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이 아니라 타자화가 문제
성희롱이 아니라 타자화가 문제
대입 준비를 하면서 모 유명 논술학원에 다녔었습니다.
대치동 한가운데 있었으면서도 반골중의 성골인 운동권 출신 선생님들로 바글바글 차 있었어요.
개량한복을 입고 정말 개혁적인 얘기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수시 결과발표가 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하나랑 선생님께 인사를 갔어요. 삼겹살을 사 주시고 '너희들도 어른이니 한 잔씩' 하시며 소주도 따라 주시고 2차로 노래방을 갔습니다.
남자 선생님이 저한테 마이크를 주시면서 "아바의 세븐틴을 불러보라"고 하셨어요.
전 그 노래 간신히 후렴구만 안다면서 고사했는데 강권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불렀습니다.
부르면서 정말 기분이 나빴어요.
당시에는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몰랐는데 몇 년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때 왜 짜식었는지 문득 깨달았어요.
전 선생님들이 절 지적 대화가 가능한 동등한 인격적 개체로 보고 계셨다고 생각했는데
그 선생님들 눈에는 제가 동등했던 게 아니라 '어린 '여'학생'이었던 겁니다. 차라리 그냥 학생이었으면.
대충 가사가 "저 아이를 봐 열일곱살 정말 예쁜 나이 저 아이의 한창이지" 같은 내용입니다.
그 뒤로 꺼려져서 여자 선생님들만 가끔 따로 만나뵈었는데요,
저한테는 약간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소드나 쌍코 여자분들이 어느 맥락에서 화가 나셨는지 저는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