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출산 예정일이 사흘.. 남았습니다. 영양가 없는 잡담을 길게 남겨봐요.

...

 

+ '약을 꾸준히 먹는데 장염 증세가 대체 왜 나아지질 않는걸까. 의사가 돌팔이 아녀?' 의아해 하다가

    테스트 기에 등장한 선명한 두 줄을 보고 허거덩~ 놀라서 침대의 베개 위로 털썩- 무너져라 드러누웠던 게 언제였었나. (..)

    아마도 작년 6월 초순이었던 것 같네요. 결혼한 지 햇수로 삼 년을 채 못 채운 시기.

 

    주말 부부였고, 맞벌이였으니 쭈욱 직장에 다니면서 나름 일에 재미를 붙여가던 시기였죠.

    적지 않은 나이 (서른을 갓 넘긴..)였음에도 아이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었고, 

    간혹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이 2세 걱정을 하실 때마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언젠가 알아서 생기겠지 뭐. 지금 당장은 말고~' <- 남 일 보듯 태연함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거대한 감자발가락과 두개골의 소유자인 신랑도 마찬가지.

    우린 너무 태평했던 것 같아요. 멍청한 직장 상사 험담을 늘어놓거나, 둘이 버는데도 왜 이리 쪼달리는건가 등등

   시시한 푸념을 늘어놓으며 언제까지나 둘이서만 그렇게 허우적 허우적 지낼 줄 알았었는데.   

 

   병원에 가서 임신 8주가 막 지났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어쩐지 그 즈음 냉면이며 김밥이 미친듯이 당기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콩알보다 작은 녀석에게 심장이란 게 생겨서 콩닥 콩닥 뛰더군요.

 

 

+  그리고 곧이어 시작된 입덧. 변기와의 찌인한 포옹이 늘어났습니다. 변기가 이뻐~  

    하루의 태반을 학생이며 학부모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지라, 강의 도중 도저히 못 견디고 변기를 만나러 뛰쳐나간 게 딱 두 번인가 있었고

    입덧으로 괴로워하면서 '방학 특강'이라는 가장 바쁜 시기를 넘겨야 했고,

    고맙게도 체중은 쑥쑥 줄어들고 (순식간에 4~5kg이 쑤욱 내려가더군요. 다이어트에 최고!! @_@) 

 

    어찌어찌 임신 중기를 넘어서자 입덧이 사라져 편안한 대신 배가 불룩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체중이 불어나고, 참, 태동도 시작되었습니다. 

    강의며 학부모 상담 도중에도, 초반엔 얌전하게 뾱-뾱- 배를 찔러대던 녀석이, 나중에는 수시로 뻥~뻥~ 걷어차더군요.    

    신학기를 앞두고 학부모 프로그램 설명회를 진행해야 하는데, 수십 명 모여있는 학부모님들 앞에 나서기가 차츰 민망해지기 시작..

    그리고.. 막달이 되면서 삼 년 넘게 근무한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 12월. 주말 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친정 부모님댁 근처로 이사를 했고

    이제는 출산 예정일을 딱 사흘 남겨둔 시점..

 

    만삭의 배는 상기도 끊임없이 부풀어 오르고

    황제 펭귄들이 왜 뒤뚱뒤뚱 걸을 수 밖에 없는지, 그들의 애달픈 걸음걸이 메커니즘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고

    양말이며 신발을 신으려다가 벌러덩~ 나자빠지길 수차례

    헐렁한 푸대자루같은 임부용 속옷을 소중하게 빨게 되었고 

 

    치골통이라는 게 뭔지, 가진통/진진통이 뭔지, 

    출산시 굴욕 삼종셋트며 라마즈 호흡법, 무통 분만, 

    자연 분만과 수술시의 장단점이라거나 등등 

    하여튼 온갖 새로운 지식들이 잡다구레하게 두뇌에 기록되어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 설날 오후. 드디어 이슬이란 게 비추었고..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진통만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중이네요. 

 

   임신 초반에는 그저 존재 자체가 버겁고 원망스럽만 했던 세포덩어리가

   뱃 속에 또아리를 튼 에일리언처럼 자꾸만 자꾸만 커지더니

   이제는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좋아하는 고기 안 넣어주고 나물 반찬으로 밥 먹을 때마다 심통을 내고,  

   배를 만지면서 이름을 부르면 꼼질~ 반응도 해 줍니다.

