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아래 사랑니 부근잇몸이 부어서 밥 먹기가 영 불편했어요.
입을 크게 벌리고 손전등앱을 실행시켜가며ㅋㅋ 관찰해본 바, 충치가 심해졌더라고요.
충치 때문인 줄 알고, 스케일링 할 때도 되었고 해서 치과에 왔어요.
이 치과는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아요. 의사선생님, 간호사 다요. 이 자리에서 병원을 한지 꽤 오래되었는지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는 작은 치과에요. 근데 그 느낌이 좋아요.
오래된 것 같지만 낡았다기보다는 그냥 단정하고 불필요한 게 없다는 느낌.
오늘 소파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잡지 중에 르몽드디플로마티끄가 있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비슷하게 전 닥터슬럼프님 병원에 가보고 싶습니다!! 책이며 피규어, 장난감 등 전부 방(?)에 숨겨 놓으셨을 것 같지만요. ㅋㅋ-
전 이 병원에 오면 항상 한번은 삐끗하는 대화를 하게 돼요.
진료의자에 누워있고 선생님이 오셨어요. 선생님이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냐고 물었어요.
전 근데 그 때 의자에 누운 자세가 좀 이상해서 몸을 움찔움찔하면서 편하게 치료받기위한 최적의 자세를 만들던 중이었거든요. 비교적 편안하게 자세를 만든 후 대답했죠.
"아니요, 이제 괜찮아요."
선생님이 다시 물어 보셨죠.
"아니,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냐구요."
아, 그제서야 이해했어요. 전 움직이는 저한테 자리가 불편하냐고 묻는다고 생각하고 치료는 시작도 안 했는데 괜찮다고 대답한 거였어요. ㅋㅋ
선생님이 마스크 쓰고 계셔서 제대로 못 들은 거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제가 원래 사오정이기도 해요. 근데 자꾸 이러니까 좀 부끄러워요. ㅠㅠ
잇몸이 부은 건 충치 때문이 아니라 위에 사랑니가 나기 시작해서라고 했어요. 혓바닥으로 찾아보니 아주 조그만 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떻게 하고 싶냐길래, 어떻게 하면 되냐고 제가 다시 물었죠. 윗 사랑니는 빼고 아래 사랑니는 치료하자고 하셔서 오늘 뺄 수 있냐고 했어요. 무슨 쇠뿔도 아니건만 온 김에 빼버리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한다고 해서 찍고 나왔죠. 전 그 까만 필름(?)을 보여주면서 비뚤어졌니 어쩌니 설명을 할 줄 알았는데 바로 마취를 하고 뺐어요. 하나도 안 아프더군요.
입 벌리고 있느라 턱이 아팠고, 쇠로된 기구와 선생님의 손이 입술을 눌러서 그게 괴로웠을 뿐.
속으로 아니, 이보시오, 의사양반! 뽑으면 뽑는다고 말이나 좀 해주던가!
왜 마취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가 당한(?) 일이라 살짝 원망했습니다만 이 의사선생님 스타일이 원래 그래요. 달리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타입. ㅋㅋ
이 부분은 호오가 갈릴 것 같은데 전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무뚝뚝함이라 몇 년째 다니고 있죠.
빠진 사랑니는 조그마했어요.
새끼손톱보다도 작더라고요. 빨간 피를 얇게 두르고 있는데 몇 초 동안 신기하게 봤죠.
입을 헹구고 수납을 하러 가서 내내 고심하던 걸 물었어요.
"혹시 이빨 저 주시면 안 되나요?"
이빨은 폐기물이라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제가 갖고 있을 건데요 하면서 한번 더 애처롭게 말했더니 살펴봐 주러 가셨으나, 이미 폐기물함에 버렸다는 답을 들었죠.
아, 고민하지 말고 정리하는 거 볼 때 바로 물어볼 걸, 괜히 망설였나 후회했어요. 유난스러워 보일까봐 주저했는데 ㅠㅠ
딱히 그 사랑니를 가지고서 할 게 있는 것은 아니예요.
하지만 몸 안에 박혀 있던, 이제 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갖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가지고 있다보면 어느새 천덕꾸러기가 되겠죠. 애써 이렇게 생각하면서 위로하고 있어요. ㅎㅎ
사랑니가 난 줄도 몰랐었는데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눈으로 빠진 이를 보고, 다시 그 자리를 혀로 더듬어보니 어쩐지 허전한 느낌이 들어요.
스케일링은 사랑니를 빼서 못했어요. 다음 주에 다시 방문하기로 예약을 하고 처방전을 받아왔어요.
물고 있던 거즈를 두 시간 있다가 뱉으라고 했는데 거의 한 시간 만에 질겅질겅 다 씹어버렸어요. 전 피가 그 때 쯤이면 안 날 줄 알았는데 계속 비린 피맛이 나네요.
공부해야 해서 도서관에 왔는데 뜨거운 거 먹지 말라는 말에 커피를 못 마셨더니 집중도 안 되고 멍하게 있어요.
제가 원래 사랑니 뽑아 보는 게 소원이던 사람인데 -아래 양쪽에 사랑니가 났는데 병원 두 군데서 다 뽑지말고 그냥 두라고 했거든요- 오늘 얼떨결에 소원풀었어요. 히히.
*우와, 제가 이 글을 폰으로 써서 내용은 없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거든요. 등록 누르니까 로그인 풀려서 복사해뒀던 거 다시 붙이려고 하다가 무비스타님의 사랑니 글 봤어요. ㅎㅎ
아니! 제가 다니는 치과선생님은 이를 주셨는데... 정확히는 의사선생님은 의자를 떠나시고 간호사분(또는 치위생사이실 분)에게 이 가져도 되냐 물어보니 가져가시라고 하시던걸요... 4개 다 뺐는데 아래 2개는 쪼개서 빼서 못 가졌고 위 2개는 그대로 나서 그대로 발치해서 가졌습니다. 하지만 역시 천덕꾸러기 입니다. 몇 달째 서랍위에서 데굴데굴만 하고 잇어요.
저도 오늘 사랑니 뽑았어요. 매복사랑니라 잇몸 째고. 마취 풀리니 눈물이 줄줄... 지금도 아파요. 유치뽑는 거말고 영구치만 7개째 뽑고 있는데, (치아교정한다고 4개뽑고, 사랑니를 3개째 뽑은 거에요.) 이제 하나 남았어요. 얼른 뽑아버리고 싶네요. 뽑은 이가 너무 무섭게 생겨서 갖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