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은 독심술? 철 지난 나쁜 남자,

*

이제 곧 중년에 접어드는 나이가 되어서야 사람과의 교감은 반드시 언어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력이라는 것은 바로 비언어적 교감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꽤 오랫동안 안생겨요 클럽의 회원으로 지내고 있고, 소위 말하는 혼기는 한 참전에 훌쩍 넘긴 상태입니다.

연애는 손에 꼽을 정도 (그 긴 기간 동안), 그것도 몹시 짧았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좀 민망한 얘기긴 하지만 어디가서예쁘다는 얘기는 자주 줏어듣는 편인데요.

제가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 다닌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얘긴 아니라고 생각하고 (쿨럭)

그렇지만 얼굴 잘생긴 것과는 별개로 연애에는 다른 스킬이 필요한데 전 그걸 전혀 갖추지 못했어요.

제 생각엔 연애에 밝은 사람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다는가 혹은 감정과 분위기의 미묘한 변화를 잘 알아채는 것 같아요. 

분위기를 잘 읽고 타이밍에 맞추어 흐름을 타는 거죠.


저는 그런 것에 굉장히 둔감한 편입니다.

직접적으로 말을 해 주지 않으면 누가 누구랑 사귀는지, 누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를 못해요.


막연하게 저는 마음에 들거나 하면 나에게 이야기를 하겠지...라고 생각을 했고

저도 누가 마음에 들면 직접 얘기를 하는 편이었어요. 물론 제가 접근한 경우에는 100% 실패했지요.

그게 접근에도 방법이 있는데 다짜고짜 들이댔으니 남자들도 당황하고 달아날만 하겠죠.

분위기를 읽고 접근을 해야하는데 그걸 전혀 읽을 줄 모르니...


그리고 누군가가 저에게 마음이 있어서 접근을 하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만 살짝 돌려서 말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합니다.

남자들은 신호를 이리 저리 보내다가 결국 지쳐서 나가 떨어지고 다른 사람을 찾고...(그랬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

하긴 다짜고짜 다가와서 "너 맘에 든다. 사귀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지금은 거의 주말이면 방에 처박혀서 두문불출하고 미분 방정식이나 풀고 있어요.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야 뭐가 되어도 될텐데 전혀 그런 게 없으니 당연히 아무일도 안 일어나지요.


*

오랜만에 퀴어 애즈 포크 미국판 시리즈를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듀게의 철지난 떡밥 나쁜남자의 전형이 이 드라마에 등장하기에 적어봅니다.

사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도 바로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 1위인 나쁜남자 브라이언 키니를 연기하는 게일 해롤드를 보기 위해서죠.

한 인물하는 브라이언 키니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지만 아무도 가질 수 없는 나쁜 남자의 지존...주인공은 브라이언과 오랜 친구사이로 항상 그를 좋아해왔지만 브라이언은 알면서도 모른척 계속 친한 친구 코스프레만 주구창창 하지요. 그러다가 주인공이 연애를 좀 할라치면 옆에서 초치고 방해하고. 정말 민폐 캐릭터예요. 본인의 매력을 알고 상대의 마음도 잘 읽고 그걸 십분 이용합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을 좋아하는 남자가 열받아 뛰어가나는데 착한 주인공이 그를 붙잡으려고 하자 브라이언이 끼어들죠.

"따라 나가지 마라."

아마도 비결은 그것이 아닐까? 절대로 먼저 아쉬워하지 않는 것. 

열 받은 남자는 주인공 대신 사과하러 따라나온 멜라니 (브라이언과는 원수지간인)에게 묻습니다.

대체 브라이언이 뭐가 그렇게 특별하냐? 그래 인물 잘생겼다. 하지만 잘 생긴 인간들은 널리고 널렸지만 모두가 저렇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잘생겼다는 것만으로는 이유가 될 수 없어.

멜라니가 대답하지요.

"브라이언은 제 멋대로다.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하고 하고 싶은 말은 뭐든지 내뱉는다. 그는 결코 사과하는 법도 후회하는 법도 없다."

"한 마디로 그 인간은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안쓴다는 거지?"

잘 생긴 남자가 제 멋대로 행동하고 사과도 후회도 없다면 모두가 안달하는 나쁜 남자가 되는 걸까요? 거기에 뭔가 다른 것도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만.  그 중의 하나가 사람을 조종하는 기술이지요. 역시 이 드라마에도 브라이언이 악독하게 굴다가 한 번씩 잘 해주면 모두들 "그래 겉으로는 저렇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었어.."라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드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아주 나쁜 캐릭터예요. 이 사람.

하지만 제가 소모적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한참 받을때는 이 사람을 롤 모델로 생각했어요. 나도 저렇게 삐딱하게 굴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고 사과도 후회도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그런데 전 그런 성격이 못됩니다. 불가능해요. 



    • 삐딱하게 굴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고 사과도 후회도 하지 않다가
      한 번씩 잘 해줘서
      모두를 "그래 겉으로는 저렇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었어.."라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능력이 '분위기를 잘 읽고 타이밍에 맞추어 흐름을 타'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고 하지요.

      지금이 나쁘게 굴 때인지, 나쁘게 군다면 어디까지 질러야 하는지
      태도를 살짝 접고 감동을 줄 타이밍은 언제인지 잘 맞추려면 눈치가 빨라야 하죠.
      정말 지멋대로 아무때나 질러대면 짜증만 나고 심하면 우발적 살인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이 글을 읽다보니
      매력은 독심술이랑 비슷한 것 같네요.
      상대방 상태를 잘 파악하고 내가 가진 카드를 십분 이용해서 확 땡겨오는 거죠.
    • ㅜㅜ나이를너무타이트하게 해석하지마세요.<br />안생겨요 클럽보니까 대학동아리 성격이 강하게 나오는것 <br />같아요.다들 눈치도 많이보고.대차게 대쉬 하기에는다들 너무 노회한<br />님녀군상들이기도 하고요..
    • 브라이언이 양자고양이님처럼 살려고 노력하더라도 좌절하고서
      집에서 미분방정식 풀고 있게 될겁니다.

      어째서 눈치가 없다, 는 것을 본인이 아시는데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을까요? 저도 곰곰, 생각해봅니다.
      주위에 눈치 빠른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눈치가 빨랐을까요?

      뭔가 이 떡밥을 무시는 타이밍부터 약간 늦다는 사실이 슬프네요.
      다음엔 흥하는 게시물에 주저하지 말고 뛰어들어보시는건 어떨까요? 일단! ㅎ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8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0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