시위 사진(혹은 가슴 응원 사진) 좀 기획해보자.’ 여성들에게 ‘너도 가슴 사진 좀 올려봐. 너 너무 성적으로 보수적인 거 아냐?’ 이런 말들이 아무렇지 않아지는 상황.

2) 이번 비키니 사진 건의 문제제기들이 맥락에서 떼어져 수학공식처럼 아무렇게나 적용되는 경우: 슬럿워크하는 여성들에게 ‘지난번엔 정봉주 석방을 위해 비키니 사진 올린 여성들 가지고 욕하더니 지들은 왜 다 벗고 나와?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야?’

 

그렇다면, 이번 일이 가져올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이건 저 혼자 생각하기가 어렵네요.

 

제가 비키니 시위를 가지고 상상할 수 있는 제일 유쾌한 모습은 일단, 더 다양한 몸들과 다양한 섹슈얼리티가 사진의 주인공이 되어야 해요. ‘젊은 여성의 큰 가슴’만이 비키니 시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그런 분위기라면 그때는 이 시위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부정될 수 없을 겁니다.

 

혹시라도 ‘젊은 여성의 큰 가슴을 선호하는 것은 성적 본능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마지막으로 이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나꼼수에서도 비판한 적이 있었던 ‘빤스 목사’님의 발언이요. 이게 왜 문제일까요? 실제로 여신도들의 팬티를 내린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일종의 비유로 ‘내 신도라면 팬티를 내리라고 했을 때 내릴 수 있을 정도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고 하는데요. 이게 목사와 신도 사이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비판하는 건가요? 왜요? 목사는 성욕이 없나요? 아님 그런 말을 하기에는 목사가 너무 늙었나요?

 

정작 그 목사님의 여신도들은 괜찮다는데 왜 우리가 그걸 비판하죠? 설령 어떤 여신도가 진짜로 그 목사님 앞에서 팬티를 내린다 한들, 그걸 정말 원해서 한다면 어떻게 비판할 수 있죠? 그 여성은 정말 자신의 신심을 증명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그 목사님을 성적으로 유혹하고 싶었을 수도 있는데요.

 

게다가 성경에 보면, 신이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하잖아요. 아브라함은 정말로 아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서 제단을 만들고 아들을 바치려고 하구요. 그랬더니 신이 훌륭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하죠.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아들의 목숨도 요구할 수 있는 종교인데, 팬티 좀 내리라고 했다고 비난할 수 있나요? 비키니 차림까지는 용납할 수 있지만, 성기를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건 안 되는 건가요? 성기만큼은 안 된다는 시각도 시간이 지나면 보수적인 인식이라고 여겨지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했을 때 그 ‘빤스 목사’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실제로 성직자의 위치에 있는 남성들이 믿음을 이용해서 여신도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일들이 상당한 현실에서 저 발언이 여성 신도에 대한 남성 목회자의 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실제로 여신도를 성적으로 착취한 적이 없는 ‘빤스 목사’로서는 자신의 발언이 대표사례가 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겠죠.

 

나꼼수팀은 성직자-신도의 관계처럼 지위를 이용하여 청취자들이나 지지자들을 성적으로 착취할만한 권력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비키니 시위와 관련해 문제제기한 사람들도 나꼼수팀이 직접적으로 여성 지지자들을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을 거예요. 다만, 성직자들이 여성신도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일이 빈번한 상황에서 ‘팬티 발언’이 불편한 것처럼, 정치적 운동에서 여성들이 자주 주변화되는 것을 겪고 지켜본 사람들이 ‘비키니 차림의 가슴 사진을 통한 시위나 응원’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이 부분은 김용민 씨가 20대 여성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를 두고 한 발언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하지 않고 썼습니다. 발언의 내용을 제가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라서요. 그 발언과 상관없이도, 즉 나꼼수팀의 행적과 상관없이 다른 정치적 운동에서 그러한 일들이 많이 발생해왔다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저 스스로 ‘나의 불편함의 기반이 성적 보수주의일까’를 성찰해본 내용입니다. 마지막에 ‘빤스 목사’ 이야기를 해서, 이 글을 끝까지 다 읽으신 분들 중에는 결국 나꼼수 까는 결론 내리려고 이렇게 길게 썼나? 하고 짜증이 난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결코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빤스 목사’의 발언에 대해서도, 다시 원점에서부터 질문을 던져서 생각을 정리해본 거구요. 나꼼수팀을 ‘빤스 목사’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두 발언들에서 똑같은 강도의 불쾌감을 느끼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정말 전혀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까 다른 글을 보니, 나꼼수팀은 원래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애초에 밝힌 사람들이었고, ‘성인군자’가 되어야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그 코멘트를 보고 또 생각해봤죠. 내가 나꼼수에게 기대한 수준이 ‘성인군자’씩이나 되는 거였던가. 그건 아니었거든요. 여자 가슴 사진보고 코피팡~할 수 있죠. 성적으로 자극되는 건 물론이고, 여성들로부터 이런 응원을 받는다는 것에 으쓱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하여튼 신나고 즐거울 수 있어요. 그걸 문제 삼는 것이 아니에요. 시위의 방식으로 그런 코피 터질 만한 상황을 기획하고, 그 결과를 만끽하는 행위가 기존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대우에 의도치 않게 일조할 수 있는 위험을 알아달라는 거죠.

