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이 일상화된 나라

나꼼수 사람들의 성희롱적 언행으로 게시판이 시끌벅적 하네요. 지지자들에게 비키니 사진을 보내줄 것을 독려하고, 보내온 것들을 보면서 낄낄거리는 모습이 조금 충격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그리 충격받을 것도 없습니다. 그들 역시 (나쁜 의미의) "일반적인 한국 아저씨" 감성을 가득 가진 사람들에 불과히니까요.

 

대학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걸 처음 접했습니다. 페미니즘을 함께 공부하던 친구 중 많은 이들이 성 문제에 대하여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가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부장제, 성적 권력관계, 성폭력" 등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았죠. 엄격한 잣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람들은 마초로 비난받기 일쑤였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한 남자선배가 술자리에서 소주병샷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페미니즘을 공부한 친구들은 그 행동이 남성성을 과시한 행동으로 여성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사과를 요구했죠. 당시 페미니즘을 공부하던 친구들의 발언권이 꽤 강한 편이어서 그 남자선배는 곧바로 사과를 하였습니다. 이런 엄격한 잣대로 인해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갖는 남자들이 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경우에는 엄격한 잣대가 좀 불편하기도 하였고 가끔씩 부당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가부장제, 남녀간 권력관계의 문제 등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버하는 것처럼 비칠수도 있는 그런 문제제기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낀건 정말 우리나라는 성희롱으로 가득찬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대학때 불편함을 느끼던 엄격한 잣대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카리스마와 실력을 갖추고 그래서 때로는 무섭기까지 한 직장상사는 술만 먹으면 여직원에게 블루스를 추자며 들이댑니다. 당연히 거부하는 여직원들이 있습니다. 이 놈은 자기의 성추행을 거부한 여직원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음 날 낮에 업무로 그 직원을 깨죠. 업무실력은 좋은 편이라 낮에 혼내는 말이 완전 억지는 아니어서 더 짜증이 납니다.

 

어떤 직장선배는 본인의 학생운동 경험을 은근히 내세우길 좋아합니다. 열성적인 노무현지지자이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씩 술을 먹으면서 그를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선배가 열혈 물살롱 매니아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 그 선배는 술을 잘 먹지 않는 후배들을 술자리에서 혼내기로 유명합니다. 직장내에서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일상에서도 관철하려는 불편한 사람이죠.

 

그것 말고도 대학 때 사용한 엄격한 잣대로 보면 직장생활은 성희롱의 복마전이라고 할만 합니다. 옷차림으로 시비거는 사람, 노골적인 음흉한 시선,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음담패설 등등.

 

우리 회사만 이상한 곳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생각하면,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 매우 일상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유명해진 강모이나 더 오래전 실제로 성추행을 해서 유명해진 최모의원 등 성희롱으로는 한나라당 정치인이 뒤쳐지지 않네요. 하지만 민주당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전에 신문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차관급이라죠) 중 민주당이 추천한 양 모 위원과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영화배우 출신 최모 의원이 룸살롱에서 놀다가 걸린 일이 있습니다. 양 모 위원은 제가 알기에 언론운동으로 유명한 분이라 민주당 몫으로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었고, 최모의원도 꽤나 진보적일꺼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대기업이 돈을 부담한 룸살롱 자리에서 둘이 놀았다는 사실이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식당만 가도  성희롱 장면을 숱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시급 4천원 남짓 받으며 힘들게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술이라도 따르라는 남성들은 정말 흔하게 목격할 수 있죠.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정치적 이념이나 부와 크게 관계가 없는 듯 합니다. 좌우를 막론하고 다들 그런 놈들이 있네요. 그리고 나꼼수로 인해 진보진영의 마초가 한명 더 추가되었습니다.