 

  아들 녀석. 며칠 안으로 제 몸을 가르고 태어날텐데

  일단 많이 두렵구요. (통증이 엄청나다던데.. 잘 참을 수 있을지 걱정) 

  뭔가 반짝 기대가 될 때도 있고,

  혹시나 출산할 때 잘못되어 내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심란하기도 하고

  그런데도 아이 얼굴은 엄청 궁금하고.. 그렇네요. 

 

  듀게에, 제가 겪어온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부모님이 되신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지요?

  저도 무사히 산고를 겪고, 진정한 육아 전쟁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과연 (..) 용기가 필요합니다.

 

 

     

 

  

 

 

    • 저 일주일 남았어요. 잘 할 수 있을테니까 미리 겁먹지 말고 씩씩한 엄마 되기로 해요. 처음 만나면 할 말 정하셨어요? 전 너냐? 라고 할 것 같아요.
    • 와. 제 와이프도 이제 36주에 접어들었습니다. 몸이 하루하루 무거워진다고 하네요. 용기 내서 남푠들이랑 같이 화이팅입니다!
    • 걱정마셔요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잘 해나가실 겁니다...
    • 오렐리아// 와.. 시기가 얼추 비슷하네요. 오렐리아 님도 힘 내세요! :) 그런데 첫 인사라.. 며칠동안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어요. "안녕~ 드디어 만났네?" 정도?

      시간초과// 36주라면.. 조만간 막달 검사 하시겠네요. 부인 되시는 분의 순산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입춘대길// 예, 고맙습니다. 그저 유난떨지 않고 남들처럼 쑴풍~ 했으면 좋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남자이고 아직 아이가 없어서... 순산을 기원한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영원의끝님도, 오렐리아님도, 시간초과님 부부도 순산하시고 귀엽고 건강한 아이를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귀여운 아기 인증샷 올려주시는거 잊지 마세요.. ㅋ)
    • 이제 5개월된 아기아빠입니다 아기가 처음 태어나서 울음을 터뜨렸을때의 울컥함이 또 떠오르네요 영원님도 오렐님도 아기랑 엄마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 4개월 아기 엄마에요. 4개월 전 기억이 떠오르네요. 순산을 기원합니다.
      전 출산 전날 남편 손 붙잡고 많이 울었어요. 출산후 한달째는 남편을 기저귀로 막 때리며 울었고요 흐흐 -_-
      육아도, 힘들지만 편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린다면 괜찮아요. 아이가 너무 예쁘거든요.
    • 15개월차 엄마에요!
      1년 너무 후딱 지나가요.
      신생아때 꼬물거리던 때가 벌써 그리운데, 꼭 사진 많이 찍어주시고 100~200일 즈음이 제일 이쁘니 그 전에만 좀 고생하셔요!
      흑흑 전 아직도 울 딸래미 뒤집기밖에 못하던 때가 제일 이뻤던거 같네요. 아 물론 지금도 이쁩니다만...
      그리고 육아 많이 힘드니 마음 단단히 먹으시고요. ㅎㅎ 선배님들이 겁주는거 같겠지만 사실 진짜에요. 겁 아님.
      순산 기원 팍팍 드립니다!
    • 건강한 아이 낳으실 빌게요. 사람을 품고 낳는다는 게 이야기를 많이 들어도 너무너무 신기합니다.
    • 아기가 태어나는 그 시간은 정녕 신성한 순간이었어요 우리 루피는 한달되었어요. 이쁘게잘 크고 있습니다. 다들 힘내시고 무지무지 아프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이 지나면 견딜만하다고 기억이 통증을 왜곡 할거에요
    • 순산하실 거예요. 저는 아직 몇 달 남은지라 막달이신 분들 부럽습니다..
      혹시 '황홀한 출산'이란 다큐멘터리 보셨나요? 저는 이거 보면서 출산 과정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버렸고 심지어 약간은 기대까지 하게 되었어요. 원하시면 제가 영상을 보내 드릴게요. (원하시면 쪽지 보내주세요~)
    • 힘내세요! 태어난 지 갓 한달된 조카를 보고왔는데 너무너무 이뻐요. 꼬물꼬물꼬물.
      이쁜 애기 순산하실 거예요. 큰 일 하셨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통과하고 있습니다. 아기 만난다고 생각하세요 ㅎㅎ 저도 두번 겪었어요. 낳고나서는 잠시 고생하면 이후로 또 재롱 많이 봅니다. 문제는 훈육이네요 ㅋㅋ 기본적인 인성이 좋은 분이라면 다행이고요, 책 많이 보면서 육아하시면 될거에요. 무엇보다 여러사람의 도움을!!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4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6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1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7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0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7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6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