 

그래서 제가 원하는 건 결국 ‘사과’인 걸까요?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네요. 처음에는 쿨하게 인정하고, 쿨하게 사과하고, 껄껄 거리고 웃으면서 이번 일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논쟁이 너무 격렬해지고, 그 와중에 각종 뻘타들이 난무하여 마음들이 잔뜩 상하고, 막 그래놓아서 말이죠. 어제인가 나온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니, 문제제기 하는 것이 의미있다고까지 하면서도 이런 일로 나꼼수가 사과를 하게 되면, 특유의 막나가는 정서가 없어져서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쫄지마, 나꼼수’하고 응원해주는 걸로 끝맺는 글이었어요.

 

의도와는 상관없이 기분이 나빴던 이들에게 사과하고, 의도치 않았지만 발생할 수 있는 효과들, 그런 위험을 일일이 고려하여 행동하는 것이 ‘쪼는’ 것인 걸까요? 사과하고 배려하면서는 유쾌할 수 없는 걸까요? 저도 답은 몰라요. 모르지만, 적어도 이렇게 열심히 생각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답을 찾는데 도움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일어난 수많은 논쟁들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것에 반대합니다. 또, 나꼼수팀이 이 문제의식들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등 떠밀려서 사과하느니 차라리 ‘에이씨바, 우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불쾌했다는 분들한테는 미안하긴 한데, 사과하면 사진 올린 분들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뭐 이렇게 말하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겠으니 배째라’, 뭐 이러라는 건 아니고, ‘한 번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이랬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인데, 그런 진지함은 나꼼수와 안 어울린다고들 하겠죠? 게다가 이런 사안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다른 현안들을 다루어야 하고, 우리는 MB라는 큰 적을 앞에 두고 있고...

 

뭐, 그렇네요. 왜 이리 길게 썼담. 사실 하루 종일 이 생각하느라 딴 일이 손에 안 잡혔어요;;; 그만큼 저에겐 중요하게 느껴지는 화두였거든요. 하루 종일 생각한 걸 쓰다 보니 더 줄일 수가 없었단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심지어 이렇게 쓰고도 더 쓰고 싶은 주제가 남아있어요ㄷㄷ 성적인 보수주의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일까, 성적으로 개방되는 것이 진보일까, 그렇다면 그 개방성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걸까, 뭐 이런 생각들도 좀 했는데, 이건 논점에서 벗어나는 것도 같고, 이것까지 쓰는 건 차마 못 할 짓이라서;;-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 요기까지만 해봅니다.)

 

 

    • 두번 읽을게요. 태그에서 눙물이........
    • 전 여자가 꾸미는 게-혹은 섹시하게 단장하는게-

      자기 만족이 아니라 남자한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는 남성이 많은 사회에서

      성적 보수주의를 비판한다는 건 참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와 비슷한 지점의 고민을 하신 것 같습니다. 전 이 문제를 쇼생크 탈출의 핀업걸이 상징하고 있는 코드를 공유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지점하고 어떻게 다를 수 있나 이런 생각도 했거든요. (리타 미안합니다..;;) 게다가 지금 이런 논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좀 의아했던 건 나꼼수가 처음부터 내재하고 있었던 성격을 본질적으로 부정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이전엔 어떻게 들었지? 하는 느낌이랄까요...쓰고보니 또 딴길로 가는 이야기네요. 사실 저도 명확히 정리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듯 합니다.
    • 죠./ 두번 읽어주신다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ㅠㅠㅠ 진짜로 두 번 읽지는 않으셔도 되요. 저도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ㅋㅋ큐ㅠㅠㅠ

      끔끔/ 네... 저 이거 네 시간 동안 썼거든요. 하아. 그래도 후회는 안 하려구요.