    • 글 전체의 내용에는 공감합니다.
      그런데 들려주신 에피소드는 충격이네요. 소주병나발->마초적행동->남성성과시->여성에게 거부감->반여성적행동->사과요구의 사고체계라니..
      멍청한 건 마초뿐만 아니군요.
    • 직장 내 성희롱이 만연해 있다는데 십분 동의합니다. 그런데 소주병샷을 이유로 사과했다는 이야기는 조금 놀랍네요.
      적이 너무 강하면 더 전투적이 되는건 감정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로인해 교조적이 되거나 논리와 사실에 기반하는것을 포기해서는 안되겠죠.
    • 어린 학생들이 저러고 노는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이...
    • 지겹네요. "한국의 아저씨"들은 여지없이 또 호출당하는군요. 성차별 성토한다는 글 쓴답시고 "한국의 아저씨"들을 이렇게 얼척없이 폄하하는 내용이라니 우습네요.
    • modify// '한국 아저씨'라는 걸 하나의 현상 내지는 일반적인 사회적 개념으로 받아들인 저와는 달리, 저 단어를 보고 '모든 한국인 중 몇 살 이상의 남성 전체'로 받아들이셨군요.
    • 머루다래/ 두 가지가 딱히 다를바 없어 보이는데요? 어차피 "한국의 아저씨"가 이런 글에서 쓰이는 용도는 뻔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물론 틀리셨습니다만.
    • 그만큼 우리사회가 성희롱이 만연한 곳이라는데 어떻게 그걸 폄하로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네요. 데레데레님은 그냥 팩트 나열만 한 것 뿐인데요. 그리고 진보진영에서 존경받는 어른인 고 리영희 선생도 상당히 가부장적인 권위의식을 가지셨었단 얘길 들었어요. 성희롱을 했었다는 얘기가 아니고요.
    • amenic/ 간편하군요. 그렇다면 "일반적인 한국 아저씨" 운운할 필요도 없죠. 지금 이런 논란이 워딩의 부적절함에서 촉발된거 모르시나요. "한국의 아저씨"들은 이런 논란에서 낄 자격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겠지요?
      그리고 무슨 한국의 "일반적 아저씨들"의 성의식이 저렇다는 겁니까 - -;
    • modify/

      전 일반적인 한국의 중년남성들의 성의식이 전부 다는 아니겠지만 상당수가 원글에 제시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제가 사는 공간이 아주 특수한 공간이 아니라면요. 성차별적 발언을 하고도 아예 자각증상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 amenic/ 지금 논란이 촉발된 나꼼수 글의 주요 논점중 하나가,
      '여자는 정치를 모르니 많이 참여하게 만든것이 나꼼수의 공이다.'
      라는 말이었어요. (근데 정말 저렇습니까? 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게 아니었고요?)
      그냥 통념상 일반론 들고 얘기를 꺼낸건데
      그걸 득달같이 성토하고 있는거죠.

      "한국의 아저씨"론도 마찬가지에요.
      '한국 남자의 성의식? 다 더럽지. 한국 사회는 성희롱 천지지'
      이게 여자들의 통념상 일반론이라고 전제하고 있죠(근데 진짜 그럽니까? 한국의 일반적인 아저씨들이? 내 아버지, 님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버지 삼촌 형 오빠들이요?)

      아니 같은 일반론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한국의 남자들은 그 오류의 교정으로도 구원받지 못하는
      무슨 국외자인가요?
    • '일반적인 한국의 아저씨'단어를 무심코 넘겼었는데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저씨(일정연령 이하의 남성 전부를 지칭하기 때문에)에게는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데 동의합니다. '한국의 아줌마'가 어쩌구 하는 농담에 느꼈던 불편함이 떠오르는군요. 저희 어머니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 그러면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직장이 성희롱, 성차별이 거의 없는 성평등이 실현된 곳이라고 인지하고 계신거네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amenic/ 어느 정도의 일반론은 유효해요. 나꼼수의 발언도 마찬가지, 한국 아저씨들의 성의식도 마찬가지. 그런데 사실 그건 일반론이라기보단 광범위하게 전개된 편견일 경우가 많지요. 일상적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데 한국 아줌마들도 못지 않습니다만, 굳이 그걸 일반론으로 밀어붙일 생각 없습니다.
      그런데 유독 남자를 향해 고착된 편견에 가까운 일반론만 당연하다 생각하는 그 사고가 참 독특하단 말이지요. 남자가 추근덕 대는 전반적인 태도를 무조건 성희롱이라 착각하는 분도 계시는거 아닌가요? 어차피 남녀관계는 어느 한쪽이 추근덕대는걸로 시작하는거 아닌가요.

