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폴란드 시인 쉼보르스카 (1923-2012), 두 편의 시 읽고 가세요 ('두 번은 없다' & '장례식')




어제(2월 1일)였다고 하네요.

애연가인 쉼보르스카는 지병인 폐암으로 타계했다고 합니다.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입니다. 사진은 노벨상 수상 당시의 모습입니다.

옆에 있는 지인이 방금 이 사진을 보더니 여왕같다고. 

먼훗날 저도 주름이 자글자글해도 저렇게 환하게 웃고 싶네요.

그 어떤 매혹적인 젊은 여인보다 매력적이고 생기가 넘쳐 보입니다.


뉴스를 보고 덜컥했어요.

개인적으로 소중한 추억이 있는 시인이라.

유명한 이 분의 시 하나 적고 갑니다. 

영문번역도 함께요. 폴란드어는 못찾겠네요.


영문 위키피디아       : http://en.wikipedia.org/wiki/Wis%C5%82awa_Szymborska

폴란드어 위키피디아 : http://pl.wikipedia.org/wiki/Wis%C5%82awa_Szymborska

한국어 위키디피디아 : http://ko.wikipedia.org/wiki/%EB%B9%84%EC%8A%A4%EC%99%80%EB%B0%94_%EC%8B%AC%EB%B3%B4%EB%A5%B4%EC%8A%A4%EC%B9%B4

(한국어는 많이 부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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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없이 태어나 실습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어떤 하루도 되풀이 되지 않고

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Nothing Twice

~ Wislawa Szymborska


Nothing can ever happen twice.
In consequence, the sorry fact is
that we arrive here improvised
and leave without the chance to practice.

Even if there is no one dumber,
if you're the planet's biggest dunce,
you can't repeat the class in summer:
this course is only offered once.

No day copies yesterday,
no two nights will teach what bliss is
in precisely the same way,
with exactly the same kisses.

One day, perhaps, some idle tongue
mentions your name by accident:
I feel as if a rose were flung
into the room, all hue and scent.

The next day, though you're here with me,
I can't help looking at the clock:
A rose? A rose? What could that be?
Is it a flower or a rock?

Why do we treat the fleeting day
with so much needless fear and sorrow?
It's in its nature not to stay:
Today is always gone tomorrow.

With smiles and kisses, we prefer
to seek accord beneath our star,
although we're different (we concur)
just as two drops of water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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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Porgzeb


"이렇게 갑자기 갈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어?"

"스트레스와 담배를 조심하라고 그렇게 그에게 주의를 주었건만"

"아무튼 고마워"

"이 꽃들, 포장 좀 끌러줘"

"형도 심장병으로 갔는데, 아마 유전인가 봐"

"턱수염을 기르니까 당신인 줄 몰라보겠어요"

"자업자득이지. 언제나 주제넘게 참견하는 것을 좋아했으니 말야"

"카제크는 바르샤바에 있고, 타데크는 외국에 나갔어요"

"딱 한 번 당신이 똑똑하다고 느꼈는데, 그건 때맞춰 우산을 가져왔을 때였어"

"그들 중엔 그래도 그가 제일로 영리했지만, 지금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문간방이라…… 바시카는 동의하지 않을 텐데……"

"물론 그가 옳았어, 하지만 그건 이유가 안 돼"

"문짝을 새로 칠하는 데 얼마가 드는지 알아맞혀봐"

"노른자 두 개, 그리고 설탕 한 스푼"

"그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데 왜 주제넘게 끼어들었을까"

"모두 파란색으로 통일해주세요, 그리고 치수는 작은 걸루요"

"다섯 번이나 물었는데, 아무런 대답도 없었지"

"그래 좋다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너도 할 수 있었잖아."

"그녀가 그나마 이런 일자리라도 얻어서 다행이야"

"글쎄, 잘 모르겠는데, 아마 친척인가 보지"

"저 신부는 벨몽도를 꼭 닮았군"

"공동묘지 이쪽으로는 한번도 와본 적이 없었는데"

"일주일 전 꿈에서 그를 보았는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

"어린 딸은 그다지 못생긴 편은 아니구먼"

"결국 우리들의 인생도 이렇게 끝나고 말겠지"

"미망인께 제 이름으로 애도의 뜻을 전해주세요, 저는 급히 갈 데가 있어서……"

"라틴어로 장례 미사를 할 때가 훨씬 더 장엄하게 느껴졌는데 말야"

"지난 일은 이미 다 물 건너갔는걸"

"안녕히 계세요, 부인"

"우리 어디 가서 맥주나 한잔하죠"

"전화해요, 얘기나 합시다"

"4번 버스, 아니면 12번 버스를 탈 거예요"

"저는 이만 이쪽으로"

"그럼 우린 저쪽으로"

    • 우리는 연습없이 태어나 실습없이 죽는다, 이 말이 그녀 시에서 나온 것이였군요. 폴란드 태생에 1923년이면 세계대전도 겪었을테고..
    • 마음을 툭, 치네요. 좀 더 일찍 읽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도 들고요. 늦은 애도이지만 편안하게 쉬시길 바랍니다. 시를 더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요새 이 시 찾아 읽었는데...
      지난번에 올려주신 윤영배님 음악도 좋았고 이전에 올려주셨던 문장들도 잘 읽고 있습니다.
    • miho님, 저도 그 말을 빠트렸군요. 편히 쉬시길..

      buendia님, 네, 온갖 풍파와 어려움은 가 겪으셨을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니, 이래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나 봅니다 :)

      tora님, 시는 언제나 우리 곁에 남아 있으니까요 :)

      그린마일님, 쉼보르스카의 시를 요즘 읽으셨었군요. 감사합니다. 음악도 문장들도 좋으셨다니 다행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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