      퀴리부인/ 아주 많이 동의합니다. 김어준 씨 라디오 상담에서 그런 말 했었더랬죠. 여자들끼리 무인도 가면 아무도 화장 안 하고 다닐 거라고. 제가 <닥치고 정치> 읽으면서 많은 부분을 재미있게, 때론 공감하기도 하면서 읽었지만, 이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중 하나가 정치적 좌/우 스탠스를 생물학적 본능으로 설명하는 맨 앞장이었어요. 그 논리가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군요...
    • 유디트/ 아.. 쇼생크탈출을 본 게 너무 오래 전이라 말씀하시는 '리타'가 기억이 안 나네요. 다만, 어떤 뉘앙스인지는 알 것도 같습니다. 나꼼수를 이전엔 어떻게 들었지? 하는 의문에는 제가 답해드릴 순 없겠네요. 나꼼수를 안 들은지 오래 되어서;; 아마 계속 듣던 분들은, 그 전까지는 용납할 수 있었던 수준이라는 어떤 기준이 있거나, 아니면 계속 누적되어온 불만이 터진 것이거나 뭐 그렇지 않을까요?
    • 고민을 차분차분하게 풀어나가신 좋은 글이네요.
      글 내용하고는 다소 무관하지만 저는 게시판에서 극성맞은 여성주의자들은 운운할 때가 참 웃겨요. 여성주의라는 게 하나의 시각, 시선만도 아니고, 남성들이 젠더 문제에 하나의 시각을 가져야 할 필요가 없듯이 여성들도 젠더 문제에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거죠. 이 문제도 그렇습니다. 저는 여성으로서 이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여성이 또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서 불편하지도 않고 가르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단지 내가 다르게 생각할 뿐이지요.
    • 13인의아해/ 그렇군요. 전 딴지일보 시절부터 알던 맥락이라 그런지 전혀 의외롭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그때도 한참 달리다가 저 같은 여성 독자들이 열받는 순간들이 종종 발생해왔던지라...전 김어준의 그런 측면을 몹시 마음에 안들어하는데 이번 일은 접근하기 애매한 지점이 있더라구요. 방송상 맥락에서는 어떤 코드나 상징의 표현일 뿐이었는데 이게 불유쾌하게 완성된 건 역시 비키니 사진 자체와 주진우의 글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분리해야 하는가 아닌가가 제 고민의 시점인 듯 하고요. 라고 쓰고..생물학적 완성도 드립을 읽고오니..이건 뭐 분리할 필요는 없는거였군요. 네.

      쇼생크 탈출에서 리타는...탈출구를 숨기는 역할을 하는 핀업걸 포스터의 모델이 리타 헤이워드거든요.
    • 끔끔/ 네. 그러고 보니 제가 지난 번에 "닥치고 정치"란 말 자체가 너무 싫다는 의견 올리신 분한테 댓글로, 그 때 '닥쳐야할'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내용을 말하려는 건지 짐작이 가서 이해는 간다고 옹호한 적이 있는데, 어리석었습니다ㅠㅠㅋㅋ 저도 얼마든지 닥쳐야하는 대상이 되는 거였어요! 반성합니다!

      loving_rabbit/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구요. 다만, 때로는 서로의 의견이 다름을 확인하는 걸로 끝맺을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렵구요.

      유디트/ 쇼생크탈출 얘기는 조금 놀랬어요. 전혀 몰랐어서;; 그 부분을 어떤 상징으로 읽어낸 논의들이 있었나요? 흥미롭네요. 비키니 사진건을 포함하여 나꼼수 방송의 애매한 지점들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합니다. 저도 예전에 딴지일보에 들어가본 기억이 있는데,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냥 안 가게 되었죠.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 기억만으로 나꼼수 방송이나 김어준 얘기에 거부감을 갖지는 않았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네요^^;;

      에효, 이제 정말 그만하고 가서 자야겠어요. 이러다 날밤 새겠네ㅎㅎ 듀게에 접속하신 모든 분들, 좋은 밤 되시길!
    • 좋은 글이네요. 많은 고민을 하고 그걸 차분하게 풀어내셔서 읽으면서 저도 제 생각을 가다듬고 고민했네요. 지금 여기가 바깥인데 집에서 다시 정독해봐야 겠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 [좋아요]

      이 게시판에 이 주제에 대해 올라온 글 중에 제가 읽은 것 중에 (꽤 많이 읽었어요) 처음으로 댓글 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이에요.