      우리사회가 성적차별이 철폐된 사회라고 주장한 적 없어요. 하지만 님이나 원글 처럼 한국 남자들이 구제불능의 성의식 불감증 환자라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님은 한국 여자들은 사회적 정치적 자각이 몹시 필요하다. 여자들은 계몽되야할 존재다.. 라는 말에 발끈 안하시나요?
      왜 한국 남자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조롱에 가까운 편견에 침묵하고 있어야 하지요? 그게 아님을 해명하는것도 문제라는 겁니까? 한국 남자들은 성의식 얘기 나오면 무조건 입닫고 여자들 말이 맞다고 맞장구 쳐주고 있어야 해요?
      그걸 '우리사회가 ... 성평등이 실현된 곳이라고 인지.." 운운으로 귀결하는 논리 참 신선하십니다.
    • 어차피 남녀관계는 어느 한쪽이 추근덕... 우와아... 이 대목은 너무나 충격적인데요.
    • 에아렌딜/ 와우, 님의 댓글은 이거 뭐 소위 껀수 잡았다는 감탄사로 읽히는데, 충격적일 일 참 많으십니다.
      추근덕이라는 말이 무조건 성희롱과 동의어로 보이시나봅니다?
    • 본문글 충분히 공감됩니다. 저도 주변에서 여자를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상사가 제 지인에게 함부로 해서 주먹다짐까지 간적이 있죠.
      그런데 저런 얼빠진 남자들이 본문글 처럼 그렇게 많다고 보시는건 과장이 좀 있는거 같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한국의 아저씨"는 굳이 언급할 필요까지 없어보이구요.

      에아렌딜/ 확전을 바라시는거 같은데 추근덕대다라는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시길.
    • modify// modify님 굉장히 날이 서 계시군요. 껀수 잡았다, 라니... 기가 막히는군요.
      제가 성희롱을 들먹인 것도 아닌데 왜 설레발을 치며 성희롱이 어쩌고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심약해서 그런지 몰라도 전 참 충격적으로 읽히는데 말입니다. 추근덕이라니... 제가 남녀간의 사랑에 너무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세상 모든 남녀교제가 추근덕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참 세상이 추접스러워 보였습니다. 나이는 처먹었는데 아직 머릿속이 꼬꼬마라서 참 죄송합니다.
      제가 modify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내세울 수 있는 의견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댓글 전반의 내용에 언급하는 것은 삼갔습니다만...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님의 반응 덕분에 비난으로 돌아서고 싶어지는군요. 감사합니다.
      asmn// 지적 감사합니다. 덕분에 국어사전 찾아봤네요. 추근덕은 없고 치근덕은 있었습니다.

      ‘치근덕거리다(성가실 정도로 끈덕지게 자꾸 귀찮게 굴다)’의 어근.
      [부사] 몹시 끈덕지고 짓궂게 들러붙는 모양.
      라는군요.
      세상 연애사는 참 성가신 것이었군요?
      확전이 뭔지 몰라서 그것도 찾아봤네요. 덕분에 말 하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자면 확전을 바랐다면 아예 대놓고 욕을 했을 겁니다. 확대해석 감사합니다.
    • 아저씨라고 불릴만한 나이대의 한국 남자들을 싸잡아 한방에 보내버리시는군요.
      잠재적 성희롱자로 낙인찍히고 살아갈 바른 생활을 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저씨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 다른건 모르겠고 글 서두에 소개하신 에피소드는 좀 충격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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