      그런데 목사와의 비교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두 상황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통점에 직관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심리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는 두 상황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이 깊은 신자에게 목사는 지옥으로 인도할 수 있고 천국으로 인도할 수 있는 존재이고, 그런 의미에서는 목사-신자 사이에는, 교수-제자나 상사-부하의 관계보다도 훨씬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학교나 직장을 떠나도 심지어 세상을 떠나도 벗어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력관계니까, 그것이 남용될 가능성에 대해서 더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문제가 된 내용 자체도 근본적으로 '벗으라면 벗어야지, 안그러면 지옥 간다'라는 협박에 가까운 이야기니까 당연히 누구라도 걱정할 만한 이야기였구요. 이걸 단순히 신도들이 괜찮다고 하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면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도 비판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반면에, 13인의 아해님도 인정하시듯 나꼼수와 비키니 응원 사진을 올린 여성들 사이에 학교나 직장에서의 그런 권력관계가 존재한다고 보는 건 무리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두 사건 사이에 눈에 띄는 유사성이 있지만, 뜯어 보면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목사는 그런 직책이 아닙니다. 지옥을 보내거나 할 수 있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꼼수와 등치를 이루죠.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권력관계인가 아닌가인데 (원래라면, 제대로된 상황이라면) 나꼼수든 목사든 권력자가 되어선 안되는 겁니다. 신도들이 괜찮다고 비판 안하면 사이비 종교 비판이 어렵다는 부분이 나꼼수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관점이죠. 메세지와 메신져의 분리 문제이기도 합니다.
    • 글의 제목부터 제가 하고 있던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 오랜만에 글을 정독했습니다.



      고민이 묻어나는 좋은 글이네요. 투자하신 시간만큼 감사합니다.
    • [좋아요]

      이 게시판에 이 주제에 대해 올라온 글 중에 제가 읽은 것 중에 (꽤 많이 읽었어요)처음으로 댓글 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이에요. 222222

      자기 생각만 옳다거나 장문으로 남을 가르치려 드는 글에 지쳐있었거든요. ^^
    •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글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읽고싶어요.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잔인한 오후/ 제가 헷갈리게 썼나봐요. 기독교 교리상 목사가 누구를 지옥에 보낼 권능이 있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신자들에게는 목사가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므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조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것도 하나님의 권위로. 그리고 제대로 된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상황이라면 직장상사와 지도교수도 성적인 접근을 거절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 않을 테니 직장내 성희롱도 다른 경우와 다르게 처리할 이유가 없죠. 남용될 수 있는 권력관계 존재하느냐가 중요하고, 그런 면에서 종교 지도자와 나꼼수는 다르다는 것이 제 주장이었습니다.
    • 공감합니다. 전 이 문제를 아이돌이나 인기연예인과 그 팬으로 바꿔서 생각했는데 결론이 명확해지더군요. 그리고 그뒤론 나꼼수 관련 기사나 글엔 관심이 없어졌어요.
    • 잘 읽었다고 말씀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nadju/ 종교지도자와 신도만큼의 직접적 권력관계가 나꼼수에는 없다는 말씀에 저도 일부 동의합니다. 그래서 또 좀 더 생각을 해보았는데, 제가 보기엔 반MB진영에서 최대의 목청(?)으로 자리하게 된 상황이 주는 소위 '진보진영' 안에서의 권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별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딴지일보에서 했던 말과 행동들은 별 파급효과가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여론을 조성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생겼다는 거죠. 그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당장 '생물학적 완성도'라는 말을 놓고만 생각해봐도, 나꼼수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 일부에게는 이것이 합리적인 개념이자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앞으로도 사용될 거예요. 진보진영이라고 불리는(사실은 그냥 반MB가 다이지만) 공간 안에서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 특정한 문화를 형성하는 것 그런 것들 또한 넓게 보면 권력의 일종이죠.

      '생물학적 완성도'라는 발언은 그 자체로 굉장히 문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그것을 제쳐놓고, 김어준이 어젯밤에 한 발언 중에 그나마 선의를 가지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성적 약자였던 여성들이 이 문제에 예민하고, 비판을 할 권리도 있다'는 인식이었어요. 하지만 관련 기사들 댓글들을 읽어보면, '와아, 김총수 역시 명쾌하다. 이제 그만 좀 해라', '슬럿워크는 괜찮고 비키니 시위는 왜 안 되냐', '이제 다른 현안으로 넘어가자' 이런 댓글들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고 있더군요.

      김어준은 마치 이번 문제제기를 이해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해를 못했어요. 그러니 결국은 '예민할 수 있고, 비판할 권리도 있다'는 말과 배치되는 '근데 그런 말들은 60년대 수준의 사고이다.'는 말을 해버린 거죠. 이런 발언들을 통해 김어준은 이번 비키니 사진을 둘러싼 많은 문제제기들을 '60년대 수준의 사고'로 전락시키고, 나꼼수 지지자들에게 그러한 인식을 퍼트리고, 그래서 결국은 문제제기하는 것 자체를 '닥치게 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게 권력이 아니고 뭘까요?

      근데 그나마 제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꼼수의 권력은 순전히 팬덤에서 나온 것이기에, 팬덤이 짜그라들면 별 것 아니게 된다는 거에요. 이번 일이 나꼼수 팬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는 나꼼수 열풍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어요.
    • 잘 읽었습니다. 추천 버튼이 없으니 커플 버튼